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헬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주변의 황량한 언덕들은 내게 너무나도 강한 인상을 주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단지 Wwoof뿐만이 아니라 캐나다의 도시 중에 가장 메마른 곳인,
마치 사막 같은 (미국의 Arizona주와 같은)그런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꼭 보고 싶어서였다.
벤쿠버에서 만난 많은 영어 학원 선생님들에게 자문을 구한 끝에 이곳이 그나마 내가 원하는
바와 아마도 가장 닮은 곳 일 런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서부영화에 나오는 곳 만큼은 메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분명 캐나다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매일같이 이 일대 지역에서 이런 독특한 자연경치를 보며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냥
들떴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농가는 여기 드럼헬러Downtown으로부터 40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멀어도 자전거로 다닐 수 있으리라 혼자 상상했으나, 뒤에 직접 Jerry아저씨의
차를 타고 직접 농가까지 가본 뒤로는 내가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농장에는 일본에서 온 여성 우퍼도 있었다. 6개월간 머무르기로 한 사람이고 내가 왔을 때는
2개월이 지난 시점 이었다. 이 여자는 거의 이집식구에 가까웠다.
일의 흐름도 파악하고 말도 잘 알아듣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다고나 할까...
어쨌든 여기서의 일은 남들이 봤을 때는 쉬운 일들이다. 허나 내겐 어려웠다(앉아서 잡초 뽑기 었음.)
너무나도 광범위한 그의 경작지를 손보기에는 하루 4~5시간씩으론 어림없었다.
게다가 내가온 시점이 여름 중 한창 바쁠 때라고 한다. 그래서 아침9시부터 오후5시반까지
일하고 가끔 아저씨의 기계 장비 수리를 돕느라 저녁식사 후 에도 일한 적이 있었다.
1주일가량 보내면서 여기는 주말도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일본우퍼한테 물었다
“이렇게 하루에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느냐?”.
거기에 대한 대답은 “나는 이 가족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불평은 내게 하지 말고
아저씨께 직접 해라.”라는 차가운 대답이 전부였다.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내가 너무 권리만 찾고자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마냥 싫어도 싫은척 안하고,
묵묵히 시키는 대로 하는 그런 불평 안 갖는 이 일본우퍼가 잘한 건지를 말이다.
그래서 결국 주인아저씨께 부탁을 했다. “왜 이 농가에는 휴일이 없느냐, 매일같이 오랜 시간,
때론 잠들기 일보직전까지 일하는 것도 괜찮다만 휴일은 줘야하지 않느냐, 한국의 군대에도
주말은 보장되어 있다.”라고 했더니 뭔가를 느끼신 건지 몇일 뒤 하루의 휴일을 허락해 주셨고,
그분의 딸 Sonja(소냐)씨가 직접 드럼헬러와 그 주변의 유명한 관광명소 곳곳을 직접 드라이브
하면서 구경시켜 주셨다. 역시나 유명한 반면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하루면 왠만한 곳을
다보고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있는 동안 주로한 일들은 잡초제거, 경작기 수리, 예초기(grass trimmer)로
잔디 깎기, 곡식창고(grainery)에서 삽자루로 옮겨 퍼 담기 등을 했다.
잡초제거는 개인적으로 너무 따분했다. 대화도 없이 넓은 밭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있으면 마냥
시간 죽이기하고 있다는 듯 한 기분만 들었다. 그 외의 일들은 모두 군대를 회상하며 재미있게
했었던 것 같다.
이농가의 거실 식탁위에는 형광등이 있다. 2달전 부터 고장 나 있었는데 주인아저씨는 무관심
하신건지, 바쁘신 건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계셨다. 결국 내가 고쳤는데 별것아닌 일로
이집 식구들은 나를 엄청 대단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일은 많이 했지만 앞전의 집보다 훨씬
영어 구사할 기회도 많이 가졌었고, ‘Alberta’주의 유니크한 지역‘Badland’,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Drumheller’도 관광하고, 캐나다의 핵심이 되는 곡창지역에서 직접일도 하고 그 광활함을
몸소 느끼고, 비록 안 좋았던 기억도 조금 있지만 그래도 나는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메마른 지역 드럼헬러서의 2주를 보내고 나는 이제 Alberta주에서 그 옆의 Saskatchewan 주를
향해 떠난다. 보다 더 값진 곳에서 값진 경험을 가질 수 있길 바라며 3번째 이야기는 이만 끝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