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는 다 어디 가고
瓦也 정유순
강원도 영월에 가면 산골자기를 댐으로 막은 이상한 시설이 있다. 댐은 당연히 물을 가두어 두는 시설로 알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물은 없고 분가루처럼 바람에 날리는 하얀 가루가 댐 안을 가득 매워져 있다. 이곳 도심으로 들어가는 도로변에도 성곽을 쌓아 올린 것처럼 거대한 시설이 눈에 보인다. 이곳은 한때 텅스텐(tungsten 중석)을 캐던 금속광산이 있었던 곳이다.
<광미댐 위치도>
지금은 값이 싼 중국산에 밀려 조업을 중단하고 휴업 중이다. 텅스텐금속은 재질이 강하여 전구의 필라멘트나 실탄(實彈)을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로 쓰인다. 그래서 1970년을 전후해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수요가 많아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업(盛業)을 이루기도 했다. 돈이 많아 강아지가 지폐를 입에 물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때의 화려했던 모습들은 세월이 흘러 지하의 갱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브라질의 철광회사 광미댐 붕괴-연합뉴스>
중석(重石)은 지하에서 광물이 섞여 있는 원석(原石)을 캐낸 다음 선광(選鑛)과정을 거쳐 뽑아내어 텅스텐금속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석을 빻아 금속을 잡고 남아 쳐진 광석 가루’를 ‘복대기’ 또는 ‘광미(鑛尾)’라고 하는데, 이 분가루 같은 광미는 비소(As), 납(Pb), 카드뮴(Cd), 크롬(Cr), 구리(Cu) 등 환경에 유해한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어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물질인 것이다.
<텅스텐반지-네이버캡쳐>
이런 광미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댐이나 성곽 같은 시설을 만들어 그냥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홍수가 져 논밭에 흙이 떠내려가면 이 광미를 얻어다가 복토를 하여 농사를 지었는데,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병충해가 없어 농사가 잘되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는데, 이 이야기는 다만 이 곳 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광미저장시설 위치도>
우리나라에서 금, 은, 구리 등 값이 나가는 금속을 본격적으로 채굴(採掘)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이 강제로 이 땅을 점령하여 유린하기 시작했던 때부터다. 전국의 어디라도 금이나 은 같은 노다지가 나올만한 곳은 다 굴을 팠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노다지’를 캐내어 돈을 벌다가 해방이 되어 일본사람들은 다 물러가고 우리나라사람들이 물려받아 운영해 오다가 경제성이 떨어지자 아무런 뒷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철수해 버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그림 - 장영철화백>
문 닫은 광산에서는 광산폐수가 계속하여 흘러나와 인근 농토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오죽하면 주민들은 곡물에 함유한 중금속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만일 발표가 되면 이곳에서 생산된 쌀이나 보리 등 곡물을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에 판로가 막혀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기자는 피해상황을 취재하여 보도했다가 그곳 주민들의 심한 저항을 받기도 하였다.
<벼농사>
그리고 주민들도 이유도 모른 채 전신이 쑤시고 아프며 기침만 해도 뼈가 부스러지는 것처럼 통증이 오는 특이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가 발생하는데, 2004년 경남 고성군에 있는 폐금속광산 주변지역에서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 병은 카드뮴이나 납에 의해 중독되어 발생이 되는데 뼈가 약해져 잘 부러진다. 이미 1950년대 일본의 금속광업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이따이이따이(아프다 아파)’라고 비명을 질러 붙여진 이름이다.
<브라질 광미댐 붕괴 -네이버캡쳐>
지금은 정부에서 ‘광해방지사업단’을 설립하여 여러 가지로 직접 사업도 하면서 지원하고 있어 형편이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러한 폐금속광산이 소재해 있는 곳은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가난한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채광으로 피복이 벗겨진 산>
이 사업단이 설립되기 전에는 정부에서 복원사업을 하라고 예산을 지원해 줘도 자체적으로 충당해야할 기본예산마저 편성하지 못하여 엄두도 못 냈다. 광산업자는 노다지만 다 빼가고 그 아름답던 곳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으며, 그곳에서 대를 이어 굳세게 살아 온 주민들만 이래저래 덤터기만 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시야가 흐린 날씨>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난 다음에 해야 하는 끝마무리가 너무 약한 것 같다. 사업이 잘 되어 잘 돌아가던 공장도 사양길에 접어들면 폐업을 한 채, 마당에는 폐기물만 가득 쌓여 침출수가 줄줄 새어나오고 악취가 진동하는 곳을 여러 번 보아왔다. 그곳을 운영하던 주인이나 관리자는 볼 수가 없다. 결국은 돈을 쫒아 들어 온 사람은 돈이 떠나면 대부분 같이 떠난다.
<폐수처리시설>
농촌의 폐가는 그곳에서 살기가 어려워 정든 집을 비우고 떠나지만, 광산이나 공장 등 사업장은 돈을 잘 벌다가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아 휴업하거나 폐업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사업자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곳을 주민들이 휴식을 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나 멋진 공원으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도 해봐야 한다.
<폭삭 주저 앉은 폐가>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0.1%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한다. 그것은 끝까지 책임을 지느냐 지지 않느냐 차이일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일류가 되기 위해 지금보다 0.1%만 더 노력하고 생각해 보자. 아마 성공도 그 속에 있을 것 같다.
<담양호>
<정유순의 우리가 버린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https://blog.naver.com/waya555/222969765937
첫댓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2022년 글 많이 올려주심 감사드립니다~~~
2023년에도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부탁드립니다~~~
내년에는 이유없이 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