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직 필기 합격수기
초시에 운 좋게 합격선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저는, 일 년만 더 하면 당연히 붙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독학을 결심했습니다. 그건 자만이었습니다. 일 년 후, 작년보다 올라간 컷과 작년보다 내려간 점수를 보며, 사회 경제 가정 다방면으로 한계에 다다른 저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내년에는 붙어야겠다고.
그렇게 노량진을 찾았습니다. 오랫동안 지낼 학원이기에, 저는 학원을 돌며 환경이 어떤지 따져보았습니다. 모 학원을 먼저 보았는데, 5층에 위치한 것에 더해 엘리베이터가 작고 계단도 좁아 점심시간 전후로 상당히 번잡했습니다. 그에 비해 법검단기는 바로 2층에 있어서, 점심시간에 체할 걱정 없이 30분씩은 공부를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노량진에 입성, 새벽시간 점심시간 남은시간 빡빡 긁어 계획표대로 성실히 공부했습니다. 적어도 처음 한 달 정도는 그랬습니다. 범위가 넓다는 특성상 모르는 게 남아있고 제대로 이해도 못 했는데 진도는 나가고 이해를 못하니 공부시간을 더 투자하다보면 스케쥴이 꼬이고 그렇게 시간이 밀리다보면 뭔가 하기싫고 다 엉망으로 느껴지고 그때부터는 아침에 학원 입구만 들어서면 몸이 무겁고 안검하수가 생기고 중력이 몇 배가 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 힘이 된 것은 버티면 붙는다는 황보수정 교수님의 말씀이셨습니다. 소화 다 못 시키더라도 일단 삼키자는 각오로, 그날 배운 것은 그날 최대한 쳐내려고 노력하고, 못하면 다음 날로 넘기지 않고 그냥 버렸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날은 전부 겉핡기로만 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한두 개만 이해하고 나머지는 버리고 그랬습니다. 배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머리로 들어가는지 알 수도 없지만 일단 계속 했습니다. 어떤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저는 명확한 건 없고 두서없이 그냥 반복해서 계속 봤습니다.
진도가 밀려 멘탈관리가 잘 안 되는데 체력까지 달리면 정말 무너질 것 같아서, 유튜브에 나온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잠은 푹 자고 일주일에 3~4번 1시간 정도 중강도 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알든 모르든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빠짐없이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한 지문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 갯수가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반복해서 확실하게 익힌 그 익숙한 지문들이 합격을 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합격수기에 적기 부끄러울 정도로 합격선을 겨우 넘긴 점수지만, 틀리면 안 되는 문제를 (대부분은) 틀리지 않았기에, 확실한 지문을 빨리빨리 체크하고 넘어갈 수 있었기에 합격선을 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절대 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거라 확신합니다. 처음에 이해시켜주시고, 이해를 못하면 암기시켜주시고, 암기를 못하면 한번 더 설명해주시고, 그래도 안 되면 공부하다 힘들 때 인강으로 반복하라고 알려주시고, 진도별 모의고사에서 한번 더 짚어주시고, 전범위 모의고사에서 또 반복해주시고, 배운거 들은거 까먹고 까먹어도, 방금 바로 수업한거 들고가서 질문해도 항상 상냥하게 설명해주시며, 끝까지 조문 판례 한 줄이라도 더 익히게 해 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막막하고 공부길이 잡히지 않을 때에도, 시키는 대로 수업듣고 자고 인강반복하고 자고 하며 끝까지 와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합격한 것이 신기한데, 포기하지 않고 교수님들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붙어 좀비처럼 매달렸기에, 저 혼자였다면 결코 넘을 수 없었던 선을 넘는 것이 가능했던것 같습니다. 황보수정 교수님 말씀대로 비틀비틀 가다 마지막에 제 힘으로 훅 뛰어넘는 것은 결코 아니었고, 교수님들께서 질질 끌고가서 억지로 벽 너머로 집어던져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몇 명 안 되는 실강 등기직 수강생들을 아낌없이 보살펴주셨던 부동산등기법 오영관 교수님과 상법 문승진 교수님께 각별히 감사드립니다. 인원수가 적었던 덕에 수업 끝날 때마다 정말 귀찮을 정도로 매달렸는데, 언제나 반갑게 어떤 질문이든 받아주시는 모습에 끝까지 완주할 힘을 얻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등기직을 지망하지는 분이 계시다면, 특히 실강 수강을 고려하시는 분이시라면, 등기직만큼은 고민하실 필요 없이 법검단기를 선택하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저는 형소법 강사 이지민이라고 합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황보수정 선생님, 오영관 선생님, 문승진 선배님 정말로 최고죠^^ 등기직만큼은 저희가 일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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