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PL이 소란스럽다. 축구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말들이 나와서 더욱 시끄럽게 느껴진다. 프리미어리그를 등지고 프리메라리가로 전격 이적한 반니스텔루이는 프리미어리그 전체의 수준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한 데 이어, 퍼거슨 감독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고, 첼시에서 아스날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갈라스는 '자책골 파문'을 일으키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드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반니스텔루이를 보자. 그는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서 존립했던 선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04/05 시즌까지의 이야기다. 05/06 시즌의 반니스텔루이는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21골을 집어넣는 성과를 낸 선수가 바로 반니스텔루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퍼거슨 감독과의 감정의 골이 쌓인 이유다. 반니스텔루이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최소한의 득점을 제공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족하지 못한 퍼거슨 감독의 플랜에는 어느새 루이스 사하가 퍼스트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반니스텔루이는 그를 원하는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감행함으로써 맨유와의 이상 기류가 있음을 온몸으로 노출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퍼거슨 감독에 대한 불만을 인터뷰를 통해 표출했다. 물론 이미 지난 시즌 칼링컵 결승전에서 보여준 일종의 '퍼포먼스'는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회자되는 일대 사건으로서 떠올랐던 전례가 있다.
퍼거슨 감독은 칼링컵 우승이 확실시되던 순간, 몸을 풀던 반니스텔루이에게 교체 투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새롭게 영입된 비디치와 에브라를 교체 투입하며 반니스텔루이에게 몸만 풀고, 정작 경기에는 사하에 밀려 나서지 못하는, 그야말로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이다.
벤치에서의 오랜 기다림은 반니스텔루이에게 애당초 맞지 않는 포지션이었고, 결국 루이스 사하-웨인 루니 투톱을 선호하던 퍼거슨 감독을 등지고 올드 트래포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아노 로날두와의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구단에서 화해를 요하는 와중에, 퍼거슨이 로날도의 편을 들었다는 소문은 이미 서로에게 있어 넘어설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했다.
갈라스의 경우는 좀 다르다. 반니스텔루이와 마찬가지로 EPL에서. 정확하게는 첼시에서의 5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수비수로 군림해왔지만, 한 두 명과의 단편적인 감정대립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무링요 감독과의 개인적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무링요 감독과도 좋지 못한 관계에 이른 것은 사실로서 받아들여진다. 무링요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포지션적인 문제로 몇 차례 마찰을 빚어온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링요의 모든 플랜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던 만큼 신임을 얻고 있던 갈라스가 이러한 행보를 지속하는 것을 보면, 역시 분명한 그 외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갈라스는 정확하게는 무링요가 아닌 '첼시'라는 팀 자체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첼시의 단장인 피터 케년은 에쉴리 콜의 영입을 위해 갈라스를 활용함으로써 갈라스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천명한 것만 봐도 그렇다.
갈라스는 사실 05/06 시즌 이후로 새로운 도전을 위한 행선지로 세리에 A의 팀들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승부조작이라는 예상외의 철퇴가 그에게 있어 의외성으로 자리 잡았고,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오던 AC밀란, 유벤투스와의 연결의 선도 자연스레 끊어지게 되었다.
결국 잔류와 새 팀으로의 이적의 갈림길에 직면하는 갈라스는 에쉴리 콜과의 스왑딜에 포함되 정들었던 스템포드 브릿지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후 06/07 시즌 개막전에 자신을 출전시키면 자책골을 넣거나 고의적인 퇴장을 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축구팬들에게 놀라움을 제공했다.
물론 그러한 보도가 100%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다소 곤란하다. 갈라스도 입장을 분명히 하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그러한 이야기는 첼시의 수뇌부가 만들어냈다고 언급할 만큼 둘 사이가 좋지만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사실, 반니스텔루이가 올드트래포드에 도착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부상이라는 암초가 그의 EPL행을 막았기 때문에. 하지만 퍼거슨은 그를 진정으로 원했고, 기다려주었다. 결국 그를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로 만들어내면서 서로에게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왜 그들의 결말은 아름답지 못했을까.
갈라스는 첼시의 수비라인에서 존 테리 이상의 영향력을 보여주었고, 지난 시즌 첼시의 우승에 가장 커다란 활약을 보여준 선수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 이적 이후 무링요 감독이 그를 떠나보낸 피터 케년 단장을 향해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갈라스가 사랑하던 첼시가 그들의 수뇌부로 인해 중요한 인재를 잃게 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진실은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퍼거슨의 축구화-킥으로 이마를 찢었던 베컴이 그랬던 것처럼 반니스텔루이도 맨유에 대한, 퍼거슨에 관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을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갈라스가 아스날에서 새 역사를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축구적인 '사랑'을 나누던 그들이 축구 외적인 '이별'을 고하게 된 상황. 과연 그 이별의 수혜자는 누가 될 것인가. 새로운 사랑에 빠진 레알 마드리드와 아스날은 반가운 이들과의 만남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우리가 지켜볼 이 재미있는 스토리는 축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여전히 진행 중이다.(펌글)
2.운동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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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조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