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8. 11. 07. 20:06
뿌리(정체성)를 찾는 시점.
요즘 사람들에게 족보 얘기를 하면, 지금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고리타분한 족보 얘기를 하느냐고, 내심 핀잔하는 말투다.
하기야 요즘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의 한자씩을 따서 만들어진 성도 있는 판국에 무슨 할 말 있으랴....
하지만 지금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오히려 뿌리 찾기에 열풍을 일어 키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은 먹고살만해지면 자신들의 족보를 챙긴다.
그리고 소홀했던 조상의 산소도 찾아보고 관리한다. 왜냐하면 이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도 매 한 가지다. 나라가 정치적 제도적 안정을 찾게 되면 정체성 확립에 진력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이 단순 무력의 비교 우위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건국이나 성씨의 시조에 관한 신화나 설화 같은 것이 이러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대제 시절, 유명한 시인 베르길리우스(영어로는 버어질)가 쓴 <아예 네이드 : 로마제국이 건설되는 과정을 담은 서사시 >나, 조선의 세종 때 "용비어천가"가 당시 뿌리 찾기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19세기말, 영국의 대대적인 "영국학 붐 조성이나 20세기 초, 세계 최 강국으로 등장한 미국이 펼친 "미국학" 지원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집요한 "동북공정"이란 문화정책도 이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정신문화원이나, 민족문화 추진위 등을 구성하고 최근에는 한국학 및 "한국 브랜드"관련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것도, 우리도 얼마간은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맞아, 이제 정체성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창덕궁 성정각(昌德宮誠正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