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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무렵 6학년이던 형이 산에 소먹이러 갔다. 이것은 그 때 우리의 일과 중의 하나라서 모두들 간직한 여러 추억들이 있으리라. 가서 하는 놀이란 게, 대개 남의 밭에 있는 밀, 고구마 , 감자나 강 건너 남의 동네 수박 서리하기, 싸리로 모자 만들기, 숨박꼭질하기, 콩돌놀이, 산딸기 따 먹기 등등이었다.
그 날도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데 형이 숨어 있는 곳 가까이에 뜸북새 소리가 들렸다. 가만 가만 형이 기어가보니, 소나무 밑 둥지에서 뜸북새가 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뒤에서 냅다 움켜 쥐었는데 총으로도 잡기 힘든 뜸북새를 형은 맨손으로 잡은 것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러자 놀이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놀라고 기뻐하던 동네 형들의 입술이 비틀어지더니 한마디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 야, 이것 잡으니까 하늘이 노오래진다."
" 야, 이거 혹시 산신령 아이가?"
" 아마도 이건 천사가 변해 내려온기라. 와 이리 하늘이 캄캄해지노, 살려 조삐라이마, 잉?"
그 지난 겨울 눈 올 때, 동네 형들은 앞산에 몰이를 해서 잡은 토끼를 500원 받아 팔고 또 한마리는 삶아 먹는 걸 보았는데 이상히도 그 날은 동물애호가가 되어 입에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하기도 으르기도 하는 것이었다. 아마 고민을 좀 했겠지만 착한 형은 천천히 그 뜸북새를 머리위로 올리더니 날려 보내 주었다. 파닥이며 날아가는 뜸북새를 동네 형들은 입맛 다시며 바라보고 있었지만 형은 그 날 뿌듯한 마음으로 소를 몰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온 얼마 후, 뜸북새를 잡은 이야기는 온 동네에 퍼져 -그 때나 이제나 촌에서는 작은 일도 빨리 퍼진다- 잘했다는 사람도,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 집은 담담했고 나는 뜸북새가 보금자리를 다시 만들어 잘 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
날아간 뜸북새가 그 후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뜸북새를 살려 준 형은 지금 변호사가 되어 있다. 하느님 또는 산신령님이 형을 어여삐 보아주어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동네 형들의 성장도 잘 지켜 보아 주었으리라.
지금도 '뜸북새' 노래를 생각할 때면 그 날의 뜸북새와 순수의 까까머리 형들을 생각한다. 봄이 오고 모심는 계절이 오면 뜸북새 ,뻐꾹새 소리 다시 듣고 싶다. 그 소리 들리는 고향 언덕에 서서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를 내 마음 아는 이와 함께 잔잔히 불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