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57)>
매관매직(賣官賣職)
팔 매(賣), 벼슬 관(官), 매관이라 함은‘벼슬을 판다’라는 뜻이고, 팔 매(賣), 직분 직(職), 매직이라 함은‘자리를 판다’라는 의미이다 . 따라서 ‘매관매직’은 “돈을 받고 벼슬이나 자리를 파는 것”을 말한다.
매관매직을 하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된다. 청렴이 국가나 사회를 버티어 주는 기둥인데 이 기둥자체가 매관매직으로 인하여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후진국일수록 매관 매직이 성행(盛行)한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사립학교의 교사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사학재단에 일정금액을 헌납하고 교사 자리를 얻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립대학교 교수자리 얻는 것도 매 일반이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후,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공천 받는데도 헌금(獻金)이라는 명분하에 거액의 공천헌금이 상납되었다. 이렇게 자리를 산 사람들은 자리 값을 뽑기 위하여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주사에서 사무관 승진시키는데도 거액의 금전상납이 이루어져 형사사건화 되기도 했었다.
기업의 경우에는 최적의 직원을 임용하여 최대의 이윤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주가 돈 받고 자리를 파는 예는 드물다. 그러나 공적기관에는 주인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리를 놓고 이익을 챙기는 부정한 무리가 발생하기 쉽다.
매관매직과 정실인사(情實人事)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개경쟁시험(公開競爭試驗)을 통하여 공무원에 임용하게 된다. 돈 많은 사람보다는 시험점수를 한 점이라도 더 딴 사람이 합격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단 매관매직은 방지할 수 있다. 한국의 공무원제도가 직업공무원제도로 정착된 것도 해방이후 각종 고시제도를 통하여 인재를 등용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다리 밑에서 리면 먹으면서 공부하더라도 성적을 남보다 더 잘 따면 공무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 임용할 때는 공개 시험을 거치게 하드라도, 그 이후 승진하는 데는 시험이 아니라 근무성적평가에 의하여 임용된다. 그러니 근무성적을 잘 받기위하여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한다. 여기서 또 금전이 오가게 마련이다. 승진 한자리에 얼마씩 상납금을 바치는 것이 말썽이 되기도 했다. 조직의 자리에는 한가한 자리와 이른바 핵심 노른 자리가 있다. 이러한 노른 자리를차지하는 데 또 금전이 오가기도 했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서 댓글 공작을 하는 대가로 드루킹 김동원이 지목한 인물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보장하였으나, 중요직인 오사카 총영사를 줄 수 없게 되자, 센다이 총영사를 대신으로 제안한 바 있었다. 국가의 외교관 자리를 마치 개인 소유인 양 거래물로 주고 받는 흥정의 댓가로 삼았다.이것 역시 매관매직이다.
이러한 매관매직은 역사상 근절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21세기 투명사회에서도 은밀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국국제협력단의 매관매직 사례는 세인의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한국국제협력단 (KOICA: Korea International Corperation Agency. 코이카) 송모 전 상임이사가 2018년부터 2020년에 걸쳐 임직원등 22명에게 1억8500만원을 받고 임원 선임과 승진, 전보, 계약 등에서 특혜를 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코이카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게 교육,기술 ,보건의료등 10개 분야에 걸쳐 원조를 해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2017년 한 해 예산만 하더라도 7,000억원이 넘는 큰 규모의 정부 산하기관이다. 필자도 오래전에 이 기구에 의해 파견되어 개발도상국 공무원 교육훈련애 참가한 경험이 있다.
코이카의 상임이사에 재직하던 송씨는 2년간 코이카 내부인사와 계약관계 업무를 총괄하면서, 과거 시민단체에서 함께 일했던 대학 선배에게 9회에 걸쳐 6,400만원을 받은 뒤 코이카 자회사의 대표이사에 앉혔다.
또 승진순위 밖에 있던 간부로 부터 2,500만원을 받고 근무평가를 조작해 승진시켰다. 직원 6명에게 8,700만원을 받고 희망하는 해외 사무소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심지어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도 송씨에게 자녀학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주었고, 5개월 뒤 이사장에 선임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송씨는 “사람중심의 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뒤에선 돈받고 자리를 팔았다. 코이카는 내부제보로 송씨를 조사했지만 “중대사안이 없다”며 면직처리로 끝냈다. 이렇게 공공기관에 부적절한 인물이 임용되면 그 기관 자체가 붕괴될 뿐만 아니라 매관매직등 인사비리와 이권거래가 횡행하게된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다.
자한사보(子罕辭寶)라는 말이 있다. 자한 이라는 사람이 보배를 사양했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자한이라는 청렴한 관리가 있었다. 어느날 한 사람이 옥(玉)을 가지고 와서 자한에게 바치면서 “이 옥은 감정사에게 감정시켰더니 진짜 옥이라고 해서 바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자한이 하는 말이 ”나는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고, 그대는 이 옥을 보배로 삼고 있으니, 만일 그대가 나에게 옥을 주면 우리 두 사람 모두가 보배를 잃게 되네. 그러므로 각각 자기의 보배를 갖고 있는 것만 같지 못하네 “하면서 옥을 물리쳤다. 이 말은 좌씨전(左氏傳)에 나오는 말이다.
조선시대의 청백리 유관(柳寬1346~1433)은 평생 검소한 생활을 하였는데, 비오는 날 방안에서 우산을 받으며 비를 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인을 돌아보며 “우리는 그래도 빗물을 우산으로 받는데 우산도 없는 집은 어떻겠는가?” 라고 하면서 백성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가 사는 집을 우산각(雨傘閣)이라는 불렀다. 나는 동대문 도서관을 갈 때면, 도서관 앞에 있는 ‘우산각 공원’을 한번 둘러보곤 한다. 유관같은 인물에게 매관매직은 그 단어조차 근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베트남 국민의 태양으로 추앙받고 있는 호치민은 일생동안 청빈한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청렴하고 소박한 삶은 그의 유언과 유품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즉, “자신의 장례에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자신을 위해 아무런 기념비도 세우지 말고, 화장(火葬)을 한 후 재를 3등분하여 북부와 중부 및 남부에 뿌리라”고 당부했다. 사후(死後)에 그가 남긴 유품(遺品)을 보면, 평소 신고 다니던 센달과 지팡이 하나, 갈아입을 옷 두벌, 나무 책상과 침대, 시계 그리고 몇권의 책이 전부였다고 한다. 필자는 호치민 평전을 읽고 난 후, 왜 베트남이 월맹주도로 통일되었는 지를 인지할 수 있었다.
매관매직은 사람과 조직 모두를 부패시키는 원천이 된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外侵)이 아니라 부정부패와 민심의 이반(離反)이다.그래서 다산 정약용 선생도 청렴을 관리의 기본적인 덕목(德目)으로 삼고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매관매직이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의 조성과 법적.제도적 조치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202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