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 <꿈속의 뼈》(1980)
이 시는 참신한 감각과 실험적인 기법에 의해 밝고 경쾌한 피아노 소리를 이미지의 연상 작용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과감한 비유와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생기 있고 발랄한 피아노 소리를 눈으로 보는 것처럼 전달하고 있다. 이 시의 시상은 '피아노의 선율 → 물고기 → 바다 → 파도 → 칼날'로 연상 작용에 의해 이미지를 전개하고 있다. 그 이미지는 생동감 있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청각의 시각화라는 공감각적 심상의 표현은 강렬한 빛깔과 조형미를 이루어 한 폭의 추상화를 볼 때 느끼는 난해함과 당혹감을 준다. 이러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사이비 진술'에 의한 '낯설게 하기' 수법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는 생기 있는 피아노의 선율을 실험적인 기법으로 표현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