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에 대해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주홍 선생님의 '못나도 울 엄마'가 떠올랐다.
사실 이 책은 감동을 주었다기보다 읽으며 낯설고 싫은 느낌이 컸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또렷이 남아있는 이야기다.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책도 좋지만, 뭔가 불편해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책 역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 부모가 친부모가 아닐지 몰라.' 하는 생각도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해볼 때가 있다. '못나도 울 엄마'는 이런 어린이의 마음을 다뤘다.
어느 날 명희가 학교에서 일찍 돌아오니, 엄마가 볼일이 많다면서 젖먹이 동생을 재워 놓고 명희한테 맡긴다. 연극 연습을 해야 한다고 명희가 투덜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가 나간 뒤, 떡장수 할머니가 집에 떡을 팔러 온다.
장롱 위의 엄마 지갑을 꺼내려던 명희가 넘어지는 바람에 재봉틀 뚜껑은 찌그러지고, 잠에서 깬 동생은 울어댄다.
이게 다 할머니 때문이라며 떡장수 할머니에게 화풀이를 한 명희는 동생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든다. 꿈에 명희는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떡장수 할머니를 서면 철다리 밑에서 만난다. 얼굴이 시커멓고, 머리털이 헝클어져 있고, 한쪽 눈이 없고, 코가 벌름하고, 입이 삐뚜름한 곰배팔이 떡장수 할머니를 명희는 당연히 거부한다.
그러나 늙고 병든 채 쓰러져 죽어가는 할머니가 너무 가련한 나머지, 명희는 엄마가 틀림없다고 느끼며 "엄마, 제발 죽지만 말아줘요!" 외치다 깨어난다.
어렸을 때 이 책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소망과 반대되는 현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친부모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할 때, '소공녀 세라'처럼 원래 부유한 집의 귀한 아이지만 현실에서 잠깐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핍박과 고통을 지혜롭게 견디고 세라가 다시 부유한 소공녀가 되는 결말에서 만족을 느끼며, 세라에게 일어난 일이 내게도 일어나기를 꿈꿨다.
'소공녀 세라'처럼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는 동화를 읽는 것도 좋지만, '못나도 울 엄마'처럼 반대쪽의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책을 꼭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좋든 싫든, 내 집과 내 부모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보니, 입이 삐뚤든 곰배팔이든 "엄마 제발 죽지만 말아줘요!" 외쳤던 명희의 마음이 바로 진실임을 사무치게 알겠다.
첫댓글 이 책 추천의 글은 동화작가 선안나 선생님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