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황룡강
풍월가든 앞에선
허리급이 턱걸이라고?
김중석 [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호남지방서 강 붕어낚시 메카로 유명한 곳은 영산강과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쏘가리, 은어낚시로 유명한 반면 낚시만 놓고 본다면 영산강이 한 수 위다.
영상강을 세분하면 지석천과 황룡강으로 나눌 수 있다.
두 강 모두 영산강으로 합류하지만 붕어의 마릿수나 씨알에서는 지석천보다는 영산강 제1지류인 황룡강이 단연 앞선다.
이번 달 출조지 선정을 놓고 고민하다가 황룡강을 선택한 것은 17호 태풍 ‘타파’와 18호 태풍인 ‘미탁’의 영향으로 저수지들이 온통 뻘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계는 큰 비가 오면 조황이 살아나는 게 일반적이라 호황을 기대하며 황룡강을 찾았다.
황룡강의 주 수원은 장성댐이다. 장성댐에서 흘러든 물줄기가 37.6km나 되는 지방하천을 흘러 하류 송림유원지 아래에서 평림천 하류와 만나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여기서부터 영산강 하구언까지는 국가하천에 해당된다.
태풍 영향으로 불어난 수위
지난 10월 2일에 한반도에 도착한 18호 태풍 ‘미탁’은 바람보다도 비가 많이 내린 태풍이었다. 광주 얼레붕어낚시 카페지기 장영철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니 “태풍의 영향으로 장성군과 광주에도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범람했습니다. 저수지에서 흘러든 붕어와 영산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붕어들이 헤쳐모여가 된 상황이죠. 그중에서 가장 핫한 포인트 풍월가든 앞입니다”라며 소식을 전해왔다.
황룡강 풍월가든 앞은 광주광역시와 가까워 광주 낚시인들의 안방 터 같은 곳이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도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황룡강에는 풍월가든, 김치공장, 경비행장 포인트, KTX포인트 등 수 많은 포인트가 있는데 이름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현지 낚시인들이 지형지물을 보고 부르기 쉽게 붙인 것이다.
10월 5일 오후에 풍월가든 앞 포인트에 도착했다.
풍월가든 위쪽에는 김치공장 포인트가 있고 그 사이에 세월교(洗越矯)가 있다.
이 세월교를 중심으로 위쪽을 김치공장 포인트, 아래쪽을 풍월가든 포인트라고 부른다.
차를 몰고 포인트 일대를 둘러봤다. 태풍 때 내린 빗물로 황룡강 중심부의 물 흐름은 빨랐다.
그동안 낚시인들이 드나들던 포인트들은 이미 샛길이 나 있어서 진입이 수월했다. 그 이외 아직 개척되지 않는 그림 같은 포인트들도 즐비했는데 모든 포인트에 대를 담가 봤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다.
그러나 낚시 시간이 1박2일 밖에 안 되다보니 이미 개척되어 있는 포인트로 진입했는데 요 며칠 강물이 불어난 탓에 장화를 신어야만 했다.
좌대를 설치하기 이전에 갈대 잎을 뜯어 강물에 뜯어 띄워보니 미세하게 물 흐름이 있었다. 낚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 좌대를 설치했다.
대편성을 하고 있는데 장영철씨가 내 포인트에 오더니 “미끼의 종류를 불문하고 블루길이 먼저 달려듭니다.”하고 말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블루길이 찌를 예쁘게 올려줬다.
분명 4짜 후반은 돼 보였는데...
본격적인 붕어 입질이 시작된 것은 오후 5시 무렵.
옆 자리에 낚시하던 남재문 회원의 포인트에서 허공을 가르는 챔질 소리가 났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뭔가 걸었는지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는 34cm급. 장영철 씨는 “황룡강에서 이 정도면 큰 사이즈는 아닙니다”하고 말했다. 보통 35~38cm급이 턱걸이급 대우를 받고 4짜를 넘어야 대물 취급해준다는 게 장영철 씨의 설명이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나는 글루텐을 새로 달고 낮 케미를 전자케미로 바꿔 달았다.
그리고 잠시 뒤 중앙에 던져 놓은 4,8칸대의 찌가 심상치 않게 솟아올랐다. 살짝 잠기는 입질에 ‘잉어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다시 물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찌톱이 다 올라온 시점에서 챔질하자 좌우로 째는 힘이 대단 했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33cm짜리 강붕어였다.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붕어들이 초저녁에 활발히 입질하고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도 그런 상황이 이어지는 듯 했다.
내 자리에서 상류 쪽으로 200m 더 올라간 포인트에는 요즘 ‘달빛소류지’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엄청난 구독자를 보유하며 낚시계의 스타로 떠오른 홍광수 씨가 개인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역시 어두워지면서 입질 받기 시작해 9치급과 월척붕어 그리고방금 전에는 35cm 월척까지 낚아내고 있었다.
홍광수 씨는 “긴 대에는 물 흐름이 있다보니 긴 대에 단 떡밥이 금방 떨어져지더군요. 그래서 옥수수로 교체했는데 떡밥에는 없던 입질이 옥수수에는 바로 들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홍광수 씨의 옆자리에 앉았던 김윤건 회원도 옥수수 미끼로 입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는 긴 대를 연안쪽으로 펼쳐 뗏장수초가 삭아들고 있는 마름 사이의 빈 공간을 노려 32cm와 38cm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황룡강은 포인트에 따라 블루길이 설치는 곳과 아예 입질 하지 않는 곳이 확연하게 구분됐다.
내 자리는 새벽 2시까지도 블루길이 설쳤는데, 블루길을 잡아 낼 때마다 글루텐을 갈아줘야 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집어가 되는 셈이었다.
연안의 뗏장수초를 살짝 넘겨 세웠던 네 칸 대 찌가 슬로모션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새벽 3시경. 마르큐사의 페레글루텐을 미끼로 달았는데 찌올림만으로도 대물붕어임에 틀림없었다. 최근 들어서 경험해보지 못한 찌 올림이었다. 찌가 정점을 찍고 멈추는 순간 강하게 챔질하자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쓰며 뗏장수초 속으로 파고들었다.
강제집행으로 간신히 뗏장수초에서 끌어낸 뒤 뗏장수초 위로 미끄럼 태우듯 끌어당기자 4짜 후반은 되는 듯 거대한 몸체가 플래쉬 불빛 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게 왠 날벼락이람? 뜰채에 담으려는 순간 마지막 바늘털이에 목줄이 끓어지고 말았다.
허탈한 마음을 접고 다시 페레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웠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다시 찌가 솟았고 조심스럽게 올려보니 34cm 월척이었다. 조금 전 놓쳐버린 4짜 붕어와는 파워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10월 들어 세월교, 김치공장 앞 두각
여명이 밝아올 때 즈음 발밑을 살펴보니 물이 약간 빠진 듯 보였다. 강계의 특성상 빗물 유입량이 줄자 수위도 자연스럽게 빨리 내려갔다.
옆자리의 남재문 회원이 또 다시 입질을 받아 네 마리째 월척을 낚아내고 있었다.
밤새 글루텐떡밥으로만 낚시했다고 한다.
필자의 자리에서도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지만 조황 취재를 위해 낚시를 멈추고 다른 낚시인들의 조과를 살피러 이동했다.
세월교 바로 위쪽에 앉은 나주 낚시인 박민철 씨를 만났다. 살림망을 살펴보니 월척이 두 마리나 들어 있었다. 저녁 8시에 글루텐으로 낚았다고 한다.
박민철 씨는 “아침에 미끼를 갈아 꿰어 놓았는데 순식간에 무언가가 3.2대를 차고 나가버렸다. 강 중심부에서 낚싯대가 떠다니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며 황당해했다.
박민철 씨는 황룡강에 대형 잉어와 누치가 서식하고 있어 낚싯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애기를 들었는데 막상 자신이 당하니 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이정운 씨는 내가 촬영하는 도중에 34cm를 낚았는데 그가 손꼽은 최근의 핫 포인트는 세월교 인근이었다.
세월교 밑 버드나무 근처에서 최근 5짜 까지 낚였고 김치공장 앞에서도 4짜가 자주 올라왔다고 한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철수할 무렵 장영철 운영자가 철수하는 나를 찾아왔다. 장영철 씨는 “황룡강 붕어낚시는 이제부터입니다. 보통 추석 이후부터 겨울철 살얼음이 얼기 전까지가 피크 타임인데 다소 힘이 들더라도 생자리를 개척해 조용히 낚시하면 의외의 조고는 물론 기록갱신도 가능합니다.“ 하고 말했다.
◆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장성I.C를 나오면 가작교차로이다. 장성·정읍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1.1km 진행후 장성교차로에서 해보 함평 방면으로 고가도로를 이용해 805m 가면 황룡교차로이고 황룡·임곡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6.9km 직진 후 우측에 ‘풍월가든’ 간판을 보고 우회전하여 500m를 가면 풍월가든이고 그 일대가 포인트이다.
◆내비게이션 주소 →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산동 641
최근 황룡강에서 가장 핫한 포인트로 떠오른 풍월가든 앞 전경.
중심부에는 유속이 세지만 연안 쪽는 흐름이 거의 없다.
왼쪽 붉은색 건물이 풍월가든이다.
풍월가든 잎 포인트에서 올린 월척을 자랑하는 필자(왼쪽)와 홍광수 회원.
풍월가든과 김치공장 포인트 구간 사이에 있는 세월교.
물 흐름이 없을 때는 이곳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
황룡강 연안 모습.
줄풀과 뗏장수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어 붕어 은신처로 좋은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선 허리급은 돼야 명함을 내미는데 아쉽습니다”라며
김윤건(왼쪽)회원과 홍광수 회원이 밤낚시로 올린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황룡강에서 잘 먹히는 글루텐 떡밥과 옥수수 미끼.
취재일에는 유속이 있는 곳에서는 옥수수, 유속이 없는 곳에서는 글루텐이 잘 먹혔다.
집어를 위해 옥수수와 글루텐을 함께 꿴 채비.
낮낚시에 올라온 블루길.
밤에는 지렁이를 써도 될 정도로 성화가 줄어들었다.
홍광수 회원이 사용하고 있는 천류사의 천년혼 골드 낚싯대.
황룡강 주변에 피어난 억새꽃이 깊어가는 가을을 대변하고 있다.
“또 한마리 추가요.”
남재문 회원이 월척을 끌어내는 순간을 앵글에 담았다.
수초대를 넘겨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홍광수 회원.
유속이 강한 포인트에서도 밤새 네 마리의 월척을 낚았다.
강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한 취재팀이 55클린운동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