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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으로 가슴을 뛰게 하라
켄 블랜차드 · 제시 스토너 지음
21세기북스 / 2006년 1월
▣ 저자
켄 블랜차드 - 켄블랜차드컴퍼니의 회장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교육자, 컨설턴트이다. 저서로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겅호』, 『1분 경영』 등이 있다.
제시 스토너 - 시포인트센터의 공동경영자이다. 그녀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조직의 리더들과 함께 일하며 조직의 비전을 연구하였다. 그녀는 다양한 범위의 산업분야에서 컨설팅을 제공하며, 그 조직들이 공동의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전략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 역자 조천제
(주)한국블랜차드컨설팅의 대표. 중앙대, 동국대 등 대학 강의뿐 아니라 삼성, SK, 현대, 포스코, 청와대 등에서 27년 간 강의해 온 기업체 산업 훈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다.
▣ Short Summary
‘우리 회사엔 비전이 없어!’ 라고 단호히 말하는 당신, 과연 자신의 비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지루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 사회에 진출할 무렵만 해도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다양했지만 이런 저런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안주하게 되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조차 잊은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회사에서 제시해 주는 비전을 자신의 비전으로 생각하고, 회사의 비전이 없다면 자신의 비전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속한 조직 안에서 양육되고 보호받는 시대는 갔다. 나를 이끌어 주는 것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나의 비전뿐이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와 목적을 세우고,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청사진을 그려 명확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사회나 조직에서 요구하는 자기계발이나 역량 강화도 내 인생의 명확한 비전이 세워져야 구체화되고 실천될 수 있다. 그러나 ‘비전을 세워보자’는 과제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어떻게 비전을 세워야할지, 어떻게 실천해야할지, 어떻게 나와 나의 가족에게 적용시키고 퍼뜨려야할지를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엘리’는 갑작스런 이혼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정말 하고 싶고, 되고 싶었던 모습에 다가가게 된다. 엘리의 행복을 되찾아준 것은 스스로 세운 자신의 비전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내 모습을 반추해 본다면 비전 세우기가 그렇게 어려운 작업만은 아닐 것이다.
▣ 차례
갑자기 찾아온 이별 :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인생에 대한 비전에서 온다
낯선 세계로 :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새로운 기회다
강렬한 푸른 눈 : 소중한 것을 먼저 해야 한다
전속력 전진 : 열정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 비전의 첫 번째 요소는 의미 있는 목적이다
길을 비추는 등대 : 비전의 두 번째 요소는 뚜렷한 가치다
꿈이 현실로 : 비전의 세 번째 요소는 미래의 청사진이다
거울 앞에 서서 :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마술처럼 열리는 기회의 문 : 비전과 현실 사이에서 긴장해야 한다
함께 이루어야 하는 꿈 : 비전은 실행하기 위한 것이다
낮은 곳에 있는 열매 : 조직의 비전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날마다 다른 길로 : 비전에 대한 대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
중심에서 나를 놓지 않는 것 : 궤도를 벗어나도 비전으로 갈 수 있다
두려움이 아닌 진실에 관한 것 : 선택과 결단의 용기가 필요하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 성공은 새로운 시작이다
에필로그 - 진정한 비전은 세상을 일깨운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
나는 그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나는 이 음울한 겨울날 짐의 무덤 앞에 서 있었다.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들도 나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짐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큰 의미를 가진 존재였던 것이다. 짐의 딸인 크리스틴이 추도문을 읽었고, 나는 귀를 기울였다. 짐을 너무도 잘 묘사한 친숙한 어휘들이 마치 짐이 눈앞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모두들 묘지를 떠날 무렵에, 나는 크리스틴과 마주쳤다. “고마워요, 엘리 아줌마. 하지만 그건 제가 쓴 게 아니에요. 추도사를 쓰려고 서재에 있는 아빠 책상에 앉았다가 서랍에서 이 글을 발견했어요. 아빠가 써두신 것 같아요. 하지만 아빠가 대체 그걸 왜 쓰셨을까요?”
나는 그제야 추도사의 어휘들이 왜 그토록 친숙하게 들렸는지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제야 생각났어. 너희 아빠가 그걸 쓰실 때 내가 곁에 있었단다. 그건 아빠의 인생에 대한 비전이었어.” ‘비전’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곧 내게는 지나간 어느 해 겨울이 떠올랐다.
낯선 세계로
그 해 겨울의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당시 나는 삼십대 중반이었다. 남편은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선언하더니, 그 날 오후에 짐을 싸서 떠나버렸다. 그는 나와 우리의 결혼, 아이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인생으로부터 떠나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학위는 경영학이었다.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무나 회계 관련 구인 광고를 열심히 뒤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제법 큰 보험회사의 회계부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직장에서의 첫날은 예상보다 괜찮았다. 채용할 때 나를 면접했던 마샤가 반갑게 맞으면서 내가 자기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할 일을 배우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만의 자리에 나만의 책상, 나만의 컴퓨터, 나만의 음성 사서함을 가지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내 음성 사서함에는 이미 메시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짐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수요일 저녁마다 종종 백악관을 빠져 나와 뉴욕 애비뉴 장로교회로 갔습니다. 걸리 박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서였지요. 예배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좌관이 링컨에게 설교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내용은 훌륭했네. 하지만 걸리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네. 우리에게 무언가 큰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잊었어." 삶의 진정한 보람은 위대한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데 있습니다. 링컨은 이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짐은 누구이고, 왜 그의 메시지가 내 음성 사서함에 들어 있을까? 내가 비즈니스 세계에 대해 상상했던 것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매일 아침 “여러분 안녕하세요, 짐입니다”로 시작하는 짧은 메시지를 들을 때마다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그 메시지를 옮겨 적었는데, 그것은 주로 누군가가 내 자리를 지나칠 때 바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강렬한 푸른 눈
일요일 밤이 되자, 나는 지겨운 주말의 우울증에서 벗어나 다음 날 출근할 일이 정말로 기다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온 밤을 비몽사몽으로 설치고,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다. 차라리 일찍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생각을 하자 활력이 솟는 듯했다. 나는 프로젝트를 하나 맡고 있었다. 그 일을 잘 해내면 능력이 입증될 것이다. 나는 얼른 옷을 주워 입고 집을 나섰다. 오전 여섯 시 반쯤 회사에 도착했다. 정적에 싸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약간 떨리는 기분이 되었다. 갑자기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다가 커피를 엎지르고 말았다. 방 뒤쪽의 복사기들 뒤에 거의 숨겨져 있다시피 한 작은 탁자와 거기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가 관리인이나 경비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웬일인지 그가 누구이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내 그와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해져 말문을 열었다. 나는 그에게 결혼에 실패한 얘기를 했다. 갑자기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람 이름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미안해요. 제 얘기를 너무 잘 들어주셔서 그만 혼자 떠들었어요. 성함도 모르면서 말이에요.” 그는 푸른 눈으로 나를 건네다 보며, 밝게 웃었다. “내 이름은 짐이고, 나는 이 회사 사장이에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엘리. 그리고 당신의 생생한 삶에 대해 알게 되어 즐거웠어요. 이런, 이제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로군요. 먼저 일어날게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렇게 가버렸다. 아연실색하여 말문이 막힌 나를 남겨둔 채로. 화요일, 나는 그 날도 다섯 시 반에 잠에서 깨어 벌떡 일어났다. 어제의 그 뒷문을 밀어보았다. 문이 열렸다. 나는 곧장 복사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테이블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 없이 이렇게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엘리. 오늘도 일찍 왔군요. 내게 해줄 얘기가 남아 있으신가 보네요?” 그는 웃음으로 앉기를 청했다. “아뇨.” 나는 대답했다. “이번에는 여쭤보고 싶은 것이 좀 있어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매일 아침 음성 메시지를 남기시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내가 처음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은 1년 전쯤의 일이에요. 아버지께서 사장으로 계실 때부터 우리 회사에 다녔던 앨리스라는 여직원이 막 결혼을 했지요. 그런데 일주일 후에 남편 톰이 악성 종양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해야만 했어요. 상상이 가시겠지만. 앨리스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어요. 다음날 아침 나는 모두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서, 각자 톰에게 기도, 격려의 말, 그리고 힘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우리 회사는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직원들이 서로의 삶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지낼 정도가 됐어요. 그런데 회사의 전직원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일이 우리가 가족 같은 느낌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었지요.” 짐은 내게 친절한 미소를 띠며 웃었다.
전속력 전진
수요일, 나는 정확히 오전 여섯 시 반에 회사에 도착했다. 짐은 복사실 뒤쪽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제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꼭 우리가 방금 대화를 나누다가 만 것처럼 곧바로 얘기를 시작했다. “예전의 사장은 직원들이 스스로를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끼게 만들었죠.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어요.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들이 원해서요.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겼고, 뭔가 특별했어요. 그런데 지금의 이 경영자는 그런 마력과 활기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음을 느꼈던 거예요. 그는 없어진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지금보다 훨씬 뜨겁게 타오르게 할 방법이 없는지 궁금했어요.”
“그러니까, 그 경영자가 바로 사장님이군요?” 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었던 예전 사장님은 바로 우리 아버지구요. 아버지가 사장으로 계실 때는 회사의 모든 것이 전속력 전진을 했어요.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왜 하는지를 알고 있었죠. 그러니 거칠 것이 없었죠. 그때는 회사에 진정한 즐거움이 넘쳤어요. 나는 그 느낌을 되살리려고 애써왔지만, 예전처럼 되지를 않아요.” 짐은 모든 것이 ‘전속력 전진을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내 주의를 끌었다.
“전속력 전진을 했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나는 물었다. “아, 그건 증기선이 다니던 시절에 쓰던 용어예요. 동력을 최대한으로 높이고 전속력으로 전진한다는 뜻이지요.” “‘전속력 전진’이라는 말이, 위험에 직면하고도 무모할 정도로 무조건 전진한다는 뜻인가요?” “아니, 정반대예요. 오히려 비전을 갖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한다는 뜻이죠. 자기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가지게 되면, 어떤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밀어붙일 수 있거든요.” “그럼 ‘전속력 전진’이라는 말은 비전의 힘을 말해주고 있는 거로군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빠르게 물었다. “그런데, 비전이 없을 땐, 어떻게 비전을 만드는 거죠? 비전을 만드는 요소가 뭘까요?” 짐은 소리내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짐은 내 인생을 바꾸어놓을 제안을 했다. “엘리, 관심이 있다면 우리 앞으로 이야기를 좀더 나누면서 이 ‘비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알아냈으면 좋겠군요. 괜찮을까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대답했다. “물론이죠. 어디서부터 시작하죠?” “우선 비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죠.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확고한 비전을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기로 해요.”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나는 오늘 새벽에 ‘아하!’ 하고 외치면서 잠에서 깼어요. ‘목적’은 확고한 비전의 한 가지 요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아버지는 목적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죠. 아버지는 회사 내의 모든 사람들이 그 목적을 이해하고 지지하는지 늘 확인하셨어요. 나는 그것이 아버지의 비전에 숨겨진 비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내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짐은 웃으면서 얘기를 계속했다. “내가 말하는 ‘목적’은 우리가 여기에 왜 존재하는지 아는 것을 의미해요. 우리가 지금 몸담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서, 모두가 그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엘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뭐라고 생각해요?” “쉬운 질문이네요.” 나는 대답했다. “보험업이지요.”
짐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니, 그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고 서비스지요. 하지만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는 이유가 뭘까요? 그들이 우리에게 정말로 원하는 게 뭘까요?” “알 것 같아요! 보험에 드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심한 병이나 사고, 죽음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안전장치를 원하죠.”
짐은 밝게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회사 직원이면 누구나 우리가 진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해요. 이것은 우리가 제공하고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심지어는 고객에게 전화에 응대하는 일에까지도 영향을 미치지요.” 나는 공감한다는 듯이 짐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정말 그렇군요. 그러니까 조직의 목적이야말로 비전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죠?” 짐은 대답했다. “그래요. 핵심적인 요소이죠.”
나는 주말 내내 인터넷 검색에 매달렸다. ‘목적 선언문’과 ‘사명 선언문’ 둘 다를 검색해보았다. 그걸 보는 데만도 몇 시간씩 걸렸다. 대부분의 목적 및 사명 선언문들은 기껏해야 자기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나열하고 있을 뿐이거나, 더 나쁜 경우에는 의미 없는 상투적 문구들을 끌어 모은 것들이 전부였다. 인터넷을 계속 뒤지던 나는 머크 제약회사의 사명 선언문을 발견했다. 이 회사가 선언한 사명은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제품과 서비스는 약을 만드는 것이지만, 회사의 목적, 즉 약품을 생산하는 이유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웹사이트를 계속 검색한 끝에, 이 회사가 진정으로 그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머크 사의 재정 실적을 보면, 설립자의 이러한 기본 철학은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 해를 거듭할수록 머크 사는 경쟁력 있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좋은 목적 선언문은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보다 큰 선을 위해 공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었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선언문에 적혀 있는 내용이 아니라 그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선언문이라도 조직체의 구성원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사명 선언문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선언문이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 나는 주말 내내 목적과 사명에 대해 조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한시라도 빨리 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월요일, 정확히 오전 여섯 시 반에, 나는 사무실 건물의 뒷문을 밀고 들어섰다. 짐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사명과 목적 사이의 차이점은 찾아내셨나요?” 나는 내가 알게 된 사실을 얘기했다. “효과적인 사명 선언문에는 뚜렷한 목적이 담겨 있어요. 불행히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지만요. 사명 선언문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의한 것과 같은 뚜렷한 목적이 포함돼 있어야 해요. 또한 회사의 구성원이 어떤 방식으로 목적을 수행하는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목적에 이바지하는지를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하구요. 목적을 밝히지 않고 제품이나 제공 방식만 적은 사명 선언문은 동기를 부여하지 못해서 무의미해요.”
나는 목적에 대해서 알아낸 것을 스스로의 업무에 응용해보며, 한 주를 보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사람이 지고 있는 책임이 무엇인지 질문을 퍼부으면서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다. 문득 내가 고객의 관점을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회계 부서의 고객인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후로 며칠 간에 걸쳐 몇 차례 얘기를 더 나눈 끝에, 나는 내부직원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고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다음과 같이 함으로써 그들과 회사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전체적인 조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우리 회사의 수익 증가에 기여한다.
* 정부에 정직하고 윤리적인 세무 보고를 함으로써 회사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보장한다.
* 직원들이 업무상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세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이런 식으로 본다면, 다른 부서와 일을 하는 방식도 바뀌게 될 거예요. 더 이상 ‘세무 수사관’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지는 않게 될 거예요. 이걸 제대로 해낼 방법만 알아낸다면 우리는 적극적이고 존중받는 업무 파트너가 되겠죠. 우리 일이 중요하다는 거야 늘 알고 있었지만, 이제 이 일이 재미있기까지 하겠군요.“ 동료인 마샤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더 생각하다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다시 이었다. “자기 일을 이렇게 보는 방식은 세무 회계뿐만 아니라 전체 회계 분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직장 일은 잘 풀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집에만 오면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 주말에 나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시도했지만, 애석하게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장을 보거나 집안 청소를 하는 등 그 동안 팽개쳐두었던 내 할 일들을 좀 했다. 다음날 아침까지 나는 짐을 만날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가 오기도 전인 여섯 시에 회사에 도착한 나는 뒷문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는 15분쯤 후에 나타났다. 그러고서 짐은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엘리, 내가 그 동안 우리 가족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와 캐롤린은 결혼한 지 25년이 넘었고, 크리스틴이라는 딸이 하나 있답니다. 대학교 졸업반이죠. 가족은 내 삶에서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러시군요.” 나는 대답했다. “언제 한 번 그 분들을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짐이 우리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직장 동료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리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로맨스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발전하는 우리 관계를 묘사하는 최적의 표현은 그냥 ‘특별하다’ 정도일 것이다. 나는 마음속에 품고 있었을지도 모를 환상을 완전히 버리고, 그 순간부터는 진정한 가능성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수요일 아침에 대화를 나눌 때 짐이 이런 얘기를 꺼냈다. “자, 오늘은 회계부에서 기다려온 바로 그 날이로군요.” “네?” “부서 사람들이 모여서 목적을 검토하기로 한 날이 오늘 아닌가요?” “맞아요!”
나는 목적의 힘이 조직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활력을 만드는 데는 생생한 토론이 큰 몫을 했다. 만일 모두 마샤가 타이핑한 문서를 그저 건네 받은 것뿐이었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단지 문서 한 장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리더 외의 다른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은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적만큼 중요한 무언가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길을 비추는 등대
주말이 되자 짐은 또다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대학 동창회였다. 어느 날 아침, 짐의 음성 메시지를 듣던 중에 나는 그 빠진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아낼 수 있었다. 빠져 있던 것은 ‘가치’였다. 가치가 지금껏 그의 삶을 이끌어왔음이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바탕으로 매일을 살았다. 그는 가치에 대해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치! 이 말이 진짜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가치는 왜 중요한가? 가치는 목적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루 종일 이런 물음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그 날 밤 나는 딸아이인 제니퍼의 사전에서 ‘가치’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무엇이 근본적으로 중요하고 올바른 것인지를 규정하는 지속적인 신념 혹은 원칙’
목적이 ‘왜’를 말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면, 가치는 ‘어떻게’를 말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가치는 “목적을 수행해 나가는 하루하루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되어 준다. 바로 이것이었다! 짐을 만나게 되자, 나는 인사도 채 나누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목적은 ‘왜’를 말해주고, 가치는 ‘어떻게’를 말해줘요.” 짐은 웃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맞이하는 방법치고는 특이하군요! 맞아요! 가치는 비전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예요.” “그런데 우리 회사의 가치는 무엇이지요?”
나의 질문에 짐은 생각에 잠겼다. 짐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엘리, 우리 회사에 적합하고,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분명히 밝히지는 않은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 바로 떠오르는 것이 ‘윤리’와 ‘고객 관계’네요. 우리에겐 중요한 가치가 하나 더 있죠. 바로 성공이에요. 우리가 약속한 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업을 키워나갈 수가 없겠죠.” “그 말씀엔 저도 동감이에요. 그런데 회사의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동의할까요.” “지금부터 그걸 알아봐야죠.”
짐은 웃으며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짐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나는 구체적인 행동을 들어서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짐이 자신의 개인적 가치를 얘기할 때, 그는 그냥 건강을 중요시한다고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건강이라는 가치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면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될지, 또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생각인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회사 사람들이 회사의 가치에 입각해서 행동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를 그려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편안히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이 어제 보내신 음성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것 같아요. 점심시간에 모두들 회사의 가치에 대해서 얘기하더군요.” “회사의 가치라는 것은 그 회사가 어떤 사업에 몸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지요. CNN은 최신 속보를 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신속성을 중시하고, 우리는 고객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돕기 때문에 고객 관계를 중시하는 거예요. 가치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할 것이고, 그것이 회사의 목적을 떠받치게 되는 겁니다. 가치는 그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에요. 가치는 사람들이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을 인도해주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거죠.”
“그러면, 그 가치들이 열거된 순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크리스틴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마지막 해에 우리 가족은 디즈니월드로 여행을 갔었죠. 디즈니월드의 첫 번째 가치는 안전이고, 두 번째 가치는 친절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들이 항상 모든 가치 기준을 토대로 행동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하지만 가치들 간에 충돌이 생길 때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 할 거예요.” “그러니까, 직원이 손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고 있을 때 비명소리가 들리면 직원은 즉시 양해를 구하고, 첫 번째 가치의 부름에 따라 그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겠군요.” “오늘 아침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냈어요. 우리는 조직이 가치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밝혀냈고, 중요성에 따라 가치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꿈이 현실로
“이 비전 만들기에는 여전히 빠진 것이 있어요. 아직 다 된 것이 아니에요.” 짐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내가 동의하자,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지금까지 알아낸 것을 같이 한 번 살펴봐요. 목적은 우리의 존재 이유를 말해줘요, 그렇죠? 그리고 가치는 목적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알려주지요. 또 우리는 의미 있는 목적과 뚜렷한 가치가 사람들에게 열정과 힘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어요. 목적과 가치만으로는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없거든요. 비전은 어디로 가기 위한 것이에요. 목적지나 방향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는 어떤가요? 사람들이 그걸 비전의 본보기로 들곤 하잖아요. 제 생각엔 그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래에 대한 생생한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함으로써 미래에 이렇게 될 것이라는 선명한 청사진이요.” “바로 그거군요! 빠진 것은 그것이었어요, 미래에 대한 청사진!”
우리는 확고한 비전의 세 번째 핵심 요소가 미래의 청사진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청사진의 힘은 없애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것에 집중 할 때 발휘된다. 우리는 지나온 일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마침내 밝혀냈다. 확고한 비전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 세 가지이다.
1. 의미 있는 목적
2. 뚜렷한 가치
3. 미래에 대한 청사진
다음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비전에 대한 정의>
비전은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이 그 여정을 인도할지를 아는 것이다.
짐이 비전에 대한 정의를 되새겨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정의는 정말 도움이 되는군요! 강력하면서도, 내가 생각해낸 어떤 것보다 함축적인 내용이에요. 세 가지 요소 모두가 비전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 은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을 뜻하죠.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미래의 청사진을 나타내고요. 그리고 ‘무엇이 여정을 인도할지’는 가치에 해당해요. 자, 이제 진짜 어려운 일은 이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회사의 비전을 만드는 거예요.” 짐은 신중하게 선언했다.
함께 이루어야 하는 꿈
어느 화요일 아침, 나와 짐은 커피 잔을 앞에 놓고 마주앉아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다 된 건가요?” 하고 내가 물었다. “비전을 밝혀내는 것과 이루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짐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회사는 아직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아무도 아직 나와 함께 한 배에 올라타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비전을 보고, 참여를 원하고, 비전을 실현한 방법을 찾아낼지를 알아내야 해요.” 그러고 나서 그는 노트를 한 장 찢어 다음과 같이 썼다.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 중요한 것들>
비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비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비전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우리가 대화를 시작한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확고한 비전의 핵심 요소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훌륭히 해내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는 않아요. 우리의 비전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가 이 세 가지 ‘어떻게’를 밝혀내야만 해요.”라고 짐이 말했다.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전속력으로 전진할 수 있을 거예요.”
낮은 곳에 있는 열매
또다시 화요일 아침이 되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앉아 있었다. “사장님이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비전이 보다 뚜렷해지도록 도와주고 비전을 옹호하는 것이지, 비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그 비전을 인정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 비전은 사장님 혼자만의 비전이 될 거예요.” 짐은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내 비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생각과 반응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군요. 그러니까 비전을 다듬을 때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희망과 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거지요?” “네, 맞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곧바로 진지하게 대화에 참여했다. 마샤 부서의 직원들은 특히 열의가 넘쳤다. 이것이 자기들 부서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이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짐을 비롯한 회사 간부들이 이 같은 대화를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말에 점점 더 많은 직원들이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통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미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짐은 직접, 혹은 음성 메시지를 통해 대화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음성 메시지는 이 기간 중 매우 활발히 사용되었다. 회사의 모든 부서가 각자 자기 부서의 비전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회사의 비전에 잘 부합되는 비전을 끌어낼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이 진짜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짐은 회사 내에서 그가 그토록 추구해왔던 열정과 활기가 생겨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짐과 나는 ‘비전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비전을 현실화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단 비전을 확인한 이상, 그것을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제는 그 비전이 가리키는 바에 따라 지속적으로 행동해야만 한다. 그 시점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최대한 활용하여,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가정생활에서도 비전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그 동안 아이들의 필요를 등한시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그 같은 행동을 즉시 멈춰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겠다고 동의했으면 곧바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좀 더 좋은 엄마가 되도록 할게. 다음 주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비전을 공유할 때에는 서로가 그 비전에 맞춰 일관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비전에 일치되지 않게 행동하고 있는 것을 묵과한다면,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뢰와 헌신을 위협하는 셈이 된다. 우리는 비전을 뒷받침해주는 지원 체계, 습관, 관행 및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비전을 추구할 때 우리의 가치들을 꾸준히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해줄 지원 체계가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헌신적 참여는 단순히 좋은 의도 정도로 퇴색되어버리고 만다.
어느 흐린 날 아침, 우리가 가느다란 보슬비 속을 힘차게 걷고 있을 때 짐이 말했다.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처음 사장 자리를 맡았을 때, 나는 좋은 경영자가 되고 싶었죠. 내 생각엔 좋은 경영자가 되긴 한 것 같아요. 그러고서 나는 회사의 공동 비전을 만들어내고자 했죠.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갖게 되고 나니까, 이젠 내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내가 과감히 말했다. “글쎄요, 사장님께서 비전에 관해 중요한 것들을 일깨워주고 우리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은 나쁠 것 없죠.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특히 말이에요.”
짐은 웃으며 말했다. “엘리, 당신 말이 맞아요. 내가 할 역할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그 역할은 그 동안 과거에 내가 해왔던 것과는 다른 거예요. 나 자신이 비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남이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죠.” “그러니까 사장님의 임무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직원들이 비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돕고, 될 수 있는 대로 장애물로 제거해주고, 격려하는 것이군요.” “그래요. 이 회사에서 내 역할은 우리가 함께 비전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나 자신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더 넒은 세상을 향해
그로부터 9년 후, 그동안 나는 글짓기 강좌에서 만난 브라이언과 재혼을 했고 그와 함께 미 대륙 반대편으로 떠나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러던 이른 아침에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커피를 잔에 다 따르고 나서 수화기를 들었다.
“엘리 아줌마, 저 크리스틴이에요. 아빠가 입원하신 걸 알려드리려고요. 아빠도 제가 그러길 바라실 거예요. 의사들로서도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대요.”
공항에 도착한 나는 짐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크리스틴이 받았다.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엘리 아줌마. 병원으로 가지 마시고 집으로 오세요. 아셨죠?” 그게 그녀가 말한 전부였다.
장례식이 끝난 후 우리는 짐의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걸어가다가 짐의 서재를 지나쳤고, 순간 빨려들 듯 그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에는 짐의 글씨로 몇 개의 간단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읽어보니 그것들은 그의 다음날 아침 메시지를 위해 적어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성공에서 이제는 의미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럴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비전은 그저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짐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나의 여정을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준 그의 마지막 선물에 대해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했다. 나는 인생이라는 여정은 결코 성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