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위도 망월봉]
○일자 : 2010. 7. 10.(토요일)
○장소 : 망월봉(전북 부안군 위도면)
○참석 : 향산회원 12명(모구다리 부부, 모용시기 부부, 배불뚝곰 부부, 백두대간 부부, 산고수장 부부, 요산요수 부부 )
○ 향산회
향산회원들과 함께 등산을 시작한지 7년이다. 순천에 근무할 당시 광주 친구들과 주말등산을 시작하면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면서는 광주와 서울을 번갈아 가면서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해 오다.
이번 모임은 배불뚝곰과 백두대간이 6월 말 정년퇴직을 함에 이를 기리기 위해 두어 달 전부터 기획된 모임이다. 산고수장 형수씨께서 변산반도에 있는 대명콘도를 예약하여 7월 9일-11일, 2박 3일의 모임이 성사되었다. 음식준비에는 모구다리 형수씨께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땡큐입니다. 모임 때마다 운전으로 봉사해 주는 모용식 회장 부부도 참석했다.
○ 위도
수년전 훼리호 조난사건으로, 핵폐기물 저장소 설치문제로 시끄러웠던 위도는 전라북도 부안군 서해안 칠산 앞바다에 위치하고 있다.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14km, 뱃길로 약 40분 걸린다. 섬 모양이 고슴도치를 닮아서 고슴도치 위(蝟)자 위도(蝟島)란다.
해안을 따라 일주도로가 개설되고, 배 도착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일주도로를 순환 운행한다. 7월 9일 밤 격포 대명콘도에서 1박 한 후, 7월 10일 아침 격포항을 출발하여 위도 파장금항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경이다. 등산초입인 서해훼리호 위령탑까지 가기 위해 일주 버스를 탔는데, 웬걸- 버스기사 양반 입담이 어찌나 걸쭉한지 일행 모두가 목적지를 지나서도 그냥 버스를 더 타잔다.(등산 후 하산 길에 보니 도보로 10여분의 가까운 곳이다.)
6-70년대 유명했던 만담가 장소팔 씨 못지않은 익살에 구수한 관광안내 멘트가 버스승객 모두를 감동시켜 버린다. 중간에는 명승지라고 하면서 기념촬영 기회도 주고, 직접 사진도 찍어주는 명품 가이드다. 섬 일주가 거의 된 무렵에 등산로 초입이라고 삼거리에서 내려준다. 급히 명함을 받았는데, 그 장소팔 씨 명함에 “위도버스/문화관광해설사 백은기 011-658-3875 wido100@naver.com” 라고 적혀 있다. 위도 8경을 설명해 주던 그 아저씨까지 포함해서 "위도 9경"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멋쟁이 백은기 씨 차량을 탄 것이 오늘 관광의 행운이다.
○ 들머리
장소팔 씨 만담에 녹아나 예정에 없던 산길에 내리니, 방향이 어지럽다. 10시 40분이다. 초입의 잡초 우거진 오르막길 10여분을 오르고서야 길을 잘못 들어 목적지인 망월봉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고서 되돌아온다. 반바지 차림인 배불뚝곰과 모구다리가 잡초 탓을 하며 하산하겠다고 하니 반(反)등산파인 모용시기까지 동조하고, 또 2개 분반으로 갈린다. 초지일관인 백두대간만이 망월봉을 향해 냅다 출발이다. 백두대간 싸모와 산고수장 부부가 따르는데, 우리집 싸모는 분반을 성토하더니 하산조로 합류해 버린다. 주관 없는 이 사람은 “그래도 등산하러 왔는데” 하며 맥없이 산행 길로 접어든다. 하차한 거기는 간이 육교가 있는 삼거리 부근인데, 지도에서 보니 치도리에서 진리로 가는 중간쯤으로 짐작 된다 .
○ 망월봉
들머리에서 하산조를 보내고 망월봉을 향하는 초입에 들어선 시각이 11시 10분이다. 아까의 초입과 달리 이곳의 초입 등산로는 제법 번듯하다. 그늘지고 잡초도 방해하지 않는다. 나무 가지마다 산악회 리본들이 무성하다. 10여분 만에 도제봉(해발 152m)이 나오고, 흔들다리 개들넘교까지는 그늘 속 양반산행이다. 흔들다리를 지나고서 휴식을 취한다. 장마철이고 오후에 비가 온다던데, 습기가 많아서 인지 땀을 많이도 흘렸다. 12:00이다. 여기서 망월봉까지는 0.4km, 급경사 길이다. 고정된 밧줄에 의지하며 올라가는 바윗길로 뙤약볕이 너무 작열하다.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400m 인데-, 쉬어도 쉬어도 정상은 멀다. 앞장 선 백두대간도 힘겨워 한다. 무더위에 장사(壯士)가 어디 있나-
(개들넘교에서, 뒤로 망월봉 정상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다. 12:50이다. 400m를 근 한 시간 걸리다니, 지리산 천왕봉 턱밑(중산리에서 오르는 길)보다 더 힘들게 오른 시간이다. 조그만 섬산 정상에는 걸맞지 않게 커다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해발 254m의 낮은 산인데도 급경사 길로 올라온 때문에 땀깨나 흘렸다. 우산각도 있다. 섬에 있는 산이 모두 그렇듯이 사방의 조망이 엄청 난다. 해무(海霧)로 청명하지는 않지만 마치 중국이라도 보일 듯하다.
○ 맨밥에 물 말아 먹다.
우산각에는 망원경도 있지만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그런데 점심 보따리가 시원찮다. 5인조 산행 보따리에 먹을 것이라고는 백두대간의 배낭에 든 물과 막걸리, 내가 매고 온 밥 3 봉지뿐이다. 반찬은 하산조가 배낭 째 가지고 갔다. 아침 서둘러 배낭에 밥 봉지와 상추, 내용물도 모르는 비닐봉지를 막 넣어 왔는데, 그것이 돼지고기 볶음이다. 천만다행이다. 하산조 배불뚝곰에게서 전화가 왔다. 횟집에서 농어를 먹고 있단다. 산고수장 왈 “우린 맨밥에 물 말아 먹는다”고 답장한다.
하산 길은 금방이다. 30여분에 선착장에 도착한다. 횟집에서 이빨 쭈시는 하산조와 합류하여 14:20 격포로 가는 훼리호에 겨우 탑승하다. 뙤약볕에 흘린 땀으로 온몸이 노곤하다. 잠깐 눈을 붙였나 싶은데 하선이다.
2010. 7. 13. 밤에 이 철 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