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출근합니다》
## 제68화 ― 「작은 질투」
도쿄 국제 패션박람회 마지막 날.
한빛패션 부스는 아침부터 여전히 분주했다.
전날 ‘글로벌 바이어 추천 브랜드’로 선정된 뒤부터 한빛패션을 찾아오는 바이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오대리는 쉴 새 없이 명함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한국에서는 명함 한 장 받으려고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그가 탁자 위에 수북이 쌓인 명함을 바라보았다.
“여기서는 명함이 우리를 찾아오네.”
박주임이 웃었다.
“그러니까 잘 챙겨요. 그게 다 돈이에요.”
최인턴이 옆에서 명함 한 장을 번쩍 들었다.
“그럼 이건 얼마짜리입니까?”
김부장이 말했다.
“자네 월급보다는 비쌀지도 모르지.”
“부장님!”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때였다.
“Excuse me.”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돌아보았다.
한빛패션 부스 앞에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짙은 회색 정장.
깔끔하게 넘긴 머리.
목에는 박람회 관계자용 출입증이 걸려 있었다.
**MICHAEL REED
LONDON FASHION SELECT**
유럽의 유명 패션 편집숍 바이어였다.
강서준이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마이클의 시선이 윤하늘에게 향했다.
“Ms. Yoon?”
하늘이 조금 놀랐다.
“네?”
마이클이 환하게 웃었다.
“I've been looking for you.”
오대리의 눈이 커졌다.
박주임도 슬쩍 하늘을 바라보았다.
강서준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늘은 얼른 영어로 인사했다.
“Nice to meet you.”
마이클은 하늘에게 명함을 건넸다.
“어제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었습니다.”
통역이 자연스럽게 말을 옮겼다.
“특히 옷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의 하루와 연결해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하늘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마이클은 한빛패션의 재킷을 가리켰다.
“이 제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하늘은 곧바로 제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단.
실루엣.
직장인을 고려한 활동성.
그리고 한빛패션이 이 옷을 기획한 이유까지.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웃었고,
가끔 질문했고,
하늘도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 떨어진 곳.
강서준은 계약 서류를 들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대리가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왔다.
“팀장님.”
“왜요?”
“서류 거꾸로 들고 계십니다.”
강서준이 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거꾸로였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서류를 바로 돌렸다.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오대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거꾸로요?”
“오대리.”
“네.”
“일하세요.”
“네.”
오대리는 돌아서면서 웃음을 참았다.
박주임이 다가왔다.
“왜?”
오대리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AI 팀장님.”
“응.”
“오류 난 것 같은데?”
박주임이 강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과 마이클을 보았다.
“아.”
그녀가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거구나.”
“그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삼켰다.
그 시각.
하늘은 마이클에게 한빛패션의 대표 재킷을 보여 주고 있었다.
마이클이 말했다.
“런던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늘이 놀랐다.
“정말요?”
“네.”
그는 명함 한 장을 더 꺼냈다.
“다음 달 런던에서 바이어 미팅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게 건넸다.
“가능하다면 윤 과장님이 직접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당신의 설명은 제품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그 순간.
옆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 과장님.”
하늘이 돌아보았다.
강서준이었다.
“네, 팀장님.”
“다음 상담 시간이 됐습니다.”
하늘이 시계를 보았다.
“어? 아직 십 분 남았는데요?”
잠깐의 침묵.
강서준이 대답했다.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오대리가 멀리서 고개를 숙였다.
웃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강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Mr. Kang?”
“네.”
두 사람은 악수했다.
마이클이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동료와 일하고 계시는군요.”
강서준은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
“알고 있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이클이 돌아간 뒤.
하늘은 받은 명함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런던이라니.”
강서준이 물었다.
“좋으십니까?”
“그럼요.”
“그 바이어가 그렇게 마음에 드셨습니까?”
하늘이 고개를 들었다.
“네?”
강서준은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니.”
그는 헛기침을 했다.
“회사 말입니다.”
“런던 회사가 마음에 드셨냐는 뜻입니다.”
하늘은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팀장님.”
“네.”
“혹시.”
“뭡니까?”
“질투하세요?”
강서준의 표정이 굳었다.
“제가 왜 질투를 합니까?”
“그렇죠?”
“그렇습니다.”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고요.”
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강서준이 말했다.
“그런데.”
하늘이 다시 돌아보았다.
“네?”
“그 사람이.”
“네.”
“원래 누구한테나 그렇게 웃습니까?”
하늘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팀장님!”
강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류를 펼쳤다.
“다음 상담 준비하십시오.”
“지금 질투하신 거 맞죠?”
“아닙니다.”
“맞는 것 같은데요?”
“업무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하늘은 웃으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팀장님.”
“왜요?”
“저도 하나 물어봐도 돼요?”
“말씀하십시오.”
하늘이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
“어제 일본 기자분이 팀장님한테 명함 주셨잖아요.”
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습니다.”
“그분.”
잠시 뜸을 들였다.
“예쁘시던데요?”
이번에는 강서준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침묵.
먼저 웃은 것은 서준이었다.
“윤 과장님.”
“네.”
“혹시 질투하십니까?”
하늘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닌데요?”
“그렇습니까?”
“업무적인 질문입니다.”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군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대리가 결국 참지 못하고 박주임에게 속삭였다.
“저 두 사람.”
“응.”
“서로 질투하는 거 맞지?”
박주임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래.”
“누가?”
“둘 다.”
“그걸 믿어?”
박주임은 피식 웃었다.
“우리 회사에서 제일 못 믿을 말이 뭔지 알아?”
“뭔데?”
“‘업무적인 질문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그때 김부장이 뒤에서 말했다.
“둘 다 일 안 하고 뭐 하나?”
오대리와 박주임이 동시에 자세를 바로 했다.
“업무 이야기했습니다!”
김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 말도 못 믿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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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마지막 일정이 끝난 저녁.
한빛패션 기획팀은 호텔 근처 작은 식당에 모였다.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던 직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뿌듯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최인턴이 잔을 들었다.
“한빛패션 첫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하여!”
오대리가 바로 말했다.
“잠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강서준과 윤하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우리 팀의 평화를 위하여.”
하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오대리님.”
“네?”
“무슨 뜻이에요?”
“아무 뜻 없습니다.”
박주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업무적인 건배사예요.”
이번에는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강서준도 결국 웃었다.
하늘도 웃었다.
잠시 후.
웃음이 잦아들자 강서준이 조용히 잔을 들었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직원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 박람회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계약 건수가 아닙니다.”
그가 팀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리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준이 말을 이었다.
“그 자신감은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닙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만든 겁니다.”
잠시 조용해졌다.
오대리가 눈을 깜빡였다.
“팀장님.”
“왜요?”
“갑자기 감동 주시면 반칙인데요.”
이과장이 잔을 들었다.
“그러니까.”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내일부터는 칼퇴해도 된다는 뜻인가?”
순간 식당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김부장이 이과장의 어깨를 툭 쳤다.
“자네는 도쿄까지 와서도 결국 그 이야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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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조금 앞서 걷던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도쿄의 밤거리로 멀어졌다.
하늘과 서준은 자연스럽게 뒤에 남았다.
잠시 말없이 걷던 하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
“네.”
“아까.”
“네.”
“진짜 조금도 질투 안 했어요?”
강서준은 걸음을 늦췄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이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조금.”
하늘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아주 조금입니다.”
하늘이 웃었다.
“얼마나요?”
서준은 앞서 걸어가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서류를 거꾸로 들 정도로.”
하늘이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알고 있었어요?”
“오대리가 알려 줬습니다.”
“팀장님도 그런 실수를 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늘의 웃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두 사람은 다시 천천히 걸었다.
잠시 후 하늘이 말했다.
“저도요.”
“뭐가요?”
“조금.”
서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앞만 바라본 채 말했다.
“어제 그 기자분.”
이번에는 서준이 웃었다.
“그랬습니까?”
“아주 조금이에요.”
“얼마나요?”
하늘이 그를 흘겨보았다.
“그건 비밀입니다.”
도쿄의 밤거리.
수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 곁을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이제 조금씩 알게 되고 있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음이 커지면—
아주 작은 질투조차
그 사람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려 주기도 한다는 것을.
하늘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도 같은 순간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날의 작은 질투는 싸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분명하게 보여 준 작은 고백이 되었다.**
### ― 제69화 「돌아오는 비행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