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비에 별 피해 없으셨죠?
아무쪼록 큰 피해 없기를 빕니다.
요즘 장마철이라 밤에는 무척 덥죠? 저는 밤에 자면서 딸내미를 안고 자는데요. 어제는 너무 더워서 딸내미를 옆으로 좀 밀쳤습니다. 너는 그쪽에서 자고 아빠는 여기서 자고...^^*
이 말을 들은 딸내미가, "아빠, 아빠가 안 안아주면 나 삐진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하는 말이, "삐지는 것은 위험하니, 삐지지 말고 삐쳐라. ^^*"
"아이 참, 아빠가 안아주지 않으면 나 삐진다고오~~!" "그래, 삐지지 말고 삐쳐! ^^*" "무슨 소리야... 흥, 아빠, 미워!!"
흔히, "성이 나서 마음이 토라지다"는 뜻으로 '삐진다'고 합니다. 너 때문에 삐졌다, 그만한 일에 삐지면 되니? 처럼 씁니다.
이때 쓰는, '삐지다'는 잘못된 겁니다. 성이 나서 토라지는 것은 '삐지'는 게 아니라 '삐치'는 것입니다.
'삐지다'는,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내다."는 뜻으로, 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처럼 씁니다.
그래서 제가, 딸내미가 삐진다고 했을 때, "삐지는 것은 위험하니, 삐지지 말고 삐쳐라."라고 한 겁니다.
세살배기 어린아이에게 좀 어려운 말인가요? ^^*
아침에 나오며 딸내미와 뽀뽀하고 헤어진 지 채 1시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보고 싶네요. 오늘 하루 어떻게 일하죠? ^^*
우리말123 ^^*
보태기) '삐치다'에는, "글씨를 쓸 때 글자의 획을 비스듬히 내려쓰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더 이상’이 아니라 그냥 ‘더’ ]
그동안 편지를 통 못 보냈습니다.
농사철이라 좀 바쁘네요. ^^*
그러면서도 저녁에는 뭔가를 열심히 홀짝거리고...
덕분에 오늘 아침도 버스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습관적으로 벼룩시장을 집어들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틀린 말이 수두룩하더군요. ^^*
그 중 하나가,
‘학교폭력,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여기서 ‘더 이상’을 좀 짚고 넘어가죠.
‘더’는
‘더 들어보자, 한 번 더 만나자, 돈을 좀 더 내라’처럼
동사 앞에 나와서
계속하여, 거듭하여, 그 위에 보태어 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근데 어느 날부터인가,
‘더’뒤에 ‘이상’이라는 ‘이상한’단어를 혹처럼 덧붙여서 쓰고 있습니다.
이상(以上)은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을 뜻하는 명사로,
혼자서도 제 노릇을 잘합니다.
괜히 ‘더’ 뒤에 붙여서 흐리멍덩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더’도 혼자 잘 놀아요.
괜히 뒤에 이상한 ‘이상’을 붙일 필요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폭력,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그냥,
‘학교폭력, 더 방치할 수 없다’로 바꾸면 됩니다.
‘더 이상’이 아니라,
그냥 ‘더’입니다. ^^*
날씨가 참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보태기) '방치하다'는, 放置[ほう-ち]라는 일본어에서 온 말로, 국립국어원에서 '내버려두다', '버려두다'로 순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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