성령, 신비, 전례
하느님께서는 태초부터 계셨으며, 당신의 말씀을 낳으셨는데, 그 말씀이 또한 하느님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말씀으로 표현하시며 그 말씀에 당신을 온전히 담아서 내어주십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려는 뜻을 말씀으로 표현하셨으며 그 말씀 또한 하느님으로서 전능하시고 권능을 지니시니 그 말씀대로 온 세상 만물이 생겨났습니다.
하느님은 또한 온통 영이시며, 당신이 내어놓으시는 말씀 또한 하느님으로서 온전히 영이십니다. 영은 신비로운 바람 같아서 인간의 감각에는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초월적인 권능으로 만물을 이끌고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을 온통 성자에게 주시고, 성자께서는 오직 성부의 영만을 충만하게 지니고 계시어 서로 일치하고 지극히 사랑하십니다. 삼위가 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어 인간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 하나로 일치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어 구원되기를 바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으로서 언제나 사람들 곁에 계시며 돌보아 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구원의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영이신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으며,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시어 비로소 인간이 그 말씀을 알아보게 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예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람이 되신 말씀을 사람으로는 알아보았으나 영이신 하느님으로는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람으로가 아니라 영이신 하느님으로 알아 뵙고 구원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오신 당신을 영이신 하느님으로 알아 뵙도록, 당신의 수난, 부활, 승천 이후로는 더 이상 사람으로 계시지 않고 하느님의 영으로만 우리를 만나러 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영으로 오시는 분이 사람이 되셨던 말씀 그리스도이심을 기억하도록 최후의 만찬 때에 빵과 포도주를 들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쪼개어서 나누어서 먹는 이 미사 예식을 증표로 남겨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예식을 이 세상 끝날까지 행하여 당신이 성령으로 미사 중에 신비롭게 현존하심을 기억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명에 따라 오늘도 미사를 거행하며, 이 미사는 이 세상 끝날까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내어주신 말씀은 미사 중에 선포되는 말씀 안에 신비롭게 성령으로 현존하시며, 또한 빵과 포도주 안에도 신비롭게 성령으로 현존하십니다. 우리는 이 신비를 성령의 은총에 힘입어 신앙으로 고백합니다.
신호철 비오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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