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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 주말이랑 붙어 있어서 여름 휴가의 절정인 지난 주였죠?
저도 지난 주엔 늘어지게 낮잠도 자보고, 산책도 실컷 즐기고, 스스로에게 주는 휴가라며 샤롯데관 가서 혼자 영화도 보고.
마침 제가 좋아하는 박해일 님도 스크린을 통해서나마 만나고. 힛~
롯데시네마 건대 샤롯데관은 제가 격하게 아끼는 영화관인데요.
좀 비싸긴 해도, 기꺼이 일상 속 여유를 즐기는 데에 최고의 장소예요.
집에서처럼 편하게 누워서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보다 더 폭신한 시트에 몸을 파묻은 채,
서비스로 제공되는 커피 또는 주문하면 자리로 갖다 주는 시원한 맥주 한 병에 어찌나 행복해지는 지 몰라요.
사람 바글바글한 워터파크보다 샤롯데관에서 혼자 맥주 마시면서 조용히 영화에 빠져드는 거,
저처럼 복작대는 거 싫어하는 사람한텐 이런 게 더 휴가스럽죠.
한번 맛 들이면 일반관에서 보기 싫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훗~
아참! 샤롯데관은 전석이 커플석인데.. 전 혼자서도 잘 가거든요.
티켓 1매를 끊으면.. 옆자린 대개 비어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엔 낯선 남자가 옆에 눕더군요. (앉는 게 아니라 눕는 좌석 ㅎㅎ)
팔뚝 탄탄하고 피부가 좋았더람.. 축복이 내게 임했노라며 콩닥콩닥했겠지만..
지각 입장으로 허겁지겁 땀 흘리며 들어온 배불뚝 청년이라..
눈길 한번 안 주고,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봤네요.
전에 언젠가는 평일 심야에 갔더니 친구랑 저 말곤 관람객이 아무도 없어서 한 관을 통째로 전세내 본 거나 다름 없던 적도 있었는데.. 훗~
CGV 골드클래스보다 훨씬 더 시트가 편안한 롯데시네마 샤롯데관, 바빠서 여름 휴가를 못 즐긴 분들께 강추합니당!
그리고 연휴의 마지막 날인 어제,
공휴일이라고 아침인데도 한강 산책로엔 사람들이 가득하더라고요.
평소엔 일부러 새벽 일찍이나 늦은 밤에 나가서 조용한 산책로를 음악과 함께 걸으며 내면 속으로 침참하는 시간을 갖거든요.
어젠 사람이 많아서, 평소와 달리 다른 데 눈길을 주고, 고요히 들여다보기를 해 봤어요.
산책로 한쪽에 사진처럼 홀로 곱게 피어 있는 이 분홍꽃 한 송이를 발견하곤 그런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땅바닥도 유심히 살피고, 길에 핀 이름 모를 꽃들 앞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손 끝으로 바람도 느껴보고.. 그랬네요.
그렇게 자박자박 걷다가, 서울의 한 복판에서 이름 모를 꽃들의 아름다움에 퐁당 매료되어버렸지 뭐예요.
무심코 지나쳤던 제 일상의 귀퉁이 귀퉁이에, 생명의 경이로움이 가득 차 있더라고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문득 정현종 님의 시가 떠올라 뭉클함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면서 코 끝이 시큰해지더라고요.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벌써 30대 중반인 저에겐 후회되는 사람도 하나 있고, 후회되는 일도 있고.
뭘 모르던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볼 땐 큰 감흥 없던 시가,
인생을 알아 가는 요즈음의 제겐 가장 큰 감동과 영향력을 주는 시가 되어버렸어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난 작은 아름다움들을 대하며,
그와 같이 꽃봉오리와도 같은 어제 하루의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즐겨 봤네요.
그리곤 다시 다짐했죠. 순간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 큰 것만 바라보지 말고 사소한 것들에 더 눈길을 주자는 생각!
오늘 내 하루의 작은 찬란함들을 한 호흡도 놓치지 말고 즐겨 보겠노라 다짐했어요.
보잘 것 없는 저지만, 인생의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고픈 얘기가 있다면 그건..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을 읊조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여쁜 얘네들이 다 한강 산책로에서 발견한 꽃들이에요. 자세히 보지 않음 지나칠 법한 애들.
그래서 미안하더라고요.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니?’라고 속으로 물어봤어요.
그건 마치 나의 오늘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초조함에 시달리며 하루 하루를 소모하던 스스로를 발견한 어느 날의 느낌과 닮았더라고요.
어릴 때 많이 보던 강아지풀도 가까이에서 보니까 종류가 좀 되더라고요?
어떤 건 내가 알던 강아지풀 그대로.. 푸르고, 어떤 건 신기하리만치 탐스럽게 붉고.
붉은 강아지풀은 코 앞에서 들여다 보니 그 색이 무척이나 고와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리고 작고 흰 꽃인 줄 알고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갔다가 깜짝 놀라 버린,
몹시 징그러웠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대로 예쁘기도 했던 애벌레들.
얘네들도 강아지풀처럼 다 같은 애들처럼 보였는데, 막상 찬찬히 들여다 보니 다르더라고요.
좀 더 넓적한 이파리를 뜯어 먹는 사진 윗쪽 애들은 흰 몸통에 노랑이랑 검정 스팟들이 있고..
좀 더 얍실한 이파리를 뜯어 먹는 사진 아랫쪽 애들은 연두색 몸통에 노랑, 검정, 그리고 형광 하늘색 스팟이 있었으니까요.
애벌레는 죄다 연두색인 줄 알았는데, 이처럼 다채로운 컬러를 품고 있는지 몰랐어요.
이건 무슨 과학 교재 속 사진 같죠? 전 아마도 현미경 같은 눈을 가지고 있나 봐요.
길을 걷다 문득 쪼그려 앉아 풀을 들여다 보고 싶어서, 몸을 웅크리고 풀 냄새를 맡고 있었는데요.
마침 이름 모를 벌레들이 한창 교미 중이더라고요. 이 커플 어찌나 진지하던지..
특히 위에 올라탄 애요. 저랑 눈 마주쳤잖아요 글쎄!
무섭더군요. 하기사 중요한 일을 치르던 중이었으니 방해꾼인 저 때문에 심사가 뒤틀린 만도 하죠. ㅋㅋ
평소의 눈 높이와 다른 곳을 바라 봤을 뿐인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나 볼 법한 교미 장면이 10cm 앞에 펼쳐지니,
거 참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언제나 사람이 근처에 가면 팔랑거리며 도망치는 나비들도 어젠 신기할 정도로 제 눈 앞에서 살포시 멈춰 주고..
심지어 아스팔트 바닥에 앉은 잠자리조차도 어젠 얌전히 제 앞에 머물러 주더라고요.
그리고 좋은 디카 없이 그냥 음악 듣느라 손에 쥐고 있던 아이폰(4G)이 요렇게 훌륭한 접사 결과물을 내 줘서,
나의 어제를 이렇게 공유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참 고맙기도 하고.. 그랬어요.
요새 버그 많다고 제 핸드폰을 좀 미워했었거든요. 흐~ (아이폰 쌩유~)
음~ 얜 첨엔 거대한 지렁이인가 싶어서 놀래서(제가 지렁일 좀 무서워 해요) 폴짝 옆으로 도망 갔다가요.
표면이 미끈하지 않은 거죠. 지렁이가 아닌가보다 싶어 봤더니 실뱀! (전 뱀보다 지렁지가 더 무서워요~)
한강 상류에서 실려 떠내려온 것 같았어요. 어쩐지 지렁이라고 얼핏 오해했으나 속도가 겁나 빠르더라고요.
클로즈업해서 커 보이는 거죠, 쟤 키가 기껏 15cm도 안 됐다니까요.
비에 젖은 흙길에 아주 작은 똥글똥글한 것들이 뭉태기로 모여 있었는데.. 뭔진 모르겠더라고요.
큰 벌레나 작은 짐승이 몸 밖으로 실례한 것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평소라면 징그럽다고 피할 것들이었는데도..
어젠 작정하고 일상 속 작은 부분들을 들여다보기 하는 날이라고 맘 먹어 그런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고요.
한강 산책로에서 서울숲으로 연결된 보행로는, 제 산책 코스의 하이라이트! 짜잔~
강변북로 위를 가로지르는 보행교를 지나면 바로 꽃사슴이 살고 있는 서울숲이 나와요.
마침 사슴 무리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늪을 달려 지나가는 걸 보면서..
저런 건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법한 광경인데 공짜로 볼 수 있음이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수풀더미 속에서 얌전히 혼자놀기를 하고 있는 아기 사슴(뒤쪽으로 보이는 빨간 다리가 성수대교)
그리고 나무 그늘 안에 무리 지어 쉬고 있는 사슴 가족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에 한 박자 여유를 갖게 만들어 주어 지극히 고맙더라고요.
서울숲 내부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있는 줄도 모르는 습지생태원,
늪엔 연꽃만 피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이름 모를 작은 노랑꽃들이 가득하더라고요.
태어날 땐 같은 출발선이었지만 멀찍이 벌써 한참을 앞질러 가는 누군가의 삶에 나를 빗대면서
바람 빠진 풍선마냥 쪼그라들기 쉬운 마음을 가진 우리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잔뜩 몰리는 곳에서 화려한 자태와 향기를 뽐내고 있는 꽃들도 물론 예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길에 조용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이 그보다 더 예쁘고 소중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나를 알아 봐 주는 사람이 가족이든 친구든, 짝이든 간에 내 삶에 허락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며, 모든 사람이 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아름다운 꽃봉오리라는 걸 마음에 새겨 봅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은 더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해요.
보도블록 사이에서 움터 나오는 여리여리한 새싹,
다 죽어서 페인트칠된 나무 틈, 차디찬 볼트 사이에서 무서운 생명력을 자랑하는 독버섯들을 보면서..
이런 식물조차도 찬란하게 아름다운데, 영혼이 담긴 우리 사람은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왜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고 얘기한 김혜자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 것만 같았어요.
자~ 오늘의 보너스!
유난히도 올여름엔 커피 캡슐 2개로 만든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루에도 4~5잔씩 마셔대고 있어요.
커피홀릭인 제가 감탄해 마지 않았던 우리나라 최고의 커피를 파는 곳을 소개해드리려고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큼은 제가 겨울에 추천했던 가로수길 커피키친보다 여기가 훨씬 더 맛있었어요!
농도도 보세요. 얼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해서 더 맘에 숑숑 들었는데요..
이탈리아 여행이 부럽지 않을 커피 맛이었다구욧!
커피홀릭인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커피였는데.. 남산 그랜드 하얏트 더 테라스에 가면 저 커피를 마실 수 있답니다.
미리 창가 자릴 예약해 놓고 가면, 멋진 한강 조망은 덤이고요.
그리고.. 혹시 치즈 좋아하세요? 베이글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 2개를 꼽으라면 치즈, 그리고 커피거든요. 저 진심 치즈 마니아!!
남들이 이름조차 잘 모를 때부터 고르곤졸라 피자만 찾아대던 여자라구욧! ㅋㅋ
그런 제가 꽂힌 치즈 카페가 있어서 알려드릴게요.
그 집에선 마침 또 뉴욕의 3대 베이글이라 불리는 H & H 베이글도 파는 거 있죠?
그랜드 하얏트에서 한남대교 방면으로 내려오다가 한남대교 북단에서 고가를 타지 말고
고가 아래에서 UN 빌리지, 한남 더 힐 쪽으로 좌회전을 하면요.
UN 빌리지 길 건너편 한남 더 힐 쪽으로 눈에 잘 안 띄는 <치즈카페 썬리치>라는 숍이 있어요.
가게는 작지만 이 가게의 주인은 ㈜썬리취라는 프리미엄 치즈 업계에서 최고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우리나라 최고의 치즈 가공 업체이자 동북아에서도 알아 주는!!
프랑스에서 원유 커드를 통째로 수입해서 우리나라에서 직접 가공해서 신선하게 공급을 하는데요,
제가 워낙 치즈 마니아라 ㈜썬리취라는 업체의 유명세를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직접 운영하는 치즈 카페라고 하니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요.
이 가게 소문을 얼마 전에야 들었지 뭐예요.
우와~ 긴 말 필요 없이!! 베이글, 또는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길에 고유가 시대에 길에 기름을 뿌리고 가도,
또는 지하철로 1시간 이상 달려가 사와도 후회가 없을 법한 곳이더라고요.
진정 베이글과 크림 치즈의 성지라 부르고픈 곳이에요.
뉴욕 3대 베이글로 통하는 H & H 베이글을 판다고 하던데.. 그 중에서도 블루베리 베이글은 예술!
몇 만 원어치를 사오고 동생이랑 친한 언니랑 그 날 다 먹어버렸어요. 너무 맛나서 눈물 츄르릅~
다음에 여기 가면 블루베리 베이글만 20개쯤 사다가 냉동실에 보관해서 두고두고 먹으려 벼르고 있죠.
크림 치즈는 배스킨라빈스 싱글콘보다 더 적은 100g에 3,500원인데..
먹어 보고 난 뒤엔 큰일났다 싶었죠. 비싼데 정말 맛있다! 이래서요.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이런 거랑은 나란히 이름을 적는 것조차 섭섭할 지경!
제 입맛엔 특히 블루베리 크림 치즈랑 바질 & 로즈마리 허브 크림 치즈가 예술이었답니다.
차를 앞에 대고 비상등 켜고 급히 사서 나오느라 아이폰을 손에 들고도 사진 한 장 못 찍었는데,
마침 인터넷 뒤져보니 질 좋은 사진이 있네요!
보세요. 완전 침 꼴~까닥이죠? ㅎㅎ 자~ 내일 그럼 화장품 얘기로 만나요 우리!
-2011. 08. 16 . TUE. 화장품쟁이 닥터윤주
저 한남동 선리치 바로 우리 동네인데 그냥 맨날 지나쳤어요!!! 맨날 뭐 생겼다 없어졌다 해가지고 ㅠㅠ
주말에 여유를 가지고 함 가봐야겠어요~!!!!!
치즈 ㅠㅠ 우리나라에서는 치즈가 안그래도 비싼데 맛있는 치즈는 더 비싸서 슬퍼요 ㅠㅠ
윤주님 글보구 가봤어요~진짜 대박.ㅠㅠ 크림치즈 종류도 다양하고 맛나요!^^
꽃사진보고 감동에 젖었는데 뱀사진은 뜨악~ 사진리얼~빵먹고 싶어요.
ㅠㅠㅠㅠ 저 크림치즈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집에 안사다두는데... 아ㅏㅏㅏㅏㅏㅏㅏ 먹고싶네요ㅠㅠ
아우 제가 사는 곳에도 저 크림치즈가 있었으면 좋으련만ㅠㅠ
먹고 싶다
지금 2시 넘어가는 시각인데 조금 배고프네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