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자던 그 맹세
하루의 화를 참지 못하고
등 돌리고 누운 자리에서
서로 먼저 말을 하지 못한다
- 박동환 -
l해설l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변했나 봅니다. 며칠 전 TV를 보는데 일본의 무사武士 같이 보이는 사람이 흘러내리는 물을 칼로 베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과학이라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볼 수 없었던 초고속 카메라의 한 컷은 많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진실을 확신하게 된 순간이었고. 부부싸움의 비유인 ‘칼로 물 베기’에서 칼과 물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칼은 금속성 재질이고 단단하며 무언가를 자르고 토막내는 날카로운 성격이고 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연결되어 있고 하나로 뭉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칼과 물은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를 비유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대개 부부싸움의 원인은 가치관, 의사소통 차이,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상대방에 대한 무리한 기대, 줄어드는 부부관계 등등 수없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점점 그런 날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내가 미워서가 아니고 편해서입니다. 등 돌리고 자는 날 출근길 하얗게 핀 “나비 바늘꽃” 2송이가 마치 등을 돌린 것같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피어 있는 사진을 찍으면서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너거도 싸웠나?”
- 맹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