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해마다 겨울이면 여행을 가게 된다. 그런데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봄을 마중하러 가는 것 같았다. 가는 날이 입춘이고 남도 지방의 아름다움이 산재해 있는 여수를 가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진영공설운동장에서 만나서 사천 만남의 광장으로 갔다. 거기서 진주에서 오는 박○○ 회원과 합류하기로 하였다. 우리의 여행은 늘 참석하는 회원만 참석하는 관계로 동참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잠재해 있다. 역시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다. 현직에 있는 분의 참석이 저조한 것을 가슴 한 구석에 숨겨 두고 두 대의 차에 분승하여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섬진강 휴게소를 지나 진월로 들어가는 국도를 따라 우리는 이순신 대교를 만났다. 대교를 지나면서 차속에서 포스코의 모습을 보았다. 넓은 대지에 들어선 이 회사의 웅장한 모습은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전망대에 도착해 이순신대교의 장엄함을 스마트 폰에 담고 일행들이 함께 사진 촬영을 했는데 두 분 형님이 늦어 한 살이라도 젊은 우리들끼리 찍기도 하였다. 두 분은 늦게 온 관계로 따로 대교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였다. 두 분의 우정이 더욱 돈독했으리라
만성리 해수욕장에 도착해 겨울바다의 청아한 느낌을 받으며 이 곳의 유명한 식당 두부마을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다음은 여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인 오동도로 갔다. 여수 앞바다에 1Km 정도 떨어져 있는 섬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오동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해서 오동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동나무는 볼 수 없고 하늘을 덮을 정도로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어릴 때 연을 만들 때 쓰던 작은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수에서 엑스포가 열렸던 자리를 눈으로 보고 오동도 입구에 들어서니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었다.
노구를 이끌고 온 안 대감을 위해 오동도로 오가는 동백열차를 타자고 하니, 모두가 걸어가는 것이 좋다고 해서 산책하듯 걸어갔다. 멋지게 장식된 벽면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쇠면서 주변에 있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오동도 입구에 도착해 동백나무숲이 우거진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동백나무숲이 많이 우거진 자리에서 우리는 오동도에 온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창원에서 온 젊은 친구들의 덕분으로 모두 한 자리에 서게 되었다.
사진 촬영 후 산책길 따라 걸어가니 용굴이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을 보려고 약간 경사진 길을 걸어 내려갔다. 전설이 있는 오동도의 용굴은 안으로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동굴 속을 보고 싶어 고개를 내밀지만 높은 해식절벽들은 위험해 발을 잘못 내디딜 경우 큰일을 낼 것 같다. 용굴을 구경하고 다시 산책길을 걸었다. 길가에는 시인들이 쓴 시들이 동백나무 숲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빚어내기도 하였다.
동백꽃
허승호
요, 가시네 바람났네
부풀대로 부푼 젖가슴 좀 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대낮같이 풀어 헤쳤네
물오른
저, 젖꼭지 좀 봐
다문다문 일렁이는 불처럼
너를 향한 마음 좀 봐
봄을 향한 마음 좀 봐
이어서 간 곳이 오랜 세월 동안 오동도를 지켜 왔던 등대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내려와 동백나무숲을 지나 대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대나무는 이순신 장군께서 전시에 사용할 화살대를 만들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대나무 숲을 지나 선착장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오동도 관광! 실로 오랜만에 걸어보는 것 같다. 몇 번 왔다간 기억은 있지만 이번처럼 여유롭게 걸어본 기억은 없다. 확실한 기억은 1980년대 초반에 큰 아이를 안고 동료들과 걸었다는 것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오동도 관광을 마치고 진남관으로 갔다. 우리 차는 진남관 주차장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겨우 찾아 주차를 해 놓고 망해루를 지나 진남관으로 들어가는 중심문인 통제문을 들어서니 웅장한 자태가 위용을 자랑한다. 이것이 진남관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지휘소로 사용한 진해루가 있던 자리에 1599년(선조32년) 통제사 이시언에 의해 건립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화재로 불탄 것을 1718년(숙종44년) 전라좌수사 이제면이 이순신 전사 120년이 되는 해를 기려서 다시 세운 것으로 국보 제304호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으로 통영의 세명관에 비해 규모가 크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지방관아 건물 중에서 가장 크다. 전남관 입구에 있는 임진왜란 관련 유물 전시관에는 시간 관계상 관람하지 못했다.
진남관 관광을 마치고 돌산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16시 30분이었다. 돌산 공원에서 바라본 여수시가의 모습은 다른 도시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공원 중앙에는 ‘여수타임캡슐1999’ 있었다. ‘매실 : 1999.10.15. 개봉 : 2098. 4. 1’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모두들 ‘2098.4.1.’이라는 숫자에 관심이 갔다. 그때 우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저녁에 다시 올라와 케이블카를 탄다고 예정되어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회포를 푸는데 어찌 택시를 타고 올라오고 하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케이블카를 탑승하게 되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여수는 정말 아름다웠다. 여수시가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오밀조밀한 섬들의 풍경은 우리들의 입맛에 맞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케이블카 안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고 바쁘게 셔터를 눌러대기도 하였다. 거북선 대교의 위용도 볼 만했다. 야경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돌산공원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자산공원에 도착했다.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오동도의 멋을 말로 표현해도 될까.
여수의 자랑인 케이블카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예약한 숙소에 가 차를 정차해 놓고 연육교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맛있는 회를 곁들여 소주로 여행의 기쁨을 나누기도 하였다. 비가 약간 내리는 가운데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 놈의 택시는 왜 그렇게도 없는지? 겨우 차를 타고 온 나는 숙소 이름도 보지 않고 탄 집에 들러 해프닝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숙소에 들어와 안 대감이 가져온 발렌타인 17년산 양주를 마시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였다. 술이 들어가니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자 자주 듣던 말씀이 들렸다. ‘어디 아푸나’ 등등 이야기가 나왔으나 재미있는 이벤트가 없어서 노래방이라도 가자고 해서 노래방을 찾으러 필자가 문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숙소와 조금 떨어진 노래방을 확인하고 방에 들어오니 그 사이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노래방 가는 것은 취소가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쌍화차’이야기가 나와 휴지 박스에 적혀 있는 다방에 전화를 하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마시는 쌍화차! 모두들 추억에 젖어 있었다. 요즘에는 다방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쌍화차 한 잔을 마시고 나서 각자 내일을 위해 숙소로 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우리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 중앙선어시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식당을 찾을 수 없어 현지인에게 물었다. 먹자골목에 들어서니 음식점이 즐비하게 있었다. 우리는 정면으로 보이는 서울 해장국 집에 들어가 콩나물국으로 배를 채우고 이순신 광장에 나와 ‘이순신과 여수 이야기’를 대충 훑어보고 다음 행선지인 ‘손양원 목사 순교 기념관’으로 갔다. 이곳에서 그분의 삶의 흔적을 살펴보고 우리는 순천 국가정원으로 갔다.
이곳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는데 모두들 경로우대로 입장했는데, 필자와 노선생만이 돈을 지불하게 되었다. 총무 왈 입장료 내고 구경할 때가 좋은 때라고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의 나이가 적지 않음을 실감했다. 필자는 호적에 한 살 적게 등재된 관계로 무료로 입장하지는 못했다. 순천국가정원에 들어가 이곳저곳 구경하기도 하였지만 봄이 오면 정말 볼 만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삶에 바빠 쫓기듯 관광을 하다가 이젠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음미하면서 관람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꿈의 다리’를 건너서 관람차를 타고 여러 가지 공원을 구경하고 13시 31분에 이곳을 떠나 안동소고기 국밥집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사천 만남의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 정차해 놓은 내 차는 고요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주차비를 받지 않았던 곳인데 무려 14,500원이나 나왔다. 4월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박○○은 진주로, 우리는 진영공설운동장으로 질주해 와 모두 헤어졌다. 이번 여행은 어느 학급의 급훈처럼 알차게 보냈다.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빈다.
첫댓글 좋은 글에 좋은사진에 늘 좋은 여행기 올려주는 손명규님 늘 감사, 감사 드힙니다
총무님의 잘 생긴 얼굴 올린다고 신경썼구먼요. 댓글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 녹슬은 머리 기름칠 한 번 했지요. 조회가 95명이나 되네.
할배들이 늦게나마 고향 다녀온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드는 건
나만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