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의 마지막 밤
1. 약 3개월 ‘단기거주 프로젝트’ 첫 번째 지역 ‘충북’ 진천에서의 시간이 마무리된다. ‘단기거주 프로젝트’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거주하면서 그 지역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그 지역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이해와 개인적 경험을 확장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기획하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심각해진 ‘코로나 19’라는 전 세계적 감염병 쇼크는 대한민국의 모든 시설과 활동의 정상적 운행을 중지시켰다. 비상적 상황을 통한 대처만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모든 공공시절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의 교류는 ‘사회적 거리’라는 이름으로 중단되었다. 계획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2. 수정된 계획은 충북의 유명한 길과 고장을 답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충북 도청에서는 충북의 유명한 길을 소개하는 지도를 만들었고 우선은 그것을 중심으로 ‘하고 또한 ‘누루두비’라는 길 안내 사이트에서 소개된 길을 참고하여 답사하였다. 충북은 바다를 볼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강과 호수의 ‘물’이 주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장소이기도 하다. 청풍호와 충주호를 둘러싼 풍경과 대청호 주변을 이어가는 ‘대청호 500리길’은 충북의 내륙 지방적 특색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하게 해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풍경은 충북의 자연환경이 주는 정감이었다. 이번 답사는 험난한 코스보다는 무난한 코스를 중심으로 선정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길들이다. 거주 마지막 달은 길뿐만 아니라 시군의 행정 중심지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원래 이곳에 있는 도서관이나 문화시설을 방문하고 지방 문화의 저력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쉬었다. 그 지역의 시, 군청을 중심으로 걸으면서 그 아쉬움을 달랬다.
3. ‘진천’ 거주 마지막 날, 아쉬움의 밤을 진천 혁신도시 거리에 있는 ‘투다리’에서 가졌다. 혁신도시는 ‘코로나 19’로 건물만 덩그라니 서있고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졌으며, 더구나 주변 공공기관 직원들이 퇴근하는 밤이 되면 불빛만 외롭게 거리를 비치는 공간이 되었다. 그 거리에 불 밝힌 ‘투다리’는 언젠가 방문하려던 장소이다. 1987년 이후로 ‘투다리’는 혼자서 고독을 벗삼아 술을 마시던 장소였다. ‘투다리’가 점차 서울과 대도시에는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지방 도시에서 만나는 ‘투다리’는 언제나 반가웠다. 주점 ‘투다리’는 아직도 과거의 ‘닭고치’ 맛이나 기본 메뉴가 바뀌지 않아 생맥주의 신선함과 가장 잘 어울렸고 깊은 울림을 주는 내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편안함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비록 술이 약해졌어도 ‘투다리’를 방문하지 않고 그 지역을 떠난다면 그것은 커다란 아쉬움을 주었고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돌아서는 느낌을 주곤 했었다.
‘진천’의 마지막 밤을 ‘투다리’와 하게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기억날 시간이었다. ‘단기 거주 프로젝트’의 의미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면서, 과거 투다리에서 흘려보낸 ‘허무’와 ‘외로움’ 의 순간들과는 다른 의미의 기억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여전히 ‘낭만적’ 분위기가 짙은 장소이지만 ‘감정’의 소모가 아닌 ‘감정’의 소중함을, ‘감정’에 의한 흔들림이 아닌 감정의 본모습을 인정함으로써 시작되는 사고의 정직함을 생각한다. ‘감정’도 이제 육체적 욕구에 의해 분출되는 힘을 잃어버렸다. 퇴색해가는 육체와 감정의 쓸쓸함을 받아들이며 그 변화 속에서도 남아있고 여전히 살아있을 내면의 힘을 존중한다. 그것을 사랑하며 때론 그것을 통제하며 살아가야 함을 ‘투다리’ 만의 술에 취한 느낌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오랜 만에 느낀 낭만과 희망의 시간이다.
첫댓글 ‘허무’와 ‘외로움’ 의 순간들!!! 또 다른 의미의 기억으로 가고...
ㅡ '감정’도 이제 육체적 욕구에 의해 분출되는 힘을 잃어버렸다. 퇴색해가는 육체와 감정의 쓸쓸함을 받아들이며 그 변화 속에서도 남아있고 여전히 살아있을 내면의 힘!!!
ㅡ 아직도 살아있다니???
ㅡ 부지런한 삶에게 축복을!
몸은 생각보다 저만치 앞서 간다. 몸이 가는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생각이 안타깝다!!! 육체를 떠난 세계가 어디 있는가?
몸 & 마음 = 삶 &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