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과 숟가락
같은 가락인가 다른 가락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락’은 같은 가락이다.
‘가락’은 가늘고 긴 물건을 가리킨다.
‘손가락, 발가락’ 또 북한에서 쓰이는 ‘몸가락 (남자의 거시기)’의 ‘가락’은 같은 의미이다.
그렇다면 ‘젓가락, 숫가락’ 하지 않고 왜 ‘숟가락’으로 적을까?
그 비밀은 ‘가락’ 앞에 있는 ‘젓’ 과 ‘숟’ 에 숨어 있다.
‘젓가락’은 ‘저+가락’ 곧 ‘저’로 사용하는 가락의 의미가 있다.
‘저’란 음식을 집어 드는 데 쓰는 나무나 쇠로 만든 연장을 가리킨다.
즉 ‘젓가락’이나 ‘저’나 같은 말이다.
‘저’와 ‘가락’이 결합하면서 ‘저까락’처럼 소리가 바뀌므로 이를 표시하기 위하여 ‘ㅅ’을 붙여 ‘젓가락’이라고 적은 것이다.
‘숟가락’은 ‘술+가락’ 곧 밥을 한 입 분량으로 뜨는 데 쓰는 연장을 가리킨다.
쟁기로 흙을 파는데 쓰는 넓적한 쇠를 뜻하는 ‘쟁깃술’의 ‘술’도 같은 뜻이다.
그런데 ‘술’과 ‘가락’이 합해지면서 ‘술가락’으로 되지 않고 ‘숟가락’으로 소리가 변했다.
이와 같은 경로로 변한 것이 몇 있는데 ‘며칠+날’이 ‘며칟날’이 되고 ‘설+달’이 ‘섣달’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한글은 소리대로 적는 글자라고 하지만 무조건 소리대로 적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글맞춤법 제7항에는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은 ’ㅅ'으로 적는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젓가락’과 ‘숟가락’에서 ‘숟가락’은 ‘ㄷ'으로 적을 근거가 있는(’ㄹ'이 ‘ㄷ'으로 바뀐 것이므로)것이고 ’젓가락‘은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이다.
‘ㄷ'으로 적을 근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예를 더 보이면 아래와 같다.
‘ㄷ'으로 적을 근거가 있는 것
- 걷잡다(걷-거두다), 곧장(곧-곧게), 낟가리(낟-낟알 곡식), 사흗날(사흗-사흘), 반짇고리(반짇-바느질), 잗다랗다(잗-잘다)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
- 갓, 놋그릇, 덧셈, 돗자리, 멋, 붓, 빗장, 사뭇, 자칫, 칫솔, 탓, 풋고추, 햇곡식
- ‘4주간의 국어여행’(남영신)에서 발췌 -
첫댓글 잘 보고 가요 선배님 ㅎㅎ 이번 주 제가 쉬었는데 선배님이 올려 주셨네용~ *^^*
지현 씨 글 보니 미안한대요...필요한 자료 보이면 올릴게요..어제 도서관 갔다가 눈에 띄어 수첩 한 장 북~ 찢어 적어 왔지요 이 정도 정성이면 봐줄만 하죠 ^^
헉! 미안하시다뇨..무슨 그런 말씀을요, 이렇게 자료까지 올려주시고 전 너무 감사합니당~
자료 감사합니다.~
스터디 중 왜 젓가락이고 숟가락일까 의문이었는데 잘 보고 갑니다..
공부 잘 하고 갑니다. ^^
위에 올려 놓으신 글 잘 봤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서요. 15c 문헌에서는 숟가락=술+ㅅ+가락->술가락->술가락(ㅅ탈락)->숟가락(맞춤법29항: 끝소리가 ㄹ인 말과 다른 말이 결합할 때 ㄹ 소리가 나는 ㄷ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 요 과정이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보기에 적어 주신 다른 예로 더 설명하자면, 반짇고리=바늘+질+ㅅ+고리->바느?고리->바늘질고리->반짇고리 /이튿날=이틀+ㅅ+날->이?날->이틀날->이튿날/ 사흗날=사알(아래아)+ㅅ+날->사?날->(중간과정 생략)->사흗날
위에서 ? 표시는 ㄽ으로 하는 받침인데..물음표로 뜨네요..참..나...
며칟날의 과정도 섣달의 과정도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모두 ㅅ 탈락과 맞춤법 제 29항의 경로를 거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렇다면 ㄷ으로 적을 근거의 유무로 ㅅ받침과 ㄷ받침을 구별해 주셨는데...근거라고 하는 것이 참 궁금했습니다. ㄷ으로 적을 근거가 있는 것들의 중세어를 찾아보니, 어떤 것들은 제가 올려 놓은 과정을 거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보기에 올려 놓으신 공통점. 즉 근거가 애매모호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만 그런가요?? ㅠㅠ 젓가락 = 져+ㅅ+가락 ->졋가락->젓가락..(이건 29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 이건 순전히 제 추리과정입니다....
너무 어설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