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모 사망으로 받은 ‘즉시연금보험금’…상속재산 아니다”
홍인석 기자
입력 2023.07.24. 10:1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뉴스1
부모가 사망한 뒤 받은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의 보험금은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험금은 계약 효력에 따라 취득한 재화일 뿐 부모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9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생전에 B씨는 1998년 A씨에게 3000만원을 갚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08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2015년 사망할 때까지 A씨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
B씨는 생전에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했다. 가입자가 보험료 1억원을 일시 납입하면 매월 일정한 생존연금을 받다가 만기까지 생존하면 본인이, 그 전에 사망하면 보험수익자가 원금(보험납입금)을 받는 구조였다.
B씨 자녀들은 보험수익자로 등록돼 있었다. B씨가 사망하자 2016년 보험금 3800만원을 받았다. 2017년에는 B씨가 남긴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는 조건으로 상속받는 ‘상속한정승인’을 했다. 이 경우 법원에 상속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데, 보험금은 목록에서 제외됐다.
B씨에게 받을 돈이 있던 A씨는 자녀들을 상대로 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자녀들은 상속한정승인을 했으므로 상속재산 범위를 초과해서는 변제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A씨는 자녀들이 받은 보험금이 상속재산이고, 이를 받으면서 상속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아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정단순승인은 사망한 사람 재산과 채무를 모두 상속받는 형태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은닉·부정 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서 누락하면 한정승인을 했더라도 단순승인으로 간주한다.
1·2심은 A씨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상속형 즉시연금보험도 “사람의 사망과 생존 모두를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녀들이 받은 돈이 B씨가 생전 보험사에 낸 원금(보험납입금)과 실질적으로 같다고 하더라도 법적 성격은 ‘B씨가 낸 보험료’가 아니라 ‘B씨의 사망에 따른 사망보험금’”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판례는 사망보험금을 상속재산이 아닌 보험수익자 고유 재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자녀들이 받은 돈을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 계약도 상법상 생명보험 계약에 해당한다는 점과 이에 따른 사망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