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희의 여러분
휴일 낮 TV. SBS 방송 “판타 스틱듀오”에서 가수가 뽑은 기성인과 함께 부르는 노래를 경청했다. 많은 가수들이 참여하여 기성인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갔다.
오랜만에 보게 된 나이가 칠십 한 살이라는 윤복희의 무대는 나를 혼절케 만들었다.
내 나이 십대 때 윤복희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 짧은 치마라고 놀리지 마라고 온 정렬을 쏟으며 노래를 부르던 윤복희 가수였다. 덕택에 여성들은 미니스커트의 돌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아버지고향이 충청남도 보령출신이라고 하며 일제 때 일본 경성 음악 전문학교를 나와 오페라 극단을 만들어 활약을 하다가 최승희 제자 무용수를 만나 두 남매를 낳았다고 했다. 첩으로부터 태어난 두 남매는 6⦁25 당시 오빠 윤향기는 7세 윤복희는 4살이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극단에 실패를 하고 집까지 다 날리며 마약 중독으로 사경을 해맬 때 아버지 본처의 구박을 받다가 오빠 윤향기가 가출을 하여 당시 청계천 다리 밑에서 껌팔이를 하며 거지들과 함께 지냈다고 했다. 밤이면 가마니 한 장 깔고 새우잠을 자며 살아온 두 남매는 지난날의 슬픔을 온 몸으로 다 토하고 있었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평생 아버지를 원망하며 윤복희는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갖 설음 속에서 성장한 남매가 그 멍울을 토해 내고 있었다. 미 팔군 부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서게 되면서부터 미니스커트와 째즈곡을 부르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어린 시절 노래 부르던 윤복희 아들보다 57년이나 더 어린 손자 같은 이와 함께 부르는 “여러분”의 노래는 무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강남에서 신속배달을 한다는 용선이라는 젊은이와 함께 “여러분”을 부르는 시간 온통 사람의 혼을 다 빼앗아 갔다. 엄마가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는 배달원 용선이는 한 번도 어머니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어머니와 함께 부르는 노래였다고 했다. “판타 스틱듀오” 무대 위에는 강남 신속배달원 용선이와 어머니 같은 윤복희와 두 사람이 함께 부러는 노래는 뼛속깊이 감추어 두었던 혼을 활화산이 폭파하는 것 같이 목소리로 쏟아 내고 있었다.
“여러분”
네가 만약 외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줄게. /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내가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이 되리라...../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나는 너의 형제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오---- /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넌 멈추지 않아, 아들과 대화 하듯 부르는 “여러분” 노래가 있고 기쁨이 있다.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고 노래하는 속에 사랑이 있다.
윤복희가 사경을 헤맬 때 여러분을 부르며 병을 극복했다는 사유를 털어 놓았다.
암울했던 지난날의 멍울을 토해내는 윤복희와 용선이의 눈물이 내 가슴 눈물 되어 오래 동안 뜨겁게 아픔으로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