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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까지 어리석음으로부터 해방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우리들이 아닌가...
과연 성채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성채(CITADEL)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도시를 지키는)성채; 요새
2.(군함의)포탑; 아성; 최후의 거점이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성채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서민들의 삶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그들만의 부와 명예와 욕심을 쫓는 가진 자들의 또 다른 세계’를 의미하는 듯 하다.
두 번째로는 사회의 부조리나 부, 명예 따위에 아랑곳없이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확고한 신념과 가치관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소설의 마지막에 보면, ‘이윽고 그가 발길을 돌려 나가려 할 때 보니 눈앞의 하늘에 성채 모양의 구름이 뭉게뭉게 밝게 피어올랐다.’ 라고 쓰여 있는 것은 이 의미로 쓰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이 책은 아직 미성숙한 한 인간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만들어지고 전해 내려오는 ‘사회’라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상처받고, 또 한편으로 단련되면서 결국엔 강인하고 확고한 신념의 한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줄거리이다. 특히, 자전적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선택 즉, 한 사람의 삶이 이뤄 낸 어느 정도의 결론, 그 과정에서 겪었던 고뇌와 그 밖의 여러 가지 것들을 고스란히 받는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이 꼭 읽어볼 책이다.
주인공 앤드류 맨슨이 웨일즈계곡의 탄광촌에 갔을 때 부딪힌 것은 자신의 고용주인 페이지 부인의 탐욕과, 그 지방의 위생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하수도에서 더러운 물이 새어서 마을의 우물을 오염시켜 전염병이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별일 없이 지내기만을 바라는 지방검역관, 그리고 제대로 된 의학지식도 없이 의사행세를 하고 있는 오래된 의사 등이었다. 페이지 부인은 무척이나 인색하고 허영이 많은 사람으로 자신의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다시 의업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앤드류에게는 자신의 남편이 금방이라도 다시 일어나 의사 일을 하게 되면 앤드류는 별것도 아니라는 태도로 대한다. 그러한 올바르지 못한 대접에도 앤드류는 그녀를 상대하여 힘을 빼는 대신 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최대한 충돌을 피하면서 환자를 보는 일에 애쓴다.
그러던 중 데니라는 무척이나 회의적이고 염세적인 외과의사이면서, 자신과 같이 다른 의사의 대의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고 염세적인 태도에 호감을 갖지 못하지만 곧 그의 그러한 태도가 옳지 못하고 어긋난 의료현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차츰 친구가 된다. 이 당시 앤드류는 의과 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사람들을 처음 진료하면서 자신이 사람들의 병을 정확히 진찰해내고 또 그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감격스러워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의료현실이란 단순히 사람들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인식해가게 되는데 처음 그 사실에 대해 깨달은 사건이 마을에 도는 장티푸스를 통해서였다. 하수도가 새어서 마을이 전염병에 시달린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방검역관은 자신의 급여가 줄어들까봐 손을 쓰지 않았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뇌리에 밖고 세상에 물들지 않은 앤드류에게 있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다가 결국은 데니와 함께 하수도를 폭파시켜버림으로써 하수도공사를 하게끔 하는데 그때 일로 앤드류는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위해서 과격한 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그 지방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 크리스틴을 만나게 되었다. 크리스틴은 비록 지금은 가난하지만 꿈과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이 있고 여느 의사처럼 세상에 물들지 않은 앤드류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으며 결국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페이지 부인의 부당한 대접에 참다못해 앤드류는 그곳에서의 대진을 그만두게 되었다. 때 마침 어벨라러우라는 좀 더 큰 탄광촌의 조합에 등록된 의사로서의 생활이 새로 시작된다.
어벨라러우라는 좀더 큰 무대에서 앤드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의료조합의 오래된 병폐와, 그 안에서 길들어진 의사들, 그리고 탄광촌 사람들의 텃세였다. 어벨라러우 의료조합은 루엘린이라는 고참 의원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타당하지 못한 명목상의 비용을 의사들로부터 받고 있었지만 의사들은 그의 세력이 막강함을 두려워하여 대항하거나 맞설 생각을 하지 않고 단지 아무 일 없이 자기의 일만을 돌보고 있었다. 앤드류 역시 이러한 사실에 대해 그냥 간과하고 마음 편하게 살수도 있었지만 불의에 대해 유난히 민감한 그는 그러한 부당한 비용제출에 대항하기로 결심하였다. 자기와 마음을 같이 하고 있을 법한 의사들을 모아보지만 결국 같이 모인 사람들이 관습에서 벗어날 마음을 갖추지 못함으로 인해 치욕스러운 패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앤드류는 그러한 패배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좀더 확고히 하여서 루엘린 박사에게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그 당시 가장 어렵다는 영국 의학회 회원 시험에 응시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탄광촌의 의사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동시에 새로운 의학적 지식과 언어 공부 등 시험에 필요한 과정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같은 의사동료 뿐만 아니라 환자인 탄광촌 사람들도 그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그 탄광에서 유력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지위를 등에 입고 가짜진단서로 아무 하는 일 없이 봉급을 받아먹는다는 것을 앤드류는 그냥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앤드류는 가짜 진단서를 써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아들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나쁜 소문을 퍼뜨림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한 불리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줄어감으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그는 굽히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국의학회 회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함과 동시에 극히 위헙한 상황에서 광부를 구해냄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의 외면에서 벗어나게 된다.
앤드류를 그 불리한 상황에서 환영받는 상황으로 돌려놓은 것은 영국 의학회 회원으로 올려놓은 그 자신의 실력이 전부였을까?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궁지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볼때에는 언제나 겸손함으로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정직하게 진료하였다. 그리고 환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러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앤드류는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폐에 질환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크리스틴은 앤드류의 아이를 갖게 되는 기쁜 소식도 있었는데 크리스틴이 썩은 다리를 건너다가 넘어짐으로 인해 유산을 하게 된다. 그리고 허가서 없이 연구에 쓰인 12마리의 기니아피그로 인해 그를 모함하는 집단이 그를 쫓아내려는 음모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연구가 정말 광부들에게 꼭 필요한 연구였고 그로 인해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계속 어벨라러우에 남아있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번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해서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그들의 행위에 실망하고는 어벨라러우를 떠나기로 작정한다. 마침 자신의 연구결과를 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 조사에 자신을 임명하기로 했다는 편지를 받고 런던으로 가 광무위에서 일하게 된다.
광무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앤드류는 처음에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연구에 계속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무척 흥분했다. 그의 연구에 대한 조사가 광무위 계획에서 늦춰지고 다른 엉뚱한 조사만 시키는 기관에 실망하고는 나오게 된다. 그래서 런던에서 변두리의 보잘것없는 병원을 인수하여 일하게 된 앤드류, 그는 멋진 정장에 비싼 담배를 피우며 런던의 고위층을 상대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들과 같이 되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열망은 곧 자신의 중요한 다른 열망을 꺼버리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참된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고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 사람들을 속이지 않겠다는 열망. 처음에 런던에서 개업할 때만 해도 그러한 열망이 남아있어서 그로 인해 앤드류는 커다란 행운을 얻어 고위층을 상대하는 성공하는 의사가 된다. 그러나 그러한 성공은 점차 아름다운 그의 열망을 꺼버리게 되고 아내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그는 여느 다른 속물적인 의사처럼 변하게 된다.
그렇게 겉으로의 성공 그러나 안으로는 썪어가는 앤드류에게 바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오랜 친구 데니가 찾아왔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뭔가가 잘못되긴 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을 때 그에게 커다란 사건이 터지게 된다. 자신에게 찾아온 한 환자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함을 깨닫고 평소 친분이 있던 런던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외과 의사에게 환자를 소개했다.
그는 담당의사로서 그의 수술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외과의사는 아주 간단한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실력이 없음으로 인해 그 환자를 죽이게 된다. 그때 앤드류는 이 상류층을 상대하는 소위 성공한 의사의 집단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 처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으려 몸부림치면서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그에게 빵을 사다주려고 길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는 죽게 된다. 또 소송에 걸려 의사자격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난 앤드류는 늘 자신을 지켜주고 자신을 자신답게 그리고 의사답게 만들어주었던 건전한 열망, 그리고 신념들을 가지고 소송에서 승리하게 되고 데니와 함께 정말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해 런던을 떠나는 것으로 이 두꺼운 책의 페이지는 끝나게 된다.
이 책은 명작 <천국의 열쇠>와 더불어 영국이 낳은 세계적 가톨릭 작가인 A.J크로닌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성채>는 <천국의 열쇠>와 더불어 널리 알려져 있는 저자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저자의 작가적 위치를 확립시킨 작품이다. 의사로서의 인도주의적 꿈을 안고 인생의 출발을 디딘 맨슨이라는 한 젊은이가 무지와 몽매, 탐욕, 무기력 등 인간의 추악성에 직면하게 된다. 젊은 맨슨은 몇 번씩이나 절망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과 과학적인 진리에 대한 구도정신으로 이 난해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가운데 의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해간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그를 쉴 새없는 압력으로 괴롭히는 것은 개인의, 사회의, 그리고 국가의 무지와 침체인 것 같다. 그에 대항하는 맨슨은 마치 바빌론의 성채를 맨손으로 공격하는 전사와도 같은 것이다. 이 후 맨슨은 철벽과도 같은 성채에 대항해 싸우다가 급기야 자신이 깊은 상처를 입고 유혹의 함정에 빠져들지만 그로 하여금 재기의 용기를 갖게 한 것은 소수의 선의와 힘이었다.
저자가 문학의 길로 접어들기 전의 십수 년에 걸친 의사 시절의 경험과 체험을 토대로 한 <성채>는 불멸의 고발정신과 내면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미로 우리에게 감동과 흥미를 주고 있다. 또한 부패한 영국 의학계에 부패를 두려움 없이 고발하고 파헤쳐 그곳에 새로운 인류의 희망을 심으려는 작가의 의도 또한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삶의 한 귀퉁이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 할 때, 바른길로 인도해 줄 그림자 같은 친구를 동행시킨 셈이다. 이 책이 1937년 처음 간행되어 영국이란 나라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으며 심지어는 세계대전이 일어날 당시에 젊은이들의 배낭속에 성서처럼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잘못된 현실에 맞서 싸우고, 이상을 추구하는 고귀하고 순결한 삶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빛이 계속 퍼져나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A.J크로닌의 말 중,
“인생은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도록 시원하게 뚫린 대로가 아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막 다른 길에서 좌절하기도 하는 미로와도 같다. 그러나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개척한다면 하늘은 우리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내 좌우명으로 삼을 것이다.
첫댓글 책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자신의 나갈 길을 잡는 대견스런 대일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믿음을 가지고 끊잆없이 개척한다면 하늘은 우리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너무 멋진 결론. 그 결론이 대일거사님의 삶에 환한 빛이 되도록...고마워요 대일부처님!
아니 어쩜 그렇게 좋은 책들만 골라서 읽으시는지 참 대단하십니다 크로닌 그분 책 읽고 감동 만땅으로 받았던 시절이 생각나요 ㅜ.ㅜ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자기운명을 개척하는 자는 자기 스스로이겠지요? 참 장하십니다.
그 많은 시련 속에서도 일어서고 다시 일어서는 주인공처럼 대일님께서도 어려움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나무아미타불 _()_
어째....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책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주는 대일 부처님....감사랍니다....()()()....
대일님~ 장하십니다~~~ 언제 정진회에서 뵙기를 기원합니다.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얼짱 대일!!! ^^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