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64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2024 <구미를 기록하다> 디카시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성숙 시인의<희망>과 황재원 시인의 <낮에 뜨는 별> 두 편을 소개한다.
1. 한계 상황 속 스승의 선택, 제자들에겐 새로운 선택의 길을 열어준 야은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다.
야은역사체험관은 고려 말기 성리학자인 야은 길재 선생의 생애와 숭고한 선비 정신을 기리고 있는 곳이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듸 업다 /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는 고려의 3은이라 불리는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와 함께 야은 길재 선생이 지은 시조다. 태종 이방원과 성균관에서 동문수학한 고려의 대 학자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하며 결국 출사하지 않았다. 고향인 구미로 내려와 후학을 양성하며 살았고, 조선 오백년의 초석을 이루어냈다.
야은의 삶은 대나무와 같은 꼿꼿함이 있었다면, 그 제자들에겐 따뜻한 세상에서 새롭게 학문에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야은의 삶을 이성숙 시인의 작품, <희망>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디카시
'햇살 가득한 잔디 위 / 소복이 낳은 알 / 따뜻한 세상 속에 살라는 / 소리 없는 엄마의 진통'의 시적 문장을 통해, 야은 길재가 양성한 후학들은 새로운 환경인 조선에서 학문에 정진하라는 의미도 엿볼 수 있다.
디카시는 영상기호와 문자기호가 화학적으로 융합되어 결국 디지털 문학이 완성된다. 특히, 잔디 위 큰 바위와 함께 놓여진 돌들을 디지털영상으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면서, 이를 '엄마=큰 바위', '알=돌들'로 비유하고 있는 시적 문장이 절묘하게 연동되어, 이를 '희망'으로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무생물인 큰 바위를 디카시 영상기호의 소재로 삼아, 엄마의 진통의 단계까지 끌어올린 디지털 역량이 참으로 탁월하다.
2. 보통의 놀이기구를 세상에 없는 '낮에 뜨는 별'로 변신시킨 멀티언어의 매력에 취하다.
금오랜드는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산 도립공원 내에 위치하는 테마파크로 1993년 개장하였다. 보통의 놀이기구는 휴식과 놀이를 위하여 마련해 놓은 기계나 시설을 말한다. 주로 유원지나 놀이동산에 설치된 것을 뜻한다.
놀이기구는 휴식과 놀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재충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휴식은 쉬는 것이 아니라, 현장 수업을 통해 감성을 키워주는 재미있는 놀이가 곧 휴식이다. 황재원 시인은 금오산 금오랜드 놀이기구를 통해 '힘차게 돌고 있는 행성'을 발견하고, 이를 '낮에 뜨는 별'로 탄생시켰다.
#디카시
'둥그렇게 뿌려진 가지런한 행성들 / 수만 가지 생을 담아 힘차게 돌고 있다 // 가장 높은 곳에서 먼 하늘 안아보고 / 낮은 곳에 내려 이웃의 눈을 마주 본다 // 별빛 같은 사연들이 오늘도 반짝인다 '의 스토리에서 놀이기구는 수만 가지 생을 담아 도는 행성의 축이며, 이곳에서 먼 하늘을 안아보고 이웃의 눈을 마주 보며 휴머니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사람을 '별'로 바라본 수사적 어법 또한 압권이 아닐 수 없다. 놀이기구는 행성을 움직이는 중심 축이고, 이를 '낮에 뜨는 별'로 부각시킨 그 순간, 영상 기호와 문자 기호가 연동되어, '반짝거리는 사연'을 낳고 있다.
놀이기구는 휴식과 놀이가 공존하는 재충전의 장소이다.이곳에서 행성의 질서를 육화시키면서 존재적 자기미학을 구현하고 있다.
'낮은 곳에 내려 이웃의 눈을 마주 본다'는 시적 진술은 휴머니티의 의미를 지닌다. 낮추고 낮추어야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고 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답고 진솔한 삶이 출렁거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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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는 이고운 시인의 <모두가 낙엽된다>를 선정했다.
#금주의 디카시
'태어날 때는 / 초록 동색 // 떠날 때는 각양각색'의 시적 문장은 인생의 깊이가 묻어난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초록이 기운이 넘치고, 결실의 계절 가을에는 다양한 컬러의 무늬로 낙엽이 됨을 일갈하고 있다.
초록의 빛깔은 초심을 말하고, 각양각색의 낙엽 빛깔은 존재적 자각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처음 시작은 누구나 같은 조건이지만, 결국 그 끝은 '어떻게 살아 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국경, 성별, 나이의 경계를 허물고 빠른 속도로 넘나드는 멀티 종합 언어 예술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성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