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은 열리지 않았다.
오후의 따스함이 좋다. 서해안고속도로의 한적함이 여유롭다. 달리는 상쾌함에 기분이 한층 업(up) 되면서 즐겁다. 이번 달 들어서 바다의 향기 찾아 떠난 것이 두 번째다. 바닷길이 열리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펴기만 했던 것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지난번 <제부도>에 이어 이번 역시 가까운 이웃의 충남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 독산리 일원을 향해 달린다. 그곳에 바닷길이 열리는 <무창포해수욕장>이 제철을 만난 듯 움푹 들어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무창포 해수욕장은 조선 시대의 군창지였던 곳으로 1928년 서해안에서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이다. 무창포(武昌浦)라 하면, 무창(武昌) 서(西)쪽의 포구로 朝鮮(조선)때 稅米(세미) 倉庫(창고)가 있는 갯가에 포구라 해서 무창포(武昌浦)라 부른단다.
서산에서 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이번 역시 고속도로 이정표 표지판에는 무창포해수욕장에 대한 자세한 표시는 되어 있지 않았다. 막연히 대천과 웅천 지역 부근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서질 않는 바람에 주산나들목으로 빠져나왔더랬다. 그곳에서 좌회전하여 2차선을 타고 18km 정도 거리였다.
국도로 이어지는 2차선 치고도 좁고 울퉁불퉁해서 성수기가 되면 교통난이 심각하리라는 예감을 해 보기도 했는데 독자들께서는 대천IC를 통과하여 목적지까지 가기를 권유한다.
무창포해수욕장에서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면 바로 눈앞에 자그마한 예쁜 섬이 보인다. 옛날 구전(口傳)에 따르면 아기 장군이 죽었을 때 황새가 떼 지어 나타나서 슬프게 울었다는 섬으로 돌로 좌대(座台) 가 놓인 것 같이 생겼다 해서 석대도라 부르는 섬이다.
바닷길이 갈라지는 신비한 모습은 한 달에 두 번,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하여 4∼5회 볼 수 있다고 한다. 물 갈림 현상은 조위 86cm 이하에서 시작되며 물 갈림이 나타나는 시간은 달마다 조금씩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으며, 절정 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하도록 한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닷길을 걷고 있노라면 푸르른 수면 위를 걷고 있는 듯 신비한 느낌에 젖어 들게 된다. 해수욕장에서 석대도까지 바닷길은 S자의 우아한 곡선으로 펼쳐지고, 바닷길 위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놓치기 아까운 장관이다.
관광객은 바닷길을 따라 걸으며 순식간에 열린 길 위에 아무렇게나 드러나 있는 각종 해산물을 손쉽게 채취할 수 있다. 매월 사리 때가 되면 무창포 해수욕장과 석대도 사이의 바다가 갈라져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명명되며 여행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무창포 앞바다에 떠 있는 석대도와 흑섬 사이로 넘어가는 낙조(보령 8경)는 무창포의 최대 비경으로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사진작가들은 이를 촬영키 위해 무창포로 많이 찾아든다.
아직 무창포는 번잡한 휴양지라기보다는 조용하고 인심 좋은 어촌이라는 인상이 짙게 풍기는 곳으로 호젓한 바다 여행의 맛은 이곳이 제격이다. 해수욕장의 북쪽 연안을 돌아가면 무창포구와 만나는데 한적한 어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고깃배가 들어올 시간에 맞추면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횟감과 매운탕 거리를 장만할 수 있다.
무창포 여행의 장점은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도 바캉스 여행이 가능한 곳이 바로 충남 서남부 해안의 보령과 서천 지역이라 하겠다. 또한, 무창포 바닷물은 시원하긴 하나 차갑지 않으며 수심이 완만하여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휴양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다. 안심하고 아이들을 바다에서 온종일 놀릴 수 있으니 말이다.
보령에는 해안 한가운데의 무창포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대천해수욕장. 용두해수욕장, 비인해수욕장 등이 있고 인근 섬으로 여행하기도 좋다. 보령 바로 아래의 서천 역시 장항에 이르기까지 비인만과 장구만을 끼고 있는 좋은 여름 여행지다.
작성일: 200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