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인가를 줄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청광 김용대 화백(淸光 金容大 . 경남 고성).
이른 봄날, 4시간여를 달려 그의 달마선원을 찾았을 때 그는 "달마 한 점을 받기위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 네 시간 정도를 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달마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하루 작업량은 180여장, 달마 한 장 그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분정도. 그는 달마를 그릴수록 기운이 샘솟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대대손손 가문있는 집안의 종손인 김화백은 선천적인 언청이로 태어났다. 때문에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심한 따돌림 속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림은 유일한 그의 위안이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다고 아버지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받은 것도 헤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진주남중과 진주농고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려 했으나 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하고도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신체장애가 심하다는 이유였다.
심한 좌절과 패배감으로 자살기도를 한 것도 몇 차례 .
진주 남강에 몸을 던지려던 어느날 그는 우연히 강변 언저리에서 종이조각에 쓰여진 '세완무복(世完無福)이란 글귀를 보는 순간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 이 세상에 완전한 행복을 가진 자는 없다' 란 문구를 보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체적인 병과 마음 속의 병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었던 그는 그 때부터 자신이 정말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청광화백은 원래 우리 선조의 지혜와 해학, 그리고 애환을 담은 민화를 그렸다. 민화 발굴을 위해 1990년대에는 포항에 정착, 그의 지인인 박상택씨의 도움으로 장기간 여관에 투숙하면서 많은 그림을 그렸다. 가는 곳마다 그때 그때 감흥을 시(漢詩)로 읊어주고 그림을 그려주어 '현대판 김삿갓' 혹은 '달마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청광 화백이 달마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75년 부터.
민화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던 그는 전라도 북암에서 그림을 그리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한창 어울려 놀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졌습니다. 한참을 미끄러지다가 얼떨결에 두 팔로 무엇인가를 부여잡았는데 어떤 할아버지의 다리였어요. 그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제 꿈에 자주 나타나 하늘의 소리를 전해주던 바로 그 할아버지로 '내가 바로 달마다. 앞으로 나의 형상을 그려 만인에게 나눠줄 수 있겠느냐' 물으셨는데 "그러겠다" 대답하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일은 다음날 아침 절 아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난데 없이 한 노인이 나타나서 "달마를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김화백은 자신은 민화를 그리는 사람으로 달마를 그려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다짜고짜 "달마를 그려달라" 고 해 어젯밤 꿈 속에서 본 대로 달마를 그렸다고 한다. 이후 청광 화백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달마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달마가 만 장을 넘었을 때부터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달마를 받아간 사람들 사이에 달마영험담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달마를 걸고 보니 사업이 곱절로 잘 되더라. 차사고가 났는데 자신만 멀쩡하더라. 병원에서도 못 고친다던 불치병이 나았다더라 등등.
어느덧 청광 화백이 그린 달마는 '행운의 달마도'가 되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문 이 소문은 SBS 토요미스터리라는 프로그램에 제보됐고, 그 내용이 방영됐다. 그 후 두 달 후인 4월에는 청광 화백이 그린 달마를 걸면 수맥이 차단된다는 방송이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방송되면서 그의 달마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됐다. 신청자의 명단을 정리하는 데에만 꼬박 4개월, 신청자가 달마도를 받기까지는 8개월이 걸린다.
이후 그의 달마도는 iTV 토요 미스테리 극장, SBS 출발 모닝 와일드, MBC 생생영남에서 방송됐고 불교방송에서 는 장기간 전파를 타면서 세간에 '행운의 달마도'로 여전히 각광을 받아 오고있다.
예고도 없이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오는 이들, 혹은 해외에서 온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자연 밀리기도 하지만 청광화백은 편지 하나하나를 소중히 모아두고 사연의 정도에 따라 분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주소를 차곡차곡 적고 있다.
"그림을 빨리 받고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병들고 딱한 사람에게 양보하며 덕을 베푸는 것은 바로 달마 대사님이 원하시는 일일 것입니다. "
그는 죽는 날까지 달마를 그려 보시할 것이라고 한다. "인연한 모든 사람들의 가정이 화목하고, 병자는 쾌차하고, 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고, 행운이 깃들길 기원한다"는 그는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달마를 그린다.
달마를 그리다 보면 자신 또한 기분이 좋아지고 새로운 힘이 송송 솟아나며 좋은 일들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청광 김용대화백. 그러나 평안하고 진실한 그의 얼굴빛, 그리고 익살스런 재담을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난다.
"집 건너편 산이 달마를 닮았다"며 사진을 찍고 가라는 그의 말에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그가 그린 달마의 눈빛은 살아있는 안광처럼 빛나면서도 마음의 평안을 준다. 문의:(055)674-6625,6673
진용숙기자
-경북일보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