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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 하계 어도 세미나 수필 종합편
김윤자
어도에서 개최 : 2004년 8월 12일 목요일 ∼ 13일 금요일
* 어도 가는 길
수원역에서 400번 버스를 탔다. 송산어시장에서 하차하면 택시로 10분 정도 걸리는 섬이라 한다. 400번 버스는 제부도 행이다. 지난 봄에 한 번 가 본 적이 있어서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수원 시가지를 벗어나면 화성시로 접어들고 푸른 초원의 전원 풍경이다. 농촌 들녘을 1시간쯤 달려서 가면 송산어시장이다. 말로만 들었던 비봉, 어천리, 매송 등의 지명이 보인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조선문학 문인들은 서울에서는 2시에 함께 출발하고, 이곳 근교에 사는 사람은 각자 가는 것이다. 초행이라서 버스 기사에게, 옆의 아주머니에게 계속 물으며 갔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후 5시 15분에 탄 버스가 6시 20분에서야 송산어시장에 도착했다. 철이른 코스모스와 익어가는 농작물의 아름다움에 기분이 상쾌하다.
어도 [해피 하우스] 정문. 길 안내하며 따라 다니던 강아지
* 송산 어시장
버스 기사가 이곳이 송산 어시장이라며 내려주었다. 바로 어물가게 앞이다. 질퍽한 바닥에 갯내음이 물씬 풍긴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서너 곳의 가게에 해물이 즐비하다. 주로 조개류다. 잘 보아 두었다. 내일 집에 갈 때 해산물을 사다가 두 아들과 남편에게 바닷가에 다녀간 기념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물건은 내일 나오면서 사기로 하고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어도〔해피하우스〕팬션을 아느냐고 물었다. 잘 모른다 한다. 해피하우스는 조선문학 차문금 시인이 운영하는 팬션이다. 그 곳에서 유숙하며 세미나와 시낭송을 열기 때문이다. 바로 곁에 택시 승차장이 있다. 면 소재지이기에 그래도 편리하다.
우리 마트라는 간판이 크게 보이고 그 맞은 편에서 택시를 탔다. 어도까지는 요금이 만원이다. 왕복요금을 받는다 했다. 송산면 어시장을 떠나 좁다란 시골길로 계속 들어간다. 전에는 바다였다는 길을 가로질러 어도에 도착했다.
* 어도〔해피하우스〕
조선문학 소속 차문금 시인이 운영하는 팬션이다. 나를 태운 택시가 해피하우스 정문 앞에 내려놓는다. 간척지 땅이 드러난 갯벌 위의 도로를 달려 좀 높으막한 어도 섬 땅에 지은 아름다운 집에 이르렀다.
이 곳 섬에는 해피하우스 말고도 몇 군데의 팬션이 더 있다. 섬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데 산 곳곳에 건물이 들어 서 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산과 나무가 가로막기도 하지만 탁 트인 바다가 이웃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예전에는 이 섬 주위가 다 바다였다는 택시기사의 말을 생각하니, 지금 나는 바다 위의 섬에 도착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신기하여 자꾸 사방을 둘러보았다. 남자 인부인 듯한 사람들이 빨간 티를 동일하게 입고 팬션 마당에서 분주히 일을 한다.
조선문학에서 왔다 하니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꽤 넓은 뜨락과 규모다. 동을 가로질러 내려가니 얕으막한 동산이 있고 그곳에 우리 조선문학 문인들이 모여 있었다. 이미 세미나가 시작되어 목례로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해피 하우스] 정원의 아름다운 버섯동 근경.저 멀리 바닷가
박진환교수님.그 곁의 본인.서벌.이재형.이정숙.유진.정숙희.도기옥.박필경.정순자.오석란 시인 외
[해피 하우스]팬션.최선옥.차문금 시인과 함께
* 조선문학 하계세미나
조선문학 주간이신 박진환 교수님으로부터 〈현대시에 있어서의 변용과 형상 미학〉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항상 들어온 말씀이지만 오늘 따라 머리 속에 잘 정리되어 시창작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이미 발표된 틀을 따라가지 말라고 시의 낯설기를 강조하신다. 낯설게 쓰게 보는 이로 하여금 설득력있는 시를 쓰라는 것이다. 그 예로 T.S. 엘리어트의 황무지를 거론하셨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성찬경 교수님으로부터 베운 영미문학 강좌가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엘리어트의 황무지는 큰 감명으로 공부했다.
모두들 적으며 열심히 세미나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나무의자에 앉기도 하고 흙바닥에 깔아놓은 돗자리에 앉기도 하여 군데군데 모여 심오한 눈빛으로 배우고 있다.
50여명이 왔다. 많이 오신 편이다. 서울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어도 섬으로 이동하여 세미나에 참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하룻밤을 유숙하면서 참여해야 하니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지면에서나 뵈었던 훌륭하신 여러 문인과 최근에 등단하여 잘 몰랐던 문인들을 만난 유익한 세미나였다.
조선문학 문인들 단체사진.박진환교수님외.맨 앞줄 중앙의 빨간 스카프가 본인 김윤자
* 바비큐 석식
세미나를 마치고 연수장 안내 프랑 카드 앞에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자리를 옮겼다. 팬션 안마당으로 옮겨 아까 들어올 때 일하던 남자 직원들의 도움으로 저녁 석식을 했다. 메뉴는 바비큐와 해물된장찌개다.
6시부터 8시경까지 세미나를 마치고 나니 이미 해는 지고 곳곳에 어여쁜 조명등이 살아난다. 길게 마련된 목조 식탁에 앉아 구워다 주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원래 이곳 팬션에서는 자기가 스스로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는데, 우리 일행은 워낙 많은 인원이다 보니 남자 직원들이 나와 서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돌아다니며 부족한 것이 없느냐고, 무엇을 더 드릴까요 하면서 끊임없이 날라다주는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었다.
그 어느 바비큐보다도 고기가 연하고 알맞은 간기로 맛이 좋다. 약간의 짠맛 이외에는 순수한 고기맛 그대로다. 조개를 넣고 끊인 된장도 구수하고 맛있다. 밥을 더 주문하여 나누어 먹었다. 마주하여 앉은 문인들과 건배하며 더욱 친숙해지는 시간이었다.
뜨락에서 굽는 고기의 불화로가 어둠 속에서 꽃처럼 아름답다. 고기 향기에 날아온 모기가 괴롭혀도 아랑곳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투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좋다고, 이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며 먹고 또 먹는다. 참으로 즐거운 바비큐 석식이었다.
* 시낭송 및 향연
저녁 식사 후 한계단 내려가 야외무대 앞으로 모였다. 모기장이 쳐져 있어 모두들 두 곳으로 나누어 들어가 앉았다. 무대는 좀 높은 곳에 있어 어디서나 잘 보인다.
최선옥 시인의 사회로 시낭송이 진행되었다. 간간이 윤고영 시인님이 통기타를 메고 나와 60, 70년대의 옛 노래로 흥을 돋군다. 함께 손뼉치며 부르기도 하고, 지나간 추억을 더듬으며 행복한 표정들이다.
더러는 자청하여 시낭송을 한 후 뒤따라 노래 한 곡조 부르고 내려오기도 한다. 아름다운 밤의 향연이다. 박진환 교수님께서도 가곡 세 곡을 부르셨다. 여전히 잘 부르신다. 고음 부분에서도 교수님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만큼 잘 처리하신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고향이 남쪽이신 교수님의 지정곡이다. 시낭송만도 아름다운데 생음악으로 듣는 문인들의 노래는 더욱 아름답다. 김수린 시인은 순서를 기다리다 스스로 무대에 올랐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며 읊을 수 없다며 그 풍부한 감성으로 자작시를 낭송한다. 시인의 가슴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남다른 풍부한 감성을 지녔기에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이 밤 도저히 시와 노래를 읊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파도와 어머니〉라는 자작시를 낭송하고 〈초연〉을 불렀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실 때 쓴 시라고 부언하며 그 날의 대천바다, 어머니를 모시고 바라보던 파도를 읊었다. 무반주로 부른 노래가 그런 대로 새로운 맛을 낸다.
먼 산 부엉이 밤 새워 울어대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끼며 많은 추억을 쌓은 시낭송 향연이었다.
빨간 스카프의 본인과 무대 위에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윤고영 시인님.사회자 최선옥 시인님
한사람씩 나가 시낭송 하고 노래도 부르고.이완섭시인.김윤자 본인은 '파도와 어머니'자작시 낭송
* 목조 건물의 실내 풍경
밤 늦도록 자리를 뜨지 않는다. 모두들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문우의 정을 나눈다. 진명희 시인이 과수원에서 농사지은 예산 사과와 복숭아를 먹으며 분위기는 더욱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재식 교수님은 다시 노래방으로 나가자 하신다. 지금 시간이 새벽 1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서부터「김밥」까지 부를 수 있다 하시는데 듣지 못함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 문인이 큰 동 하나에서 자고, 여자 문인들이 큰 동 두 개에 나누어서 잤다. 남자 문인들은 2층이고 여자 문인들은 1층이다. 실내가 꽤 넓다.
신기한 것은 모두가 목조다. 외경도 내경도 다 통나무를 자른 나무판으로 지어져 있다. 화장실 벽면과 바닥까지도 나무판이다. 샤워를 하면 나무판 사이로 물이 새어나간다. 나무 냄새가 향기롭다. 무공해의 집에서 자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본 집과 유사하다. 캐나다의 집들은 모두가 나무로 짓는다고 했다. 지난 6월 한국문인협회에서 해외문학 세미나 차 다녀온 캐나다가 눈 앞에 전개되는 순간이다.
민가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건축하는 집의 구조물을 보았는데 모두 나무였다. 이곳 팬션에 오니 캐나다의 집도 이렇게 모두 목조건물이라는 것에 대하여 상상이 간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는데 켜지 않아도 공기가 서늘하다. 모기도 없고 쾌적한데 마음이 들떠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3시경에서야 약간의 눈을 붙이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어제 다 보지 못한 주변 풍경과 시화전을 보기 위해 나는 카메라를 매고 밖으로 나왔다.
목조건물의 실내에서.김화자.정숙희.정순자 시인님과 함께.빨간 스카프는 본인 松花 김윤자
* 시화전
해피하우스 뜨락 곳곳에 조선문학 시인들의 시가 시화로 꾸며져 전시되어 있다. 통나무를 자른 기둥의 판에 시를 써넣고 그림을 삽입하여 길목에 잔디밭에 박아 놓았다. 액자가 아닌 것이 더욱 정성스럽고 초원의 빛으로 다가온다. 나의 시 〈파도와 어머니〉가 어젯밤 시낭송하던 무대 앞에 전시되어 있다. 유진 시인이 화가여서 그 많은 시화마다 그림을 제공하였다 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내가 나의 시화를 사진 찍고 있을 때 유진 시인님이 내려와 함께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나누고. 오히려 잘못 그려 미안하다는 겸손의 말씀을 하신다. 시화가 해피하우스 팬션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다. 시가 있는 팬션, 테마가 있는 팬션이 될 것 같다.
차문금 시인이 공들여 전시해 준 시화가 해피하우스에게 행복을 불러주리라 기대된다.
[해피 하우스]팬션 뜨락에 전시된 본인의 시화<파도와 어머니> 근경
본인의 시화 <파도와 어머니> 전문 근경.1연과 제목-.2연과 3 연-4연 마지막 연
* 바닷가의 아침 산책
바닷가로 나갔다. 어도 섬에서 조금 걸어가니 완전한 바다는 아니지만 바닷물이 보인다. 강아지가 따라나와 길 안내한다. 서벌 조선문학집필위원님과 이재형 시인, 유진 시인과 함께 걸어갔다. 시조 시인이신 서벌님은 대한약사회에서 〈약사공론〉이라는 약사회 신문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나의 작은 아들이 약대생이라 하였더니 더욱 반가와 하셨다. 기념사진을 함게 찍었다. 오는 길에 박진환 교수님과 여러 문인들을 만나 즐거운 산책을 했다.
조선문학 집필위원이신 서벌 시조시인님. 이재형 시인님과 함께
조선문학 주긴이신 박진환 교수님.조선문학 집필위원이신 서벌 시조시인님과 함께
* 제부도
아침 식사 후 제부도에 갔다. 간척지 마른 바다의 땅을 자동차로 달려서 갔다. 바다가 광야처럼 땅으로 누워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곳곳에는 바닷가 특유의 풀이 나무처럼 큰 키로 자라고 있다. 연한 순을 따다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이라고 정순자 시인이 말한다. 보기에도 연해 보인다.
내 옆에 앉은 이정숙 노 시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보니 어느덧 제부도에 도착했다. 지난 봄에 가족과 함께 와 본 곳이다. 바다 속에 길이 있다. 물이 나가면 자동차가 아스팔트로 만든 길을 달려서 간다. 희한한 길이다. 그 바다의 길을 달려 제부도 섬에 이르렀다. 소라 횟집에서 해물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해물 뚝배기처럼 된장을 풀어 맵지도 않고 맛있었다.
식사 후 호미와 비닐봉투를 식당에서 제공하여 갯벌로 조개를 잡으러 갔다. 물이 많이 빠져 맨발로 바닷물 가까이까지 멀리 가며 흙을 팠다. 나는 작은 게 두 마리만 잡았다. 하준철 시인이 내 호미를 들고 더 멀리로 잡으러 갔다. 그러나 어느새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우리는 나와야 했다. 조개잡는 재주가 부족함인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색체험으로 즐거웠다.
점심식사는 같은 소라횟집 2층으로 올라가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회도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에 물이 들어온다 하여 1시 30분경 제부도 섬을 출발했다. 매바위와 제부도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아 아쉬움을 달래며 떠나왔다.
제부도 소라 횟집.조선문학 하계 세미나 후 아침과 점심식사 한 곳
* 돌아오는 길
제부도를 떠나 송산 어시장 쪽으로 왔다. 서울로 가는 문인들은 서해안 고속도로 쪽으로 가고 수원으로 나오는 문인들은 해피하우스 봉고차로 송산어시장까지 가기로 했다. 정순자, 임경원 시인과 나 셋이서 최문금 시인의 차로 왔다. 참 맑고 좋은 날씨다. 좀 덥지만 푸르른 하늘이 좋다. 시골 풍경이 아름답다. 송산면에서 포도원을 한다는 정순자 시인은 9월 초에 포도를 먹으러 오라고 했다.
최문금 시인과 기사는 송산 어시장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해피하우스로 갔다. 정시인도 가고 임경원 시인과 둘이 어물가게에 들었다. 어제 이곳에 내렸을 때 봐 두었던 가게다.
맛조개와 소라, 바지락, 모시조개 등 살아있는 싱싱한 해산물을 사서 아이스박스에 담아들고 왔다. 나는 두 아들과 남편에게 큰 고마움으로 선물로 맛있게 먹도록 요리해주려고 2만원 어치를 샀다. 값이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그 싱싱함을 나눌란다.
지난 봄에도 제부도에서 이렇게 사다가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다. 임경원 시인은 요번에 새로이 알게 된 시인이다. 아직 미혼의 영문학 전공 시인인데 예의바르고 곱다. 9월 초에 다시 만나 정순자 시인의 포도원에 오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뜻깊은 조선문학하계세미나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