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세상 별난 삶들이 재조명 되어진다. 고난과 슬픔이 기쁨과 행복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요즈음엔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이어지는 삶, 그것도 한국여성의 외국인 연하남과의 삶의 줄거리도 방영되었다. 그것들은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줄거리여서 좋았다.
그러나 우리네 삶엔 항상 해피엔딩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양극화가 심하되어 가정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문득 오래전 어디선가 보았던 가정생할에서 방황하던 어느 여인의 과거 삶의 혼탁한 흔적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녀는 대낮부터 남한산성 아래의 주점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남편과의 계속된 불화로 집에 있기가 싫어졌다. 안주가 도착하기전 벌써 서너잔의 술잔이 비워졌다.
서서히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중년여자가 언제까지 혼자, 그것도 오랜시간을 앉아 있는 것도 남의 시선을 끌일이다.
가까운 곳에 예전 알고 지내던 오빠가 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휴대폰을 뒤적이고, 다행이 그는 집에 있었고, 이곳으로 오겠다고 하였다.
남자는 평소 대략 그녀의 사정을 알았고, 만나자는 전화에서도 분위기를 읽을 수가 있었다. 남자는 연거푸 마셔대는 그녀의 술잔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건너다 보았다.
모자를 쓴 그녀의 얼굴은 침울해 있었다. 이럴 경우엔 차라리 취해 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빼앗았던 그녀의 술잔을 드밀어 주었다. 오늘 만큼이라도 잊어버리길 바랬다.
그녀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잠시 후 가볍게 그녀의 어깨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가볍게 토닥였다. '세상살이 다 그런것 아니냐?'는 무언의 위안이고 싶었다.
계속되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울분...더이상 위로의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눈동자가 개슴츠레해지고 대여섯의 빈술병이 탁자 귀퉁이에 제멋대로 진열되자 그녀는 노래방을 가자며 일어섰다. 평소 같으면 무슨 노래방이야?며 단번에 거절을 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러지를 못하였다.
둘이는 어깨동무를 하고 비틀거리며 주점을 나왔다. 가까운 곳 노래방, 기기가 작동하자 그녀는 벽에 붙은 애창곡 중에서 몇곡을 선곡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의 노래는 슬픔내지는 허무 일색이었다. 두곡을 연이어 부르더니 남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녀가 선곡해준 남자의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남자가 소리를 높이어 노래를 부르자 그녀는 혼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다. 남자는 그녀를 안아 주었다. 이거 노래를 계속해서 불러야하나? 아니면...
그렇게 한시간여 함께 보냈으나 그녀는 집에 가기를 거부했다. 어쩌라고? 사내는 난감했다. 주점이 시간 보내기는 편하지만, 그녀가 술을 더마시면 인사불성이 되어 밤을 책임져야 할 형편이다.
어떻게 할까? 찬바람부는 길가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인근 모텔에서 술을 깬다음 집으로 돌려 보내기로 했다.
그녀를 부축해 모텔에 들어섰고, 만취한 그녀가 옷을 벗으며 남자에게 다가 앉았다. 이런 상항에서...그러나 견물생심, 술이 이성을 지배한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며 사랑하고, 위로를 해야했다. 남자는 그녀를 분명 사랑하고 있었다.
두어시간 그녀는 잠이 들었다. 그녀를 돌려보내기 위해 잠을 깨웠다. 그러나 집으로 가기를 거부하며 택시를 잡더니 남자더러 타라고 하였다. 도착한 곳은 그녀가 언니라고 부르는 여인의 호프집이었다. 손님은 없고 들어서는 두 사람을 구석으로 안내했다. 오래한 장사꾼은 남녀가 무슨관계인지,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금새 알아차린다.
남자는 주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상황을 잘아는 주인, 이시각 이런 느낌이면 그녀와 관계를 가진후 왔을 것이란 눈초리...
횡설수설의 술자리가 이어지길 한시간쯤,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젠 정말 돌려보내야 하는데, 같이 택시를 타고 바래다주면 놓아주질 않을 것이다.
다행이 호프집 주인이 나서 딸에게 전화를 하여 길거리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택시를 불러 태워보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남자는 가슴이 답답해왔다.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밤공기를 마셨다.
양극화, 만유인력에 의하여 작은 것이 큰 것에 의하여 끌려 형체가 작아져버리는 순간 같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싫어졌다.
그 속에는 좌절하고 분노하는 삶. 문득 아까 그녀가 자신에게 선곡해 주었던 노래가사가 떠 올랐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세상살이 뭐라고? 그녀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차창밖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해복을 빌었다. 다행이 그녀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져서 잘 살고 있다는 후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