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의 반지, 모자, 지팡이는 각각 무엇을 상징하나요?
지금은 거의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교우들이 주교님을 만나게 되면 무릎을 꿇고 손가락에 낀 반지에 입을 맞추며
존경을 표시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주교의 반지는 주교 품위의 상징으로서, 또 신앙의 모범을 보여 주는 상징으로서
9세기에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의 표지로서 주교 서품식 때 받으며,
주교와 자기 지역 교회와의 영성적인 일치와 계약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장엄 예식 때 주교는 신부들과 달리 머리에 주교관(主敎冠)을 쓰고 지팡이를 사용하는데,
"미트라(Mitra)"라고 불리는 주교관은 미트라스
(Mithras, 고대 페르시아의 빛과 진리의 신)의 모자에서 기원했습니다.
미트라는 특별한 품위의 상징으로 주교가 전례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썼던 두건이었습니다.
형태는 삼각형이나 둥근 모양으로 뾰족하고 높으며,
뒤쪽에 늘어진 두 개의 자락 끝에는 술이 달려 있습니다.
이전에는 교황과 주교가 쓰는 관이 구분되어 교황은 3중관을 썼습니다.
교황이 썼던 3중관은 꼭대기의 십자가를 정점으로 하여 세 개의 층이 있는 관으로서,
이 세 개의 층은 교황이 갖는 세 가지 직무, 즉 신품권, 사목권, 교도권을 암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 개의 층이 없어졌으며, 기도하는 동안에는 항상 주교관을 벗습니다.
주교가 예식 때 사용하는 지팡이를 목장(牧杖, 사목적 지팡이)이라 하는데,
이 목장도 마찬가지로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교황 첼레스티노 1세는 425년 이단의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 올바른 가르침을 제시하기 위하여
주교들이 특별한 지팡이를 사용하도록 권고 하였습니다.
이 목장은 7세기 초 스페인에서 처음 사용되다가 8-9세기에 서방교회 전체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 목장의 형태는 목자들이 사용했던 지팡이의 형태에 따라 손잡이가 구부러져 있으며,
은이나 금으로 도금되어 있습니다.
이 목장은 자기 지역 교회에 대한 관할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주교가 자기 지역 교회에서 예식을 거행할 때는 구부러진 쪽을 교우들을 향해서 들지만,
다른 지역 교회에서 예식을 거행할 때는 교우들을 향해서가 아닌 자신을 향해서 들게 됩니다.
–정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