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0일-11일
홍천강 모곡 강변 바람이 억수로 차갑다.
영하 23도 엄동 설한에
오늘밤 나의 생명줄인 미니 온수 보일러가
추운 날씨 땜시 동사 해 버렸다.
새벽 2시 30분
텐트고 침낭이고 전부 홍천 강변에 집어던지고
오직 이 엄동 설한에 얼어 죽지 않으려고
모텔 305호실을 찾야 줄 행량을 쳤다.
나는 결심했다
이제 미니 온수 보일러와는 이혼하고
차량 보조 밧데리양과 조만간에 재혼이라도 해야 겠다고~
아무튼 이번 투어 코스도 잛은 코스는 아닌듯 .
경기 광주 출발 ->팔달댐 양수리 드라이브 -> 다산 정양용 유적지 여행 -> 청평댐 남단 드라이브 -> 홍천 서면 모곡 강변 투어 -> 춘천 남면 이름모를 산골 비포장도로 투어 -> 춘천 소남이섬 강변 투어 -> 문배마을 고개 에서 강청 구곡폭포코스 투어 -> 가평 자라섬 -> 청평댐 북쪽 드라이브 -> 경기 광주 곤지암 도착.
올 한해 모두
우야든동 즐겁게 사이소~!
===========================================================================================
이하 여행 후기는 함께한 오프로드 캠핑에 돌쇠님이 기록한 후기 입니다.
참고 하이소~
2009년 1월 정모. 1월 10-11일 강원도 홍천 일대.
참석자 : 델타, 마스타, 안츠, 마음에 여유, 애마투, 오지주방장, 화린, TNT, 하늬, YS, 돌쇠, 갤포스, 고월, 하이루, 담스 , 날으는 돈까스, 큰옹아, 사이언, 하이디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어느 죽음만큼
이 세상의 길이 아득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달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맥산맥 쪽으로 뻗어간다.
그러나 굽이굽이 삶은 길을 에돌아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기고 서서 견디노라면
먼 산이 너무 가깝다.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얼어붙은 홍천강에 차를 올리며 누구보다도 앞서 얼음의 한계치를 실험하는 케이티님을 보며 문득 고은의 '문의마을에 가서'를 떠올렸습니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무덤으로 받는 것을
끝까지 참은 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본다."
익산에서 서울로 터전을 옮긴 때가 대학을 마치고도 한참이 지난 젊은 시절의 어디쯤이었다죠. 그리고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치열한 삶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내. 그의 유라시아 대장정을, 레인포레스트를, 그리고 은유자적하는 삶의 여유를 저는 무척이나 부러워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가 얼음 언 강에 차를 올리고 고요히 섰습니다.
정모를 참석하겠다고 먼 곳에서 날아왔는데 하필 고국은 올 겨울 최대의 한파랍니다. 기어이 고뿔이 들린 그는 한 밤을 시름시름하고나서도 끝내 이곳 정모지에 서 있습니다.
"지난 여름의 부용꽃인 듯
어쩌면 가장 겸허한 정의인 듯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은 다음 우리 모두 다 덮을 수 있겠느냐."
지난 달까지도 맨살 그대로의 물결을 우리에게 보였던 홍천강은 두꺼운 격벽을 쌓은 채 단절을 고했습니다. 물이 언제까지나 물 그대로일 수 없고, 얼음이 항상 얼음일 수 없음을 보이는 삶의 순환 위에 고뿔들린 케이티님이 몸을 올려놓고는 한참을 가늠합니다.
일행이 사이트를 구축하고 마스타님, 큰옹아님, 날으는 돈까스님의 노고로 빚은 어묵국을 훌쩍일 때 특공님이 나타났습니다. 멀리 호주 시드니의 교민 오프로드 클럽 '네발로'의 회원입니다. 돌쇠와 연이 있던 차에 한국 출장 기간과 오씨 정모 일정이 맞아 잠시 방문하였습니다.
자신의 첫 차와 동일 차종인 마스타님의 랜드로버에 시선이 끌렸습니다.
추위를 피해 텐트 안에서의 대화.
돌쇠가 제 한 몸 챙길 장비와 부식을 실어온 탓에 변변한 대접을 못한 채 돌려보낸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 뒤의 사진은 오씨 모임에 처음 나오신 하이디님. 추워지면 볼이 하이디처럼 빨개진다 하여 하이디란 대화명을 쓴다지요. 부리부리한 눈이 참 호감을 주었던 사내입니다.
한밤의 정담. 마스타님이 협찬하고 날으는 돈까스님이 제공하신 바비큐 덕에 한것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밤사이 오한으로 고생하던 케이티님은 인근의 찜질방을 찾아 떠났고, 여름침낭에 보일러 호스를 붙여 추위에 대비하던 오지주방장님은 보일러 고장으로 옆 동네 여관을 향해 떠났으며 하이디님도 일요일 일정을 위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 사이 멀리 부안에서 하이루님이 도착했고 마음에 여유님이 도착했으며 1시 넘은 시간에 담스님이 당도하였습니다.
삼삼오오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알싸한 날에 조금은 조용하게 추위와 대면하는 즐거움도 쏠쏠한 까닭이지요. 텐트 안에서 뿜는 숨결이 곧 서리로 맺히는 이 독특한 혹한에서는 공기가 온통 뾰족해져서 피부를 자극합니다.
약간은 통증같은 한기를 느끼며 혼자 있는 이 시간을 위해 나는 지난 몇 주를 열심히 일했으며, 지난 몇 시간을 애써 달려왔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추위가 지배하는 낮 가까운 아침.
차 안에 둔 20L 물통은 꽁꽁 얼었고 오로지 아이스박스 안에 넣은 식수만이 건재합니다.
공기가 차갑냐고요? 이 분들의 표정을 보고 짐작하세요.
진짜 추웠냐고요? 이 분들의 복장을 보고 판단하세요.
두툼한 외투를 입은 돌쇠의 모습이 무슨 로보캅 같기도 하고 뒤뚱거리는 돼지 같기도 합니다만은 덕분에 따뜻하기는 했습니다. 친척의 선물임에도 가슴팍에 새긴 성조기 나부랭이 때문에 오래 묵혔다가 입어본 놈인데 보온효과는 작살입니다.
정모의 절정, 단체 사진 박기.
쟈들 보래요~내 말 한 마디에 기냥 일렬집합이야요.
정모진행을 위해 시종 애써주신 하늬님.
하늬님이 극찬하는 문화예술인 TNT님의 포스 작렬.
조만간 TNT의 뷰파인더에 잡혀보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뭐가 그리 기쁜겨?
출발을 위해 대열 정비.
강이 얼어서 강변을 따라 소남이섬 방향으로 진행해보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곧 길은 막히고
선두에 선 하늬님의 바퀴가 얼음에 빠진 것을 신호로 더 이상의 진행이 무리라고 판단,
한덕리 임도길을 넘어 소남이섬에 닿았습니다.
언제 와도 아름답고 포근한 소남이섬이었건만 이젠 황폐한 자태로 맞습니다. 사막 적응 훈련을 했던 그 모래사장은 다 어디 가고 자갈만 가득합니다.
라면으로 점심을 준비하는 사이
애마투님은 얼음구덩이에서 사투를 벌이더니 자력 탈출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그러셨습니다. "애마투는 길 보는 눈이 있는 아이"라고. 그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습니다.
라면이 되기 전까지 막간을 이용해서.....왠지 갤포스님에게 할당되는 부위가 훨씬 작아보이지 않나요? 나눠주는 이의 표정도 비장하고요.
이건 황홀경일까요, 뜨거운 것일까요?
많이 먹다 죄 받는 이의 표정일까요? 히히.
왜 난 이 대목에서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나 밀레의 '만종'에서 느끼는 경건함을 엿보게 되는 것일까요. 추위와 허기 속에서 접하는 이 호빵 한 조각의 신성함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늘 무엇을 베풀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하늬님이 선사한 선물이었습니다.
이제 라면 점심도 무르익고.
점심 후 다시 문배마을 가는 임도로 오르기 위해 소남이섬을 떠납니다.
벌판을 달리는 이 장엄한 차량의 행렬을 접하면 늘 꿈에 빠집니다. 이들과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달리고 싶다. 얼마를 달려도 결코 지평선의 끝을 확인하지 못하는 그런 넓은 광야를 달리고 싶다고요.
올 여름 호주 대륙횡단이 끝나면 내년에 많은 오씨 식구들과 일주일 짜리 몽골 탐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땐 인원 제한 없이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배마을 올라가는 길.
추위 속에 반질반질한 눈길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간밤 추위 때문인지 사륜이 들어가지 않는 차들이 속출하고 언덕길에서 진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늬님은 사륜이 작동하지 않아 체인의 힘을 빌어 끝까지 진행해 보려 하였으나 휠하우스 공간 부족으로 체인을 장착하지 못하고 하이루, 큰옹아님과 함께 회차하여 반대편에서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는 하늬님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길을 오르고
이렇게 길을 맺었습니다.
1박2일 짧은 여정이었습니다만 같이 추워하고 같이 미끄러지며 함께 한 시간들이었기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사람의 삶은 결국 기억의 총량으로 평가된다는 돌쇠의 지론에 따르면 오늘도 소중한 기억 한 덩어리를 가슴에 담았으니 값진 삶을 산 셈이지요..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비록 참여하지 못하였으나 늘 마음은 함께라는 모든 분들께 이 아름다운 기억을 나눠드립니다.
첫댓글 아무튼 1박2일 동안 부실한 순정 차량으로 졸졸졸 따라 뎅기느라 억수로 고생했습니다만 오랫동안 기억에 맘을만한 여행 이였습니다.
오지주방장(조재택)님 암튼 수고하셨습니다..
ㅋㅋㅋ와 신나겠다...장비와 차가 없음 무리겠죠?ㅋ 암튼 재밌었겠어요...ㅎ
대단하십니다..^^ 즐기는 여행 느끼는 여행 좋잖아요.~
으 보기만 해도 덜덜덜`.... 암튼 거우셨네요,,돈주고 하라혀도 낸 몬햐,,,
생각만으로도 온 몸의 한기가 쏴~아 하내요. 겨울 여행과 눈은 좋아도 추운건 아주 싫어서 잔득 움츠리고 있는데...돌쇠님의 후기글이 어느틈엔가 온 몸을 꿈틀거리게 하내요. 오씨 대단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