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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서 넋을 잃은체 4일을 보내고는 다음 여행지인 므앙응오이로 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키아우로 먼저 가야했기에 숙소에서 예약을 하고 오전 9시에 미니밴을 타고 루앙 프라방을 떠났다.. 사실 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고 가고 싶었다.. 비싸고 빨리 가는것 보다는 천천히 이왕이면 저렴하게 주변 풍경을 보면서 가는게 훨씬 재미있는 여행길이 되는것 같아서였다.. 정류장마다 정차하고 정류장이 아닌곳에서 사람을 싣고 내리고..
3만킵을 더 주고 (북부터미널 4만킵, 미니밴 7만킵이상) 가는 직행보다는 5만킵을 더 주고서라도 느릿느릿 살랑살랑 가고 싶었지만 초행길이었고 우선 안전해야 했기에 무난한 방법을 택했다.. 물론 므앙응오이에서 농키아우 그리고 루앙프라방으로 되돌아 오는 시간과 방법을 알고 있기에 올때는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방법으로 되돌아 올것이다..
미니밴에는 서양인들과 유일한 동양인인 나를 태우고 농키아우로 출발했다.. 차만 아무리 좋은들 뭐하나.. 복잡한 차안에는 탁한 공기로 가득차 있고 길이 울퉁불퉁한데다가 빨리 달리니 몸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 당연히 멀미는 따라오고..
3시간의 달림끝에 도착한 농키아우.. 이쪽마을과 저쪽마을을 연결하고 있는 웅장한 다리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루앙프라방에서는 볼수 없었던 높은 산들이 마을과 주변을 겹겹이 애워싸고 있는 이색적인 풍경의 마을이었다.. 강가에 있는 숙소에 가서 먼저 허기진 배를 카오팟으로 채우고 방을 잡았다.. 인터넷에는 무슨무슨 사이드뷰 숙소가 좋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사람 때가 많이 탔을거라는 생각에 좀 허름한 이곳에 방을 잡았다.. 짐도 풀고 했으니 돌아가는 버스 시간도 알아볼겸 해서 방향을 처미널로 잡고 산책에 나섰다..
10여분쯤 넘게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보이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전망이 좋다고 말하는것 같아서 호기심에 이끌려 매표소 입구에 들어섰다.. 입장료를 15000킵에 구매를 하면서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나는 사진만 봐서는 높이와 지형을 알수 없었으니 일단 20분이라는 말만 믿고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산책하러 나온거지 이렇게 등산을 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빨간 슬리퍼에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산에 오른다는건 정말 일생일대의 최악의 실수였다라는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뒤따라 올라오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하나 없었고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이동하고 있는 개미 무리들과 눈에 보일락 말락 하는 긴다리의 거미들도 눈앞에서 왔다갔다 했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뱀이 무방비 상태인 내 몸의 일부를 무를지도 모르고.. 산의 경사는 얼마나 가팔랐던지 등산이 아니라 등벽을 나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온몸은 땀에 젖은지 오래되었고 어깨 가로맨 가방끈을 따라 가방도 반쯤 젖을만큼 덥고 힘들었다.. 슬리퍼를 신었기에 자꾸 미끄러졌고 힘들어서 나무가지를 잡을려니 개미와 거미의 공격이 두려웠기에 오로지 급경사를 두 발로만 힘주어 올랐다.. 매표소 직원의 20분만 오르면 된다는 시간이 1시 40분에 등산하기 시작했는데 2시 13분에야 능선에 오를수 있었다.. 나도 한때는 하산하는 길에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힘들어 하면서 얼마나 더 가면 되냐고 물어왔을때 한결같이 "거의 다왔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그 말을 곧이 믿고 등산했던 그들이 얼마나 나를 원망했을지 알수 있을것 같았다..
거의 기다시피해서 올라왔다.. 허리를 펴니 순간 어지러워서 절벽에서 떨어질것 같아 아찔했다.. 하지만 곧 중심을 잡았고 내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고 할말을 잃어버렸다.. 나는 내 두눈으로 보고 있는게 현실인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두어걸음만 앞으로 가면 절벽인 아찔한 그곳에서 농키아우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이게 라오스의 매력이 아닐까..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액자에 마을사진을 넣으면 훌륭한 작품이 될만큼 손색이 없는.. 무릉도원같은 풍경을 지닌..
난 이곳 정상에서 20여분을 머물렀다.. 한눈에 들어오는 농키아우를 "포우 낭넌"의 전망대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감상을 하고 있었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정말이지 라오스는..
내려와서 위를 올려다보니 이제서야 내가 올라갔던 곳이 보였다.. 사진으로만 봐도 얼마나 경사가 급한곳이었나를 짐작케 했다.. 왼쪽이 1전망대이고 내가 올라간 곳이 오른쪽으로 보이는 2전망대였다.. 어떻게 저기로 올라가는 길을 만들어 놓았을까..
뱀에 안물리고 개미와 거미의 역습을 피해서 무사히 평지에 내려오게 해준 두 다리가 고마웠다.. 얼마나 다리에 힘이 들어갔던지 내려오고나서 한동안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무리 낮은 산에 가더라도 꼭 운동화급 이상의 신발을 신고 생수 한통은 기본적으로 들고가야 한다는 그 상식을 나는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뼈저린 학습을 하게 된 셈이었다..
갈증이 심해있던 터라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비어라오 한병을 시켜 단숨에 반병을 들이켰다.. 마시고 나니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발밑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쳐다보니 작고 앙증맞게 생긴 강아지가 내하고 장난치고 싶어서 계속 내 몸에 비벼대고 있었던 것이다.. 과자 부스러기도 하나씩 던져주고 그렇게 놀다가 계산을 하고 길을 나서는데 큰길까지 따라오는 강아지를 붙잡고 높이 들어올렸다.. 사람으로 치면 사교성과 붙임성이 있는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그런 소년같은.. 커서 농키아우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라....
원래 여기 갈려고 길을 나섰는데 괜한 호기심에 식겁했덩 두어시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정말 삶이라는게 예측할수 없다는걸 실감했다.. 그래서 어쩌면 삶은 삶은 운명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지 모르겠다.. 고생해서 찾은 농키아우의 버스정류장이다..
루앙프라방의 북부터미널까지(공항근처) 하루 3차례 9시, 11시, 12시 30분에 4만킵으로 갈수있고 루앙프라방의 북부터미널까지는 하루 한차례 13시 30분에 5만킵으로 운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기노선이고 라오스에는 정해놓은데로 흘러가는게 아닌게 많다.. 숙소앞 의자에 앉아 강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서양인 두명이 지나가는 썽태우를 급히 히치하이킹해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걸 목격했다.. 요금은 얼마인진 모르지만 시간도 단축하고 둘이서 오붓하게 원하는곳에 갈수 있다니 이게 배낭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사방으로 운해가 가득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이런 풍경을 보면서 살아간다.. 신선한 공기를 봉지에 담아 파는 나라도 있다는데 이걸보면 비싼공기를 공짜로 실컷 마실수 있는 라오스 사람들이 부럽다.. 돈없다고 가볍게 보지 말지어다.. 자연에 있어서 엄청난 강국이다..
농키아우에서 배를 탈수 있는 선착장 앞이다.. 무앙응오이 까지는 하루에 두편, 11시와 오후 2시.. 한시간 조금 더 걸린다.. 중간에 내리는 사람과 싣고 내리는 물건이 많다면 10분 정도는 너그러이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기다림 또한 여행의 일부이기에..
11시에 곧 타게 될 선착장 앞에 나는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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