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의 선 후배 모임에서 모처럼 만난 우리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교대역 앞. 배나무골(오리고기집). 이름하여 '배나무골 결의'라고 해야하나? 무릇 삼국지의 도원결의에 버금가리라고 우겨 보고싶은 그런 비장함이 서린.....^^
교훈,철희 두 형님과 종화의 체중은 70kg을 훌쩍 넘어 섰다하고.... 내일 미국으로 가시는 왕(성하)형님 외에는 거의 모두가 참여 하기로 했지만, 중년의 대원들(7~8명)의 머리에 내린 희끗한 서릿발이 왜 오늘따라 더 눈에 거슬리는고~
지리여. 지리님이시여. 우리에겐 청년의 혈기가 없을지라도 지긋한 열기가 있고, 젊은 무쇠 건각(建脚)이 아닐지라도 당신을 보고픈 불꽃같은 열망이 있음에, 그냥 저냥 못 이기는 척, 슬며시 팔벌려 우리를 허락 하소서.
5월3일 D-day 로부터 시작되는 2박3일 지리종주의 설레임 만큼, 우리가 대비해야할 점을 2차 생맥주 집에서 다지고 또 다졌다. 1.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할것.(조깅등) 2.지금의 체중에서 2kg이상 감량 할 것. 3.다리근육 강화운동을 철저히 할 것.
재 작년 아내와 함께 했던 지리종주의 첫날 아침. 걷혀가는 안개 사이로 수줍은 듯 얼굴 내밀던 임걸령과 삼도봉의 아름다운 들꽃들을 보며 적었던 시를 올려본다. 아! 아스라히 뻗은 백리 지리 능선이여......
2008.3.27. 종주계획을 확정하고
삼도봉 가는 길
새벽 는개 머리 풀어 노고단 목줄기 휘감듯 물씬 물씬 갓 떠오른 태양에게로 빨려 올라가고 길가에 핀, 동자랑 모싯대랑, 이름모를 꽃들... 촌뜨기 소녀같은 알싸한 미소로 수줍은 듯 살며시 고개 든다.
낯익은 그대들... 빛바랜 창호지 구멍 사이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님들이었건만, 뚝뚝 떨어뜨린 진홍의 눈물이 이 지리능선 음산한 마른 바람에 기화되고 흩뿌려진 그 핏물은 굵은 흙 속에 배어들어 다른 빛깔, 다른 모습으로 이렇게 색색이 친구같은 얼굴로 나를 반기는 것이려나....
이젠 아군도 적군도 없이... 밤이 되면 별이 되어 승천하여 기나긴 지리능선 위로 찬연히 빛을 뿌리고 새벽 여명에 다시 땅으로 내려와 이슬 머금은 해맑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그대들
삼도봉 꽃나라 그리움이 있는 곳 뜨거운 포옹이 있는 곳 미움도 증오도 어떤 번민도 모두 모두 이 곳의 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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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ittersweet 원문보기 글쓴이: 김명희
첫댓글 가톨릭 덕수 선후배들이 만나는 모임에서 지리산 종주계획을 세웠습니다. 그중 재치있는 후배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 너무 멋있어 퍼왔습니다.
그럼 지리산에 간다는 겨 안간다는 겨? 글도 좋고 음악도 아주 좋구나!
계절따라 다르고 함께하는 일행들에 따라 다른 지리산 종주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교훈님 5월에 주 계획을 한다기에 주 안내를 올려으니 참고 하시고 거운 산행이 되시기를
와~ 김교훈 대단하다. 부럽다. 그 좋아하던 술을 끊고나서 체력단련을 엄청한 모양이네. 잘 다녀오시게
역사의 아이러니 그 현장인 지리산. 숱한 영혼들 생각만해도 가슴 미어지는 그 곳에 가면 나는 통곡하는 마음이 된다.
글솜씨가 넘 멋있네..산행잘하고 돌아오시게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