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다. 모퉁이에 있어서 모퉁이 카페고 수다 떨기 좋아서 수다 카페다. 다락다방엔
정감 넘치는 다락방이 있다. 이 골목 저 골목 이 카페 저 카페 말 그대로 카페골목이다.
카페는 대체로 소박하다. 그러면서 저마다 이름값을 하겠다는 듯 개성이 또렷하다. 입구 벽면을 시골
담배가게처럼 꾸며놓은 카페가 보이고 축음기가 눈길을 끌어당기는 카페가 보인다. 카페 입구에 내놓은
걸상은 앉으라는 건지 보기만 하라는 건지 작아서 앙증맞다.
탁자는 네댓 정도. 물론 더 많은 카페도 있고 더 적은 카페도 있다. 바깥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유리
창가 탁자에 앉아서 향 진한 커피를 마시노라면 마치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지 싶다. 영화에 나오는
슬픈 표정이지 싶다.
혼자 가는 날은 통유리 창가에 자리 잡으리라. 비가 퍼붓는 날은 비가 되고 중앙중학교 교정 은행
나무가 샛노랗게 물들 무렵이면 단풍이 되리라. 마음 맞는 이와 함께 가는 날엔 카페 으슥한 자리에서
밀담을 나누리라. 밀담 같은 눈빛을 나누리라.
카페골목으로 이름을 얻은 곳은 서면 전포1동 전포성당 부근. 성당 바로 맞은편에도 몇몇 카페가
있고 대각선으로 맞은편에도 몇몇 카페가 있다. 성당 이쪽 옆, 저쪽 옆으로도 카페가 있고 뒤쪽으로도
카페다. 여러 골목에 흩어져 있어 일일이 헤아려보지 않았지만 모두 스물 군데가 넘는다는 게 전포1동
주민센터 전영희 사무장의 귀띔이다.
"3년 전 7월에 가게 계약하고 그 다음 달 오픈했죠." 여기 골목에 카페가 처음 생긴 때는 2009년 8월.
해운대 특급호텔 요리사였던 전세홍 씨가 카페 `애드5그램'을 열면서 골목카페 역사가 시작된다. 길을
건너면 번화가라서 중심에 가깝고 그러면서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여유로움이 좋아서 이 골목에
카페를 내었다고 한다. 비바람 때문에 떨어져나간 간판을 다시 달지 않고 내버려둔 것도 여유로워 보이고
카페 입구에 커피 빈 마대자루를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것도 여유로워 보인다.
카페골목에 들어선 카페 미덕은 다 다른 맛과 다 다른 분위기. 여기 커피는 커피가 좋아서 커피 전문
카페를 차린 젊은 사장이 직접 내놓다. 실제로 `프롬나드' 젊은 사장 박준모 씨는 서울 홍대 앞에서
카페를 하다가 번잡이 싫어 이리로 온 경우다. 차 한 잔 한 잔에 들어간 정성이 지극해 차가 내는 맛과
향 역시 지극하다. 자기만의 맛이고 자기만의 향이다. 분위기는 백문이 불여일견. 이 카페 가면 이 카페
단골이 되고 싶고 저 카페 가면 저 카페 단골이 되고 싶다.
카페골목을 찾는 손님은 대개가 단골이다. 작품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단골이 되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왔다가 단골이 된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번화가라서 단골은 꾸준히 늘 전망이다. 서면에 쇼핑 왔다가
차 한 잔 마시고 가기에 적당한 거리고 영화 봤다가 차 한 잔 마시고 가기에 편안한 카페! 단골은 계속
늘고 카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가 아니라 한 집 다음 집도 카페가 될 조짐이
감지된다.
"올해 안에 이정표를 세울 계획입니다." 전영희 사무장은 카페골목 잘 되라고 화분도 갖다놓고 틈틈이
대청소도 하고 손님들이 찾기 쉽게 이정표도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다. 요컨대 인근 부전도서관이 새로
단장하는 등 젊음·음식·학원이 웅성거릴 서면특화거리가 완성되면 여기 골목이 부산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랄지 포부가 엿보인다. 참, 부전도서관 맞은편 중앙중은 현재 교육청 수학과학 창의체험관으로
바뀌어 있다.
첫댓글 오늘도 다녀 왔습니다^^
그럼 중앙중학교 옆에 있나요...ㅋㅋ
중앙 중학교에서 전포성당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 오시면 댐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