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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단법인 한국명시낭송가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무궁화
♣제5회 詩사랑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본선대회 선정- 詩 ♠알림 ♠-----------동일한 시 선택 경우 선착 순으로 2명 이상 본선대회 허용하지 않습니다. 1.정동진/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짱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 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음을 보라 네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내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평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2.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3.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이기철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 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 날 들지나 아프지 않은 날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아,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번은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 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 먹고 무엇으로 그리워 할 수 있느냐 4.마흔 살의 동화/ 이기철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오면 들판이든지 진흙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 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 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 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 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고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아래 풀씨 같은 아이 하나 얻겠네.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 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 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채 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은 노루는 아름답네 숫노루 만나면 등성에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를 묻는 산 노루 되어 나는 살겠네.
5.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신석정 어머니 산새는 저 숲에서 살지요? 해 저문 하늘에 날아가는 새는 저 숲을 어떻게 찾아간답디까? 구름도 고요한 하늘의 푸른 길을 밟고 헤매이는데...... 어머니 석양에 내 홀로 강가에서 모래성 쌓고 놀 때 은행나무 밑에서 어머니가 나를 부르듯이 안개 끼어 자욱한 강 건너 숲에서는 스며드는 달빛에 빈 보금자리가 늦게 오는 산새를 기다릴까요? 어머니 먼 하늘 붉은 놀에 비낀 숲길에는 돌아가는 사람들의 꿈같은 그림자 어지럽고 흰 모래 언덕에 속삭이던 물결도 소몰이 피리에 귀 기울여 고요한데 저녁바람은 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언덕의 풀잎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가 어머니 무릎에 잠이 들 때 저 바람이 숲을 찾아가서 작은 산새의 한없이 깊은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6.독백 /이육사 운모(雲母)처럼 희고 찬 얼굴 그냥 주검에 물든 줄 아나 내 지금 달 아래 서서 있네 돛대보다 높다란 어깨 얕은 구름 쪽 거미줄 가려 파도나 바람을 귀밑에 듣네
갈매기인양 떠도는 심사 어데 하난들 끝간델 아리 오롯한 사념(思念)을 기폭(旗幅)에 흘리네.
선창(船窓)마다 푸른 막 치고 촛불 향수(鄕愁)에 찌르르 타면 운하(運河)는 밤마다 무지개 지네
박쥐같은 날개나 펴면 아주 흐린 날 그림자 속에 떠서는 날잖는 사복이 됨세.
닭소리나 들리면 가랴 안개 뽀얗게 나리는 새벽 그곳을 가만히 나려서 감세
7.목숨 / 신동집 목숨은 때 묻었다 절반은 흙이 된 빛깔 황폐한 얼굴엔 표정이 없다 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 너랑 살아보고 싶더라 살아서 죽음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
억 만 광년의 현안을 거쳐 나의 목숨 안에 와 닿는 한 개의 별빛 우리는 아직도 포연의 추억 속에서 없어진 이름들을 부르고 있다 따뜻이 체온에 젖어든 이름들
살은 자는 죽은 자를 증언하라 죽은 자는 살은 자를 고발하라 목숨의 조건은 고독하다
바라보면 멀리도 왔다마는 나의 뒤 저편으로 어쩌면 신명 나게 바람은 불고 있다 어느 하 많은 시공이 지나 모양 없이 지워질 숨 자리에 나의 백조는 살아서 돌아오라
8.비화(飛花) / 신승희 누가 너의 눈물을 아름답다 했든가 거문고의 선율 같은 몸짓으로 신화의 선녀 같은 옷깃으로 무리 진 나비의 날갯짓으로 가는 곳 어딘지 몰라도 아름다운 작별 천 년이 흐른들 너의 마음 어찌 알랴
바람의 냉 혹, 떨고 있는 숨결들 한가락 음률의 신음들을 누가 그리도 아름답다 했든가 허공에서 허공으로 어디로 가서 머물지 몰라도 싸늘한 흙 위에 싸락눈, 너의 이름은 비화(飛花)
숙명은 너를 내몰아 계절의 역사를 만들고 찬 서리 튼 살, 새의 발톱 자국 혹독한 긴 겨울 망울망울 잉태한 산고의 인내를 어찌 그리도 쉽게 보낼 수 있으랴
달무리 지는 저녁 답 파릇이 적시는 빗소리 분홍빛 연정 사월이 걷는 소리 오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소리, 노파의 기침 소리 애수의 잠기는 어느 시인의 미학적 선율 창백한 노을 앞에 식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차마, 누가 꽃답다고 했든가 너의 이별의 몸부림까지도. 9.-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10.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날이여.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 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마디 말님께 아뢰고, 나도,인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조그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 11.천년을 두고 흐르는 강/ 한석산 바람 이는 강기슭에 닻 거두는 하얀 나룻배 한척 속살 환히 꿰 비친 얼음장 밑바닥
역사의 신음소리 뒤척이는 어기찬 깊은 물속 웅크린 조롱 대 바위 시린 놀빛 씻어 낸다 말을 잃은 샛강이 쩡쩡 말문을 트는 구드래 나루 갈대숲에 지피는 불씨하나 생명이 이울던 자리 원시의 힘을 본다
세상살이 씀바귀 맛 아득히 먼 지나온 길 천년을 두고 흐르는 물같이 제가끔 등짐 진채 들고 나는 풀꽃 같은 민초들
백마강 풀리는 기미에 외세의 말 밟 굽에 짓밟혀 지도에서 사라진 나라 백제왕조의 혼이 깃든 부소 산성 피가돈다 12.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석산 세월! 세월이 생각을 앞서는 것일까 꽃도 인간 시대를 따라가나 보다. 시절 비낀 꽃이 세상을 황홀하게 하더니만 어느 바람에 지고, 지금은 풀꽃인데 때 아닌 꽃바람이 인다. 세상이 너무 춥다. 언제까지나 피어있을 런지
눈물 없이 고통 없이 피는 꽃 어디 있으랴 꺾이고 짓밟히고 뿌리 채 뽑혀버린 유관순, 안중근, 윤봉길 내 가슴속에 별 같은 먼 그리움 홍익인간의 정신을 물려받은 흰 광목 저고리, 치마, 바지의 수건을 머리에 두른 고달픈 인생길에 만난 민초들의 애환이 깃든 무궁화, 무궁화로 피어나리라
보라! 이 나라의 징표 민족혼이여 불타올라라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 민족의 앞길을 밝힌 도산 안창호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국새, 나라문장 보고 있노라면 뭉클하게 솟아오르는 애국심 한 조각 붉은 마음 일편단심(一片丹心) 무궁화 오직 조국을 위해 아! 무궁화 이 땅 위에 피었네.
13.강강수월래/박두진 올려다보는 달이 하늘에 흔들리고 있다. 강 속을 흐르는 달이 차갑게 흐느끼고 있다. 조그만 바람에도 출렁이는 달빛 조그만 물살에도 산산이 부서져 흐느끼는 달빛 옛날에 옛날에 옥으로 금으로 만든 도끼로 찍어다 지은 계수나무 기둥과 서까래 초가삼간도 헐리고 폐허 영하 200도의 침묵의 잿빛 벌판 달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달이 물속을 흐느껴 가고 있다.
강강수월래 한가위 하늘이 저 달의 얼굴 달의 가슴 달의 사랑 눈알이 노란 청년 몇 사람이 무거운 기계의 몸으로 올라가 꽂아 놓은 순결의 상처에 이마 찡그리고 달은
강 강 수월래 옛날을 생각하고 옛날을 잃어버린 사람 고향을 생각하고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 꿈을 생각하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의 우리들 부끄러워하는 마음의 저 달빛, 달은 하나인데 우리들 둘의 마음 천의 마음. 마음과 사랑 꿈은 하나인데 저 둘의 달빛 천의 달빛,
강―강 수월래 강 강 수월래 올려다보는 달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저마다 우리들 하나씩의 가슴의 달이 흐느끼고 있다
14.인연 서설/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 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 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 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
15.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 나거라 벌서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16.꿈꾸는 병(病) 오세영 소녀는 질병을 앓았다. 기울어진 햇빛 속에서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사熱砂의 지평地平을 달리는 한 마리 사자獅子, 소녀는 사랑을 꿈꾸었다. 잠 못 드는 밤엔 세계의 끝에서 숨쉬는 에프엠을 듣고 병든 지구에 내리는 빗물처럼 울 줄도 알았다. 러브스토리를 읽으며 인생과 예술이 술잔 속에서 페시미즘에 젖는 것을 보았다. 한 마리 사자獅子가 낮잠을 자는 아프리카 해안의 부서지는 푸른 파도. 소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죽음을, 다만 하나의 희망이 어떻게 이 지상에 잠드는 것인가를 보고 싶었다. 어둠이 내리는 거리, 사람들이 각기 등불을 켜 들 때도 소녀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으로, 꿈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17.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got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마음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긴 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뿐하게 가자. 마른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집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8.망향가 /황송문 어매여, 시골 울 엄매여 어매 솜씨에 장맛이 달아 시래기 국 잘도 끓여주던 어매여 어매 청춘 품앗이로 보낸 들녘 가르마 트인 논두렁길을 내 늘그막엔 밟아 볼라요.
동지 날 팥죽을 먹다가 문득, 걸리던 어매여 새알심이 걸려 넘기지를 못하고 그리버 그리버, 울 엄매 그리버서 빌딩 달 하염없이 바라보며 속울음 꺼익꺼익 울었지러
앵두나무 우물가로 시집오던 울 엄매 새벽마다 맑은 물 길어 와서는 정화수 축수축수 치성을 드리더니 동백기름에 윤기 자르르한 머리카락은 뜬구름 세월에 파뿌리 되었지러
아들이 유학을 간다고 송편을 쪄 가지고 달려오던 어매여 구만리장천에 월매나 시장허꼬 비행기 속에서 먹어라, 잉! 점드락 갈라면 월매나 시장허꼬 아이구 내 새끼, 내 새끼야!
돌아서며 눈물을 감추시던 울 엄매 어매 뜨거운 심정이 살아 모성의 피되어 가슴 절절 흐르네 어매여, 시골 울 엄매여 어매 잠든 고향 땅을 내 늘그막엔 밟아 볼라요!
지나는 기러기도 부르던 어매처럼 나도 워리워리 목청껏 불러들여 인정이 넘치게 살아 볼라요 자운영 환장할 노을진 들녘을 미친 듯이 미친 듯이 밟아 볼라요!. 19.물 빛 / 마 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씩 씻어 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런 몸짓을 털어 버리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 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져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혀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20. 먼 곳 /나태주 어려서 외할머니와 둘이 오막살이집에서 살 때 자주 외할머니와 뒷동산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곤 했다
가을날 같은 때 군청색 굼실굼실 물결쳐간 산봉우리들 너머 외할머니도 먼 곳을 바라보고 나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바라본 먼 곳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아라비아사막이거나 스위스 같은 곳을 먼 곳이라고 꿈꾸곤 했다
그 뒤로 나는 먼 곳을 많이 다녀보았다 여러 날 먼 곳을 서성이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또 그 먼 곳에서 살고 있다 생각해보니 외할머니와 살던 오막살이집이 먼 곳이고 외할머니와 함께 올라 먼 곳을 바라보던 뒷동산이 먼 곳이었다
21.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 배창환 고등학교 다닐 때였지 노가다 도목수 아버지 따라 서문시장 3지구 부근,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할매 술집에 갔지 담벼락에 광목을 치고 나무 의자 몇 개 놓은 선술집 바로 그곳이었지 노가다들이 떼서리로 와서 한잔 걸치고 가는 곳
대광주리 삶은 돼지다리에선 하얀 김이 설설 피어올랐고 나는 아버지가 시켜주신 비곗살 달콤한 돼지고기를 씹었지 벌건 국물에 고기 띄운 국밥이 아닌, 살코기로 수북이 한 접시를(!) 꺽꺽 목이 맥히지도 않고 아버지가 단번에 꿀떡꿀떡 넘기시던 막걸리처럼 맥히지도 않고, 이게 웬 떡이냐 잘도 씹었지
뱃속에서도 퍼뜩 넘기라고 목구녕으로 손가락이 넘어왔었지 식구들 다 데리고 올 수 없어서 공부하는 놈이라도 한번 실컷 먹인다고 누이 형제들 다 놔두고 나 혼자만 살짝 불러 먹이셨지
얼른 얼른 식기 전에 많이 묵어라시며 나는 많이 묵었으니까 니나 묵어라시며 스물여섯에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 남몰래 울음 삼켰지 돼지고기 한 접시 놓고 허겁지겁 먹어대던 그날 난생 처음 아버지와의 그 비밀 잔치 때문에 왜 하필이면 그날 그 일이 떠올랐는지도 몰라도 지금도 서문시장 지나기만 하면 그 때 그 선술집에 가서 아버지와 돼지고기 한번 실컷 먹고 싶어 눈물이 나지 그래서 요즘도 돼지고기 한 접시 시켜 놓고 울고 싶어지지 22.당신은 누구십니까/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 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이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적시며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23.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4. 구두수선 부부 / 신승희 그는 여자다 연초록빛 얼굴이다 수많은 행인들이 오가는 진해중앙시장입구 세상에서 가장 작은집 하나 나는 그 곳 단골손님이다 서면 천장이 닿고, 옷깃만 스쳐도 떨어질 것 같은 옆에 있는 도구들 겨우 혼자만이 않을 수 있는 공간 그 기엔 언제나 해맑은 화초처럼 화안한 얼굴로 무릎을 모우고 구두를 닦으며 수선하고 있다
닳은 굽이 새로 태어나듯 세월도 수선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덜컹 덜컹 매연이 뒤엉켜 내려앉는 아스팔트 위로 수선집 앞 버스정류장에서는 각자 삶을 실어 나른다. 숨 막히는 시끌벅적 소음은 베토오벤의 월광곡일지도 빌딩의 그림자 석양에 몸 뉘일 때까지 구두 닦는 민얼굴의 여자, 보기 드문 여자 하늘이여! 둘이 앉을 수 없어 시린 혹한을 등에 업고 구두 닦는 문밖의 한 사람, 포름 한 얼굴 꿈의 노래 흐르는 한 쌍의 비둘기 집 볼 시린 밤이 오면 한 그루 가로수 벚나무에 기댄 채 그 아래 웅크린 비닐작은 집 누가 말하지 않아도 도심의 밤 가로등은 오늘도 환하게 구두수선 집을 지키고 있다.
25.독도 만세/ 이근배 하늘의 일이었다. 처음 백두대간을 빚고 해 뜨는 쪽으로 바다를 앉힐 때 날마다 태어나는 빛의 아들 두 손으로 받아 올리라고 여기 국토의 솟을 대문 독도를 세운 것은
누 억년 비, 바람 이겨내고 높은 파도 잠재우며 오직 한반도의 억센 뿌리 눈 부릅뜨고 지켜왔거니 이 홀로 우뚝 솟은 봉우리에 내 나라의 혼 불이 타고 있구나.
독도는 섬이 아니다 단군사직의 제단이다 광개토대왕의 성벽이다 바다의 용이 된 문무대왕의 뿔이다 불을 뿜는 충무공의 거북선이다 최익현이다, 안중근이다, 윤봉길이다 아니 오천년 역사이다 칠천만 겨레이다
누가 함부로 이 성스러운 금표(禁標)를 넘보겠느냐 백두대간이 젖을 물려 키운 일본열도 먹을 것, 입을 것을 일러주고 말도 글도 가르쳤더니 먼 옛날부터 들고양이처럼 기어와서 우리 것을 빼앗고 훔치다가 끝내는 나라까지 삼키었던 그 죄값 치르기도 전에 어찌 간사한 혀를 널름거리는 것이냐
우리는 듣는다 바다 속 깊이 끓어오르는 용암의 소리를 오래 참아온 노여움이 마침내 불기둥으로 솟아오르려 몸부림치는 아우성을 오냐! 한 발짝만 더 나서라 이제 독도는 활화산이 되어 일본 열도를 침몰시키리라 아예 침략자의 종말을 보여주리라
그렇다 독도는 사랑이고 평화이고 자유이다 오늘 우리 목을 놓아 독도 만세를 부르자 내 국토의 살 한 점 피 한 방울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서로 얼싸 부둥켜안고 영원한 독도선언을 외치자 하늘도 땅도 바다도 목청을 여는 독도 만세를 부르자
26.두견(杜鵑) /김영랑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 너는 너른 세상에 설움을 피로 새기러 오고, 네 눈물은 수천(數千) 세월을 끊임없이 흐려 놓았다. 여기는 먼 남(南)쪽 땅 너 쫓겨 숨음직한 외딴 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호젓한 이 새벽을 송기한 네 울음 천(千) 길 바다 밑 고기를 놀래 이고, 하늘가 어린별들 버르르 떨리겠구나.
몇 해라 이 삼경(三更)에 빙빙 도는 눈물을 씻지는 못하고 고인 그대로 흘리었느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 몸은 퍼붓는 네 술잔에 그만 지늘겼느니 무섬증 드는 이 새벽까지 울리는 저승의 노래. 저기 성(城) 밑을 돌아나가는 죽음의 자랑 찬 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 어둘 저 흰 등 흐느껴 가신다. 오래 시들어 파리한 마음마저 가고 지워라. 비탄의 넋이 붉은 마음만 낱낱 시들 피느니 짙은 붐 옥 속 춘향이 아니 죽었을 라듸야
옛날 왕궁(王宮)을 나신 나이 어린 임금이 산골에 홀로 우시다 너를 따라 가시었느니 고금도(古今島) 마주 보이는 남쪽 바닷가 한 많은 귀향길 천리 망아지 얼렁 소리 쇤 듯 멈추고 선비 여윈 얼굴 푸른 물에 띄웠을 제 네 한 된 울음 죽음을 호려 불렀으리라. 너 아니 울어도 이 세상 서럽고 쓰린 것을 이른 봄 수풀이 초록빛 들어 풀 내음새 그윽하고 가는 댓잎에 초승달 매달려 애틋한 밝은 어둠을 너 몹시 안타까워 포실 거리며 훗훗 목메었느니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 없으리 오! 불행의 넋이여, 우거진 진달래 와직 지우는 이 삼경의 네 울음 희미한 줄 산(山)이 살풋 물러서고 조그만 시골이 흥청 깨어진다. 27.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정일근 가을이 오면 기차를 타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낡고 오래된 기차를 타고 찬천히, 그러나 입 속에 스미는 가을의 향기처럼 연연戀戀하게 그대에게 가렵니다.
차창으로는 무심한 세상은 다가왔다 사라지고 그 간이역에 누구 한 사람 나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해도 기차표 손에 꼭 잡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그대가 기다리는 간이역 이미 지나쳤는지 몰라도 그대 이미 나를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덜컹거리는 완행기차를 타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가을이 나뭇잎 하나하나를 모두 물들이는 무게와 속도로 그대에게 가렵니다. 28.깃발 / 이근배 아버지는 깃발을 숨기고 사셨다 내가 그 깃발을 처음 본 것은 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해방 전부터 시작된 감옥살이에 몸이 상할 대로 상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석방노력과 설득에 겨우 마음을 돌려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지 한 해도 못되어 육이오가 일어났다 너 재집이하고 명룡이네 좀 다녀 오거라 인민군이 어디쯤 내려왔는지 아직 전쟁바람도 안 불고 태극기가 우리나라 깃발이던 어느 날 이웃집 재집이와 나는 재 넘어 사는 명룡이 아버지가 집모퉁이 콩깍지동 속에서 꺼내주는 종이 깃발을 품속에 안고 돌아왔다 운동회 날 하늘을 덮던 만국기들 속에는 보지 못했던 그 깃발 아버지는 언제부터 무엇에 쓰시려고 숨겨두고 계셨던 것일까 그 깃발의 세상이 오자 아버지는 온양으로 떠나셨고 오늘토록 돌아오시지 않는다 어머니와 우리 세 남매의 행복을 앗아간 깃발 하나 오래도록 내 안에서 입 다문 슬픔으로 펄럭이고.
29.단풍물 /이우걸 가을에는 다 말라버린 우리네 가슴들도 생활을 눈감고 부는 바람에 흔들리며 누구나 안 보일 만치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소리로도 정이 드는 산 개울가에 내려 낮달 쉬엄쉬엄 말없이 흘려보내는 우리 맘 젖은 물속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빗질한 하늘을 이고 새로 맑은 뜰에 서보면 감처럼 감빛이 되고 사과처럼 사과로 익는 우리 맘 능수버들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30.마법의 새 / 박두진 아직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몇 번만 날개 치면 산골짝의 꽃 몇 번만 날개 치면 먼 나라 공주로, 물에서 올라올 땐 푸르디푸른 물의 새 바람에서 빚어질 땐 희디 하얀 바람의 새 불에서 일어날 땐 붉디붉은 불의 새로 아침에서 밤 밤에서 꿈에까지 내 영혼의 안과 밖 가슴속 갈피갈피를 포를 대는 새여
어느 때는 여왕으로 절대자로 군림하고 어느 때는 품에 안겨 소녀로 되어 흐느끼는 돌아설 땐 찬바람 빙벽 속에 화석 하며 끼들끼들 운다.
너는 날카로운 부리로 내 심장의 뜨거움을 찍어다가 벌판에 꽃 뿌리고 내가 싫어하는 짐승 싫어하는 뱀들의 그것의 코빼기를 발톱으로 덮쳐 뚝뚝 듣는 피를 물고 되돌아올 때도 있다.
너는 홀로 쫓겨 숲에 우는 어린 왕자의 말이다가 밤마다 달빛 섬에 홀로 우는 학이다가 오색 훨훨 무지개 속 구름 속의 천사이다가 돌로 치는 군중 속의 피 흐르는 창녀이다가 한번 맡으면 쓰러지는 독한 꽃의 향기이다가 새여. 느닷없이 얼키설키 영혼을 와서 어지럽혀 나도 너를 알 수 없고 너도 나를 알 수 없게 눈으로 서로 보면 눈이 넋으로 서로 보면 넋이 타면서 서로 아파 깊게 깊게 앓는,
서로 오래 영혼끼리 꽃으로 서서 우는 서로 찾아 하늘 날며 종일을 울어 예는 어쩔까 아 징징대며 짖어오는 울음 아직도 너를 나는 사랑하고 있다.
27.바다로 가자 :김영랑시 /정일근 시인님 시 가을이오면 그대에게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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