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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주프로스 원문보기 글쓴이: 김성찬
변방에서 우지짖다
<제2회 프로스컵대회 출전기>
외로운 섬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고
폭염에 눌어붙어도
기습한파에 얼어붙어도
우리는 항상
그곳에,
그라운드 위에 있었다.
끝도없이
검찰 파이팅!!!을
외치며
Ⅰ. 다시 법무연수원으로 ..
#부상의 악몽
대회 3일전, ‘미친 쉐’ 고경민 수사관이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표선리 양어장팀의
고등어만큼 빠른 공격수들을 쫓아가다 사태부위가 파열된 것이었다.쉐 뒷다리에 밟히기에
는 고등어들이 너무 빨랐다.
<관중석에서 미친듯이 울부짖었던 미친쉐 고경민 수사관(가운데)>
수비위주의 경기를 하는 우리팀에게 중앙수비수의 전력이탈은 악몽에 가까웠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고, 미드필더인 ‘바람돌이’ 김현욱 수사관이 대안이었다.
공격력이 약해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중앙수비수가 뭔지를 보여주마! 바람돌이 김현욱 수사관>
# 법무연수원 가는 길
항공권 예매담당 ‘럭셔리’ 고창필 수사관이 수수한 청바지 언니들에게 꽂힌 덕에 우리는 제
주공항을 운항하는 7개나 되는 항공사 중에서 청바지 항공(진 에어)만 타야 하는 운명이 되
었다. 이번 역시나 12:30출발 김포행 청바지 항공(진 에어)였다.
13:00 ‘크르르릉’하는 비행기의 엔진소음 사이로 고즈넉한 가을햇살이 호남 들녘에 퍼지
고 있을 무렵, 비행기 꼬리 가까운 곳에서는 ‘럭셔리’ 고 수사관과 ‘바람돌이’ 김 수사관, ‘태
국왕자’ 김성찬 수사관이 비행기 분뇨 처리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13:45 김포공항 ‘국제선’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전세버스 기사분은 해외(海外)가 전부
외국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고, 19세기 대동여지도 버전을 장착한 그분
의 네비게이션은 버스를 안산의 한적한 마을로 안내하며 우리에게 ‘여유’란 무엇인가를 가
르쳐 주었다. 배움으로 충만한 버스여행이었다. 여유가 지루해질 즈음 다행히 법무연수원
에 도착했다. 16:00였다.
지난 한 달 새, 법화산은 고운 자태로 풍성해져 있었다.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연수원
값도 1인당 2만 3천원으로 4배나 풍성해져 있었다.
<법무연수원으로 가는길! 차가 막히고 돌고 돌고, 웃고 있는게 웃는게 아니야>
16:30 첫 경기가 있을 교정연수부 운동장으로 갔다.
협소한 공간,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굴곡, 딱딱한 바닥에 돋아난 듬성듬성한
잔디는 통 큰 화원주인이 가꾸고 있는 석부작, 바로 그것이었다.
짧은 패스와 빠른 역습을 위주로 하는 우리팀에게는 최악의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지략가 ‘제발양’ 양현식 코치가 롱패스와 간결한 게임운영을 주문했다.
17:30 마침 교육을 와 있던, 축구동호회를 처음 만들었다는, 이제는 돌아가 오름 다니
는 ‘레전드’ 강영근 계장님이 힘내라며 우리를 보신탕집으로 이끌었고 숙면용으로 소주 10
여병을 주문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강영근 계장님 주최 만찬! 이거 먹고 경기때 빨랑빨랑 뛰어 나려불라~>
Ⅱ. 예선을 통과하라
# 대 중앙지검, 호적수를 만나다
119명:1,040명. 직원수만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예선 제1경기 서울중앙지검>
그러나 축구는 숫자로 하는 게 아니었다. 중앙지검의 견고한 수비와 탄탄한 허리에 우리팀
의 공격진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들도 쉽게 우리 조직력을 허물진 못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전반 10분, 라이트풀백인 내가 오른쪽 패널티박스 벗어난 부근에서
상대편 레프트윙과 부딪히며 파울을 허용했고, 중앙지검의 ‘터프가이’ 김수호 계장님이 오
른발로 감아찬 프리킥이 골로 연결됐다. 내 탓이었다.
0:1. 지고 있었지만 우리팀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했다. 우리는 강한 팀이었
다. 5분 후, 우리팀이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날쌘돌이’ 강보윤 실무관이 중앙선 부근에서
프리킥한 공이 상대편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다 다시 골키퍼를 맞고 들어간 것이다.
후반전, 여세를 몰아 역전을 시키려고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1:1 무승부.
다시 만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팀이었다.
<얼굴에 찹쌀가루를 뒤집어쓰고 출전했던 만회골의 주인공 강보윤 실무관>
# 대 수원지검, 실전은 연습과 다르다
예선 두 번째 경기는 주경기장에서 수원지검과의 일전이었다.
<예선 제2경기 수원지검과의 경기에 앞서>
수원과는 지난 번 경기취소 때 친선경기를 했는데 우리가 1:2로 졌었다.
경기시작 5분여 만에 우리 수비가 일순간 무너지며 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만회골은 오래지
않았다. 세살 때 잊어버렸던 패스에 눈을 뜬 ‘럭셔리’ 고 수사관이 상대진영 깊숙이 침투하
던 ‘부강쇠’ 부경용 실무관에게 전진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받은 부 실무관이 패널티박스 안
에서 한 번 접는 순간,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일각의 지체함도 없이 주심의 호각이 울렸다. 패널티 파울이었다.
‘내불라말이지’ 장용목 수사관이 지난 대회 패널티킥 실축의 기억을 떨쳐버리며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1:1 동점.
<뇌진탕 증세를 이겨내며, 유회전 킥의 달인,홍탁! 정호정 수사관>
하지만 동점인 상황도 오래 가진 않았다. 다시 한 번 ‘럭셔리’ 고 수사관의 킬패스가 최전방
에서 질주하던 ‘간세다리’ 정봉준 수사관에게 정확히 전달됐고 정 수사관은 달려나오는 골
키퍼의 키를 넘기는 재치있는 슛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2:1 스코어를 뒤집기
에는 수원에게 시간도 체력도 없었다. 2:1 승.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Ⅲ. 이제부터 진검승부다
# 대 대전지검, 영원한 승자는 없다
준결승 상대는 B조 1위로 올라온 지난 대회 우승팀, 대전지검이었다.
<프리킥은 내가 찬다.. 모두가 내불라말이지..~ 장용목 수사관>
장소는 주경기장. 조2위로 올라간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주경기장 같은 정규구장에서
라면 어떤 팀이라도 두렵지 않았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상대팀이 아니라 경기외적인 조
건들이었다. 명불허전, 장신공격수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팀이었다.
그러나 크로스가 연결되지 않는 장신공격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전반이 끝날 무렵, ‘내불라말이지’ 장 수사관이 전달해준 공을 ‘간세다리’ 정 수사관이 골대
앞에서 밀어넣었다. 1:0.
후반전,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대전지검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자멸했다.
1:0승. 이제 결승이다.
# 결승, 다시 중앙지검을 만나다
예상대로 중앙지검이 올라왔다.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망의 결승전! 서울중앙지검과의 혈전을 앞두고>
전반 10분 무렵, 우리팀이 해를 안고 싸우는 약점을 간파한 상대편 공격수가 아크정면에서
중거리슛을 날렸다. 다행히 골대를 맞혔지만 순간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후반들어 우리팀이 체력의 우위를 점하면서 경기를 주도해 나갔지만 골로 연결시키진 못했
다. ‘바람돌이’ 김 수사관을 수비로 내려보내면서 약해진 공격력이 아쉬웠다.
<누가 이를 50대라고 하던가? 오른쪽 돌파하는 '부강쇠' 부경용 실무관>
혈투였다. 연장전까지 가며 70분간 싸웠지만 0:0. 남은 건 승부차기였다.
<승부차기! 여기까지 와서 무너질수 없다.>
중앙지검 첫 번째 키커가 성공하고, 우리팀 주자인 ‘촌철살인’ 양홍선 수사관의 킥이 골키퍼
발을 맞고 나오며 0:1. 우리팀은 겨울철에 에어컨을 견 것 같이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중앙지검 2번 키커의 공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오는 순간 우리도 튀어
나가며 환호했다. ‘럭셔리’ 고 수사관이 럭셔리하게 우리팀의 첫 골을 성공시켜 1:1 동점.
기사회생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팀의 수문장 ‘조들맨’ 권재현 수사관이 낮고 빠르게 구석으로 오는 세 번째 킥을 몸을
날리며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냈다. 영원히 제주지검 골키퍼로 못을 박는 순간이었다.
<조들맨 권재현 수사관의 선방 순간>
‘날쌘돌이’ 강 실무관이 침착하게 넣어 2:1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네 번째 키커, 둘 다 성공. 3:2. 승리의 여신이 법화산 정상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중앙지검의 마지막 키커가 성공시켜서 3:3 동점인 상황, 이제 남은 건 ‘내불라말이지’ 장 수
사관이었다. 정확히 인사이드로 오른쪽 구석을 향해 밀어 넣는 순간 골키퍼는 정말로 내불
었다. 아니 내불 수밖에 없었다.
우승이었다.
Ⅳ. 가슴에 별을 새기다
# 우리는 챔피언
‘와아’하는 소리와 함께 운동장 한가운데 선수와 응원단이 한덩어리가 되어 얼싸 안았다.
애향운동장에서의 헬쓰, 사라봉 산악구보, 일중 야간 슛팅연습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이제 알 것 같다. 왜 기뻐도 눈물이 나오는지를.
<와 ! 우승이다. ~>
시상식. 우리팀 전원이 단상에 올라간 후 선수단을 향하여 인사를 하자 전 선수단이 진정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우리도 이번 대회를 위해 열정을 불태운 다른 팀들에게 모두
다같이 승리했음을 뜨거운 박수로 말해 주었다. 총장님의 격려사처럼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는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우승기 깃발 흔들기 전문가 ! 제주지검 축구동호회 공보관 강창훈 수사관>
# 금의환향
19:40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지만, 보면 열 뻗치는 서울의 도로에는 변함없이
차들이 뻗치고 있었다. 이건 뭐, 우승도 했겠다 느긋한 기분으로 금의환향해 볼까 했더니
서울의 달 밑에서 축하연을 해야 할 판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19:20분까지는 티켓팅을 해야 하는데 김포공항 바로 앞 신호등에서 19:20분에 걸렸다.
항공사 데스크는 통화도 되지 않았다. 끈끈한 ‘코리안 타임’의 전통에 기대를 걸어볼 밖에.
내리기 전 제주지검 축구부 최고의 준족을 준비시키고 19:25 도착과 동시에 투입시켰다.
마감 전 골인이었다. 다시 한 번 감격했다.
비행길. 광주쯤 하늘에서 FIFA U-20 여자월드컵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일궈낸 국가대표
임선주 선수를 우연히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승리의 여신이 주는 우승 보너스였다.
휴가를 맞아 고향인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간다는 임선주 선수는 우리의 사진촬영에
기꺼이 응해 주었고, 제주지검 축구동호회 카페에 가입할 것을 약속했다.
곱상한 얼굴에 고운 마음도 국가대표급이었다.
<국가대표 임선주 선수와 비행기 안에서 찰칵~>
제주공항에는 우승팀이 카퍼레이드는 못할지언정 택시타고 오게 할 수는 없다는, 자리젓
같은 것들을 멀리하여 건강이 좋아지신 정남수 총무계장님이 미니버스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시내로 들어오는 길. 실루엣으로 펼쳐진 한라산 위에 미리내가 흐르고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거기서 성긴 별들을 건져다가
우리팀 유니폼 가슴에 하나씩 새겨넣어야 겠다.
Ⅴ. 예선에서 우승까지, 그 위대한 여정의 기록
○ 선수단 인원 : 20명
○ 이동한 거리 : 총 2,378Km
(비행기 5회 - 1,983Km, 카훼리 1회 - 108Km, 버스 6회 - 299Km)
○ 사용한 근육테이프 총 길이 : 61m
○ 총 비용 : 942만원
<위대한 여정 끝에 쟁취한 우승컵>
P.S. 이번 대회에 직접 오셔서 격려를 해 주시고, 특히 우리팀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여비를 보태주신 총장님에게 이 글을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동호회 활성화를 위해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우리청 이건리 검사장님, 김주선 차장검사님과 안창환 국장님을 비롯한 간부님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또한 대회를 연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많은 고생을 하신 수원지검 윤재필 강력부장님
과 김정환 수사관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선전을 포함한 이번 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검찰축구동호회 여러분, 여러분이
있어 프로스컵이 빛날 수 있었습니다. 프로스컵으로 인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검찰인이여, 영원하라!!!
P.S. 이 자리를 빌어 프로스컵의 발전을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정기적으로 검찰 한․일전 축구대회를 하고 있는데 그 대표로 매회 고정 출전하는 상비군이
아닌 프로스컵 우승팀을 보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면 많은 축구동호인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프로스컵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
라고 확신합니다. 프로스컵의 발전이 곧 검찰의 발전이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첫댓글 꼭 우승이 필요한건 아니지만~.............축구에대한 열정! 그리고 올라운드 플레이! 조직력만큼은 검찰팀에게 배워야 할듯^^ 우승 축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