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18일 치러진 제13회 정기시험부터 문법·어휘·독해 영역의 시험 시간이 5분씩 줄어들어 각각 25분, 15분, 45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서울대 텝스사업본부는 이렇게 시험 시간을 줄인 이유를, 수험자의 영어실력을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월간 TEPS’ 2001년 2월호 ‘텝스 뉴스’ 참조>
텝스는 다른 영어능력 시험과 달리 ‘속도화 시험(speeded test)’을 지향 하고 있습니다. 속도화 시험은 ‘언어학적 지식’이 아닌 ‘잠재적 의사소 통 능력’을 평가하는데 적합한 툴입니다.
이는 실제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서, 학습을 통해 수동적으로 알고 있 는 언어학적 ‘지식(learning)’과 그 지식을 체화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습득(acquisition)’의 두 가지 상태를 구별하여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특정 어휘 문제를 풀 때 체화된 언어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수험자 는 문제를 본 순간 정답을 낼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수험자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정답을 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언어생활에서 ‘갑’이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sparse’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 ‘갑’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를 보통 놓치게 됩니 다.
하지만 ‘갑’은 그 단어를 모르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생각하면 그 단어를 기억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시험에 적용하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시험의 경우 ‘갑’은 sparse를 맞힐 가능성이 높지 만 시간이 짧게 주어지면 ‘갑’이 이 문제를 맞힐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시험은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속도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시험의 원칙을 견고히 적용한 예는 영어능력시험의 경우 텝스가 처음입니다. 다시 말해, 수동적으로 알고 있는 언어학적 지식과 적극적으로 알고 있는 언어학적 지식을 구별하여 수험자의 영어능력을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시험은 지금까지 텝스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