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합격수기
한영과 김지인 (서울여대 아동학과)
우선 2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어서 참 기쁩니다. ^^ 모든 공부할 여건을 허락해주시고 지혜와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 드립니다. 2년 동안 한결같이 양질의 강의와 세심한 첨삭 및 코멘트를 통해 저를 이끌어 주신 김수연 선생님, 그리고 함께 열심히, 또 즐겁게 공부했던 스터디 멤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합격후기들을 읽으면서 공부방법에 대한 팁도 많이 얻었고, 용기도 많이 얻었기 때문에 제 후기가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자세히 후기를 써봅니다. ^^
<평소 영어공부>
저는 순수 국내파이고 10개월 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영어를 싫어하면 싫어했지 흥미는 요만큼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이라는 목표가 생기고 나서 영어공부를 자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1년 간 기초문법, 청취, 회화, 영화통째암기수업 등을 하면서 영어의 기초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이 때부터 영어는 저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한 학기 동안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토플공부를 시작했습니다. CBT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공부보다는 조금 난이도 있는 영어를 접하게 되었고, 부족했던 어휘와 문법도 이때 채울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1년 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뒤에도 토익, iBT토플 시험 등을 주기적으로 보면서 영어공부를 꾸준히 이어나갔고, 전화영어강사와 영어토론카페 스텝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한국컴패션 번역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언어는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린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최대한 영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만들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졸업 후에는 1년간 회사를 다녔는데, 맡은 업무가 국제회의 준비 및 진행이어서 업무의 70% 이상이 영어였습니다.
<본격적인 입시준비>
후기를 쓰기 위해 2년 간의 입시기간 동안 제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돌이켜보니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더군요. ‘김수연 선생님의 수업을 중심으로 복습을 열심히 했습니다.’ 전반적인 입시준비는 선생님께서 주신 수업자료를 충실하게 복습하고 반복하며 공부를 해나갔고, 가끔 쉬고 싶을 때면 부담 없이 편하게 영어소설, 미드, TED 연설을 읽고 보며 머리를 식혔습니다.
수업 첫 날은 ‘내가 과연 이 공부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ABC 뉴스 한 꼭지를 들려주시고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키셨는데, 그 많은 내용을 모두 기억해서 발표하는 분을 보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빠른 앵커의 말도 이해를 거의 못한데다 그나마 이해한 부분들조차도 뉴스가 끝나는 순간 함께 날아가 버려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거든요. 다행히 따뜻하고 성실한 스터디 멤버들을 만나 조금씩 수업에 적응을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l 리스닝 + 표현암기
주요 수업자료는 ABC World News, PBS Newshour, TED였습니다. 세 가지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매우 훌륭한 소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ABC 뉴스의 표현들은 매우 쉽고 경제성이 있는 영어이기 때문에 그 수준까지 우리의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셨습니다. 저도 실제로 ‘아니 이 어려운 말을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다니!’라며 감탄한 적이 많았습니다. ABC뉴스는 1)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음성만 쭉 들으면서 전체 섀도잉 (3번 정도) 2) 여전히 스크립트 없이, but 이번엔 문장 단위로 끊어서 reproduce (문장이 내 입에서 한번에 빠르게 ‘촤르륵’ 나올 때까지) 3) 스크립트를 보고 안 들렸던 부분 확인, 틀린 전치사나 관사 확인 4) 마지막으로 스크립트 전체 암기 순으로 복습했습니다. 이렇게 복습을 한 자료는 다음날, 그 다음날 계속 반복적으로 복습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0번씩 복습을 하는 것이 항상 목표였지만 10번을 채웠던 적은 손에 꼽히는 것 같아요. ^^; 그래도 5번 이상 복습을 한 자료들은 확실히 제 것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BS는 심층보도 형식이기 때문에 ABC보다 내용이 길고 어려웠습니다. 보도가 보통 6-7분이라 이건 암기는 못하고 표현들을 익히고 내용에 친숙해지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을 스크립트를 통해서 먼저 확인하고, 음성파일을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무한반복하며 들었습니다. PBS는 제가 쓰기 위해서 외우기 보다는 다음에 그 표현이 나왔을 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TED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너무나 귀한 자료입니다!!^^ 처음 선생님이 테드를 들려주셨을 때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기존에 접해보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주제들로 강의가 이루어져서 조금씩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었고, 뉴스처럼 formal 한 표현들과는 또 다른 (informal 하지만 강의 같은 공식석상에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는) 연사들의 스피치에서도 배울 표현들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올 해 1,2 월에는 선생님께서 수업을 진행하실 때 테드 연설 하나를 완전히 숙달시킬 수 있도록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완벽히 이해해서 통역하고, 다시 영어로 reproduce 하도록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셨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Eat Pray Love의 작가 Elizabeth Gilbert의 강의와 스피치 스타일이 너무 좋아서 그 분을 제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 말투, 속도, 인토네이션, 심지어 거울을 보며 제스처까지 따라 하면서 연습을 하면서 발음, 속도, 자연스러운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TED 연설 2개(Nurturing creativity by Elizabeth Gilbert / If I should have a daughter by Sarah Kay)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틈이 날 때마다 들어서 족히 100번 이상씩은 들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겹도록 듣다 보니 적어도 그 연설에 나오는 어휘와 표현들은 정확히 익히게 되고, 원어민 속도에 맞춰 따라 할 수 있게 되는 등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
l 리딩
작년에 선생님께서 저에게 지적을 해주셨던 부분은 ‘리딩의 깊이가 부족하다’ 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해에는 공부하는 법을 잘 몰라 리딩 지문을 받으면 먼저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뜻을 찾고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독해를 해 나갔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단어의 뜻은 문맥에 따라서 충분히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을 미리 찾지 말고 문맥 속에서 뜻을 유추해 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또 사설 같은 경우는 글의 논리적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택한 공부 방법은 1) 사전을 찾지 않고 독해 해보기 2)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는 사전을 찾되 영영, 영한을 모두 찾아서 다양한 의미와 뉘앙스 파악하기 3) 글의 흐름과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기 였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 문맥상에서 단어유추가 더 수월해졌고, 논리 흐름도 눈에 점점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직도 리딩에 많이 취약해서 계속해서 이런 방법으로 독해공부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리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복습인 것 같습니다. 특히 리딩자료는 한번 독해를 한 후에는 복습을 다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독해를 한 후에도 며칠 동안 sight translation을 반복해서 해보면 점점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sight translation을 하게 되고, 또 소리 내어서 영어지문을 반복적으로 읽으면 표현도 더 정확히 익힐 수 있게 됩니다.
l 영어식 표현 + 스피킹
Dear Abby는 자연스러운 영어식 표현을 익히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본을 함께 주셨습니다. 수업시간에는 한국어로 내용을 읽어주신 뒤 먼저 영어로 발표를 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영어 원문과 비교해보면서 콩글리시를 버리고 영어식 표현을 배워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의 문자 하나하나를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영어가 깨진다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 선생님의 조언대로 한국어를 듣고 머릿속에 이미지화를 시킨 후 그것을 내 영어로 쉽게 옮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나마) 자연스러운 영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대통령 연설문이나 사설 등의 다양한 자료를 주셔서 자연스러운 영어식 표현을 익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떤 자료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복습과 반복, 또 반복이었습니다. 저는 ABC, TED, Dear Abby 모두 그냥 무식하게 외웠습니다. ^^ 단, 정확히 의미는 이해하면서 딸딸 외우고 수 차례 반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외운 표현들이 조금씩 쌓이니 나중에는 응용을 하면서 써먹을 표현 pool 이 많아져서 스피킹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l 스터디
학원수업을 마친 뒤 점심을 먹고 2시부터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6-7명이 함께 했고, 스터디 자료는 거의 수업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다른 학원에 다니시다가 저희 수업을 들으셨던 분이 “여기 학생들은 수업자료를 말 그대로 음미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 2명 혹은 3명씩 짝을 지어서 ABC 복습 확인, 리딩자료 sight translation, 통역자료 연습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또 공부를 오래 하다 보면 좌절하거나 풀어지기 쉬운데 스터디 멤버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면서 힘든 입시기간을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 준비>
5월 외대 입시설명회를 다녀와서 그 어려운 기존의 1차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면서도 시험유형(특히 확장질문)이 감이 잡히지 않아서 참 답답했었습니다. 크게 수업과 스터디를 통해서 1차를 준비해나갔습니다.
먼저 수업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요약을 ‘빡세게’ 시키기 시작하셨습니다. ^^; ABC 뉴스를 듣고 발표를 하기 전에 먼저 내용 요약, 이코노미스트나 사설을 읽고 요약 등등. 요약이기 때문에 디테일보다는 전체 흐름과 논리를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고 강조를 하셨고, 그 점을 유의하며 계속 요약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요약이 수월해졌습니다.
1차 대비 스터디는 8월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저까지 세 명이 모여서 진행했습니다. 외대1차 시험은 1) 영어지문을 듣고 영어로 요약 및 확장 2) 한국어지문을 읽고 영어로 요약 및 확장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1)유형은 5-6분 정도의 영어 음성파일(주로 TED나 VOA News)과 확장질문을 2)유형은 1-1.5 페이지 분량의 한국어 기사(주로 시사적인 내용)와 확장질문을 준비해와서 시간을 정해놓고 답을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다 쓴 후에는 돌아가면서 각자 쓴 답을 읽고 흐름과 표현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었습니다.
<2차 시험 준비>
올해부터는 2차에서 번역시험이 없어지고 구술시험만 보게 됩니다. 사실 통역연습은 수업시간과 스터디를 통해서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따로 준비를 하기 보다는 수업자료 복습에 충실했습니다. 9, 10월에는 더 공을 들여서 반복 복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하고 쉬운 표현들이 입에 붙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사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여서 영자신문과 한국어신문을 비교해가며 읽고 표현을 익혔습니다.
1차 시험 이후에는 발표 전까지 한-한, 영한, 한영 연습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 2주 동안 하도 연습을 많이 해서 목이칼칼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1차 시험>
1차 시험 때는 노트테이킹 용지 한 장, 주관식 답을 쓸 수 있는 커다란 OMR 답안지 한 장, 한국어 지문과 질문이 나와있는 시험지 한 장이 배부됩니다.
1. 영어 지문 -> 영어로 요약/확장
영어 디렉션이 나오고, 확장 질문을 먼저 던진 후에 본 지문을 읽어줍니다. 확장 질문은 “이 지문은 결론이 없다. proverb 나 saying 을 인용하여 결론을 지어보아라.” 였습니다. 8분 가량의 상당히 긴 지문이었는데 제가 이해한 대강의 내용은 거짓말을 판별하는 non-verbal / verbal signs 이 세세하게 나열되었고, 마지막 부분은 앞서 나온 징후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거짓말을 판별해내는지에 대한 예시를 몇 가지 더 들었습니다. (지문내용이 TED의 How to spot a liar 란 강의와 유사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그 강의를 한번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약은 OMR 답안지가 한 문제당 12줄씩 주어져서 그 분량에 맞추느라 디테일은 조금씩 쳐내고 제가 이해한 대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작성했습니다. Non-verbal / verbal 부분은 노트테이킹 한 내용들 중 제가 확실히 이해한 부분들을 위주로 써 내려갔고, 활용사례 부분은 앞 내용들과 중복이 많이 되어서 그런 내용들은 최대한 짧게 쓰고 앞 내용과 유기적인 흐름이 유지되도록 신경 쓰며 답을 썼습니다. 정신 없이 써내려 가느라 paraphrase를 많이 하진 못했습니다. 물론 문장구조나 표현들은 제 식대로 썼지만 주요 표현들이나 단어들은 거의 그대로 가져갔던 것 같아요.
확장은 아.. 정말 어려웠습니다. T-T 저의 답은 대충 “지금까지 열거한 방법들이 물론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러한 징후들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인 만큼 아직 한계가 있다. 향후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정직해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옛 말에 ”거짓말로 흥한 자는 거짓말로 망한다.” 는 말이 있다. (이런 속담이 진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지어 썼답니다. ^^;) 따라서 모두가 노력하여 정직한 사회와 국가를 일궈나가야 할 것이다.” 후기에 제 비루한 답을 올리기가 좀 창피하네요. T-T
2. 한국어 지문 -> 영어로 요약/확장
한국어 지문은 버릇없는 요즘 청소년들이 주제였습니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남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심지어 폭력적인 성향도 보인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다. 이들이 보이는 행동패턴은 1,2,3 들이 있다. 오래 교직생활을 해온 교사들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문제는 예전부터 항상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훨씬 심각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요약은 글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되 답안지 분량에 맞추어 압축해서 써내려 갔습니다. 내용이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은근히 표현하기 까다롭더군요. 저는 ‘버릇없음’을 impolite and selfish behaviors, misbehaviors 을 계속 돌려가며 썼습니다. 더 다양하게 쓰면 좋았겠지만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 내용은 최대한 쉽게 간결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어렵게 쓸 생각 말고 중학생 수준으로 완벽하게 잘 쓰자!’ 라고 시험 전부터 계속 다짐을 하고 연습을 해서 그렇게 답을 썼습니다.
확장은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버릇이 없어졌는지 그 원인을 써보라는 문제였습니다. 제 답은 대강 이랬습니다. “한국사회가 1980년대 후반부터 modern and digital era로 바뀌게 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먼저 현대화가 되면서 가족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예절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또 아이들도 바쁘게 학원 및 과외활동을 받다 보니 또래와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고, 타인을 배려하고 상호작용하는 방법도 습득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었지만 우리 사회에 아직 그렇다 할 인터넷 규제장치가 없어서 아이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디테일을 조금씩 더 붙여서 답을 썼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영한-한영 요약통역에 follow-up 질문입니다. 시험을 본 날 저녁에 제가 다이어리에 아주 상세하게 면접후기를 적어놓았었습니다. 저에겐 참 의미 있는 날이었거든요. ^^ 아직까지 시험 후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써놓으신 분이 없었던 것 같은데 혹시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 날 적어놓은 그대로 올릴 테니 현장감을 느껴보세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토요일 오전 9시 반까지 대기실 입실. 국제관 애경홀에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경진이랑 small talk 하다가, 한영 통역 연습도 하다가, 같이 붙으면 입학 때까지 계속 같이 공부하기로 약속도 하다가, 앞 번호인 경진인 먼저 불려나가고 난 계속 대기실에서 연습을 했다. 오전에 면접 볼 2~136번 중에 내 수험번호는 133번이었다. 한영과는 사람이 많아서 두 개 방에서 동시에 진행을 했다. 3시간 동안 대기 하다가 배가 고파질 때 즈음 호명이 되었다. 1층 면접실 앞 의자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다가 12시 반쯤 입실!
내 면접실에는 왼쪽에 외국인여자교수님, 가운데 이창수 교수님, 오른쪽에 커트 머리의 여자 교수님, 세 분이 앉아계셨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교수님들께서 서류와 내 얼굴을 확인하셨다. 난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도 최대한 밝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드렸다.
이창수 교수님: Is this your first time to make it here?
나: Umm it's actually my second time for applying, but,
이창수 교수님: so first time to make it HERE?
나: (말 끊으셔서 조금 당황) yeah..
그리고 내 지원서를 보시고는
이창수 교수님: you have colorful career experience.
(경력란이 4칸이 있었는데 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산성 논문 한영 번역 2. 사우디 아람코 사 VIP 전시회 통역 3. MBC 오디션 프로그램 외국인 참가자 무대 및 인터뷰 통역 4.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근무. 사실 막 있어 보이게 말도 막 멋있게 다 집어 넣었다;;;;;)
나: (예상 못한 멘트에 살짝 웃음 ^0^)
이창수 교수님: (정확한 영어 문장은 기억이 나질 않고) 2009년에 졸업했네? 졸업 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 해달라.
나: "Right after I graduated college, I began to work at the Korean National Commision for UNESCO as a programme assistant. I mainly planned and implemented several projects there. And right about the time when my contract was over, I started to think what I should do for the rest of my life. So I searched for several professions and tried to find the one that I can find interests in and I can do well. Then I found this attractive job of interpreter and studied for 2 years and now I'm here. ^^"
교수님들 서류 뒤적뒤적, 가끔 나 쳐다보고 끄덕끄덕 해주심.
외국인 교수님: (역시 문장은 기억이 나질 않음) 이제부터 읽어줄 겁니다. 잘 듣고 통역하세요. 단, 요약인 걸 기억하세요.
“ 최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최종결승자 팀 중 한팀의 이름이 버스커 버스커다. 이 팀 이름을 듣고 내가 예전에 본 지하철 거리공연이 생각났다. 한 남자가 출근시간에 지하철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무려 45분간 바흐의 곡을 연주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지나갔다. 6명만이 공연이 끝났을 때 박수를 쳤고, 그 거리의 악사는 연주 후 32달러를 벌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고, 그가 연주한 악기도 무려 $$나 했고, 곡도 명곡 중의 명곡 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가치를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 ~~~~~~~~~~~~.”
오 마이 갓. 마지막 두 문장은 귀에 안 들어오고 날아가 버렸다. 대충 뜻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머리가 하얘졌다. 한국어로 통역할 차례가 되어서 들은 내용은 거의 다 얘기 했다. 두 군데 쯤 '어...'같은 필러 들어가고 버벅거렸다. 그리고 문제의 마지막 두 문장은 제대로 못 들었고, 당황까지 해서 말이 안 나왔다. 얼핏 들은 내용으로 마무리를 했어도 되는데 못하고 그냥 "이상입니다" 라고 말해버리니 내용이 더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계시던 교수님들께서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셨다. ㅠㅠ 아~~~~~~ 전반적으로는 교수님들이 끄덕끄덕 해주시고 잘 했던 것 같은데 마무리가 심히 좋지 않았다. 흑흑
그리고 추가질문 하나.
오른쪽 여교수님: So What can we learn from this story?
나: (아, 이게 follow-up question 이구나) um.. I think..
이창수 교수님: 아, 이건 한국어로 대답하는 거예요.
나: 아.. 네. 음 사람들은 사람이나 상품에 그 가치가 표면적으로 그러나 있을 때는 그것이 귀한 것인 줄 알고 소중히 여깁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를 때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속물적인 인간의 속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억.........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동문서답이었다. 아무튼 저 답이 내가 즉흥적으로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아~~ 나의 능력의 한계 ㅠㅠ 교수님들은 별 반응 없으셨던 것 같다.
(나중에 경진이랑 통화해보니 내가 놓친 그 두 문장은 이랬다.
1. 그 거리공연은 사람들의 인식에 차이에 따른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2. 이렇게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을 지나치고 있는가)
그리고 정신차릴 겨를도 없이 이창수 교수님께서 한국어 텍스트를 읽어주셨다.
“7월에 태국에서 대규모 홍수가 났다. 국토의 70%를 덮은 물이 방콕까지 들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적 손실도 엄청났다. 앞으로 복구하는데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태국을 돕기 위해 구호물자와 인력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사태에 우리정부와 국민들이 보낸 지원에 비하면 그 규모가 현저히 작았다. 사실 태국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 및 경제지원(?)도 해준 형제국이다. 게다가 탈북자의 90% 이상이 태국을 거쳐서 남한으로 온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국정부와 국민은 태국이 피해복구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내용이 쉽고 논리도 명확했다. 이창수 교수님이 또박또박 천천히 읽어주시기도 했고.. 거의 바로 영어통역시작. (신기하게 영어는 내가 어떻게 통역을 했는지 정확히 다 기억이 난다. ^^)
“There was a huge flood in Thailand in July. That killed a lot of people and caused economic losses for the country. The Korean government sent relief assistance to Thailand to help them. However, compared to what we did after the tragic earthquake in Japan last March, it was a small amount of efforts. In fact, Thailand is a very important country for us. They sent military troops during the Korean War. In addition, 90%, (여기서 번복) as much as 90% of North Korean defectors come first to Thailand before they reach South Korea. So Thailand is very important to us. Therefore, the Korean government and the people should put more efforts to help the country to stand on their own feet again.
<후기를 마치며>
제가 후기를 통해 도움 받았던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자세히 쓰다 보니 후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 공부를 하면서 나도 빨리 합격해서 후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하다가 정말 후
기를 쓰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다시 한번 2년 동안 잘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김수연선생님 정
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역량 있는 통역사로 성장하여 자랑스런 제자가 될게요. ^^ 또 힘
든 시간들이었지만 항상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지탱해주던 우리 스터디 멤버들이 있었기에 즐겁
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제가 6월, 10월에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었는데 그때마다 나
를 건져준 스터디 멤버들 너무 고맙습니다. ^^ 항상 저를 100%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부모님
과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후기를 마칩니다. Glory to God!! ^^
첫댓글 면접후기가 특히 인상적인데요..^^ 정말 넘넘 축하해요.. 행복하게 2011년 마무리해용~~
ㅋㅋㅋ 언니 감사해요~!^^ 요즘 결혼식 준비 하시느라 많이 바쁘시죠? 결혼식날 꼭 가서 축하해 드릴게요~!
지인아~ 정말 고생많았어. 그리고 축하해 ^ㅡ^ 이번에 될 줄 알았어..ㅋㅋ
연지언니 ㅎㅎ 감사해요^^ 1년동안 우리 스터디의 우직한 중심축이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마웠어요♥ 곧 언니도 좋은 결과 나올거예요! 열심히 기도할게요!! ㅋㅋ
통역을 할 때 듣는 동시에 영어로 통역을 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