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3.16)에 열렸던 '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 대회를 TV를 통해서 지켜봤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을 보면서도 가끔 화면에 비춰지는 마스터스/아마추어 달림이들을 응원했습니다. 혹시 아는 얼굴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다림도 있었네요. 봄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참가를 하셨거나 완주 및 기록을 달성하신 마라토너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초청·등록선수에 비해서 아마추어는 오랜 시간 달려야 하기에 비 속에서 달리기가 더 힘드셨을 줄로 압니다. 수고하셨습니다(__). 회복과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셨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부러워라(^^).
▶엘리트선수에 대하여
이번 동아대회에서 나타난 결과를 가지고 우리나라 엘리트선수들에 대해서 간단히 지껄여(^^) 보겠습니다. 한국마라톤이 세계에서 빛을 잃지 않을 '싹'을 보았습니다. 고 정봉수 감독의 유작이라고 불리는 지영준(22) 선수가 재작년(2001) 춘천에서 1위(2:15:32), 작년(2002) 중앙에서 3위(2:09:48)를 함으로써 샛별로 불리다가 올해는 1초차로 2위(2:08:43)를 함으로써 3번 마라톤 완주에서 우리나라 마라톤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엄효석(19) 선수가 선두그룹에서 20km(1:55분대)까지 페이스메이커를 훌륭히 해냄으로써 자신이 '샛별'이라는 듯 달리더군요.
여자 마라톤 선수 중에 최경희 선수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희망으로 배해진, 정윤희 선수만을 알고 있었던 저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리고 이번 지영준 선수와 여자부문 3위(2:30:57)를 한 최경희 선수가 작성한 기록은 퇴보상태에 있던 2001년이래 우리나라 여/남 마라톤 최고기록입니다. 남자는 2000년 이봉주 선수가 한국최고기록(2:7:20)를 작성한 이래 2001,2002년은 9분대가 최고기록이였습니다. 이번에 8분대에 들어섰습니다. 여자 부문은 1997년 권은주 선수의 한국최고기록(2:26:12) 20분대에 재진입하려는 싹이 보입니다(#1).
그리고 놀라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한 것은 이번 우승자(32)인 거트 타이스(2:08:42)입니다. 저는 타이스(쫄바지^^)를 한물간 선수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메이커인 줄도 몰랐습니다. 2001년 동아(4위)에서도 길잡이를 했더군요. 대회 초반에 선두에서 뒤돌아보며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손짓을 하길래 앞에서 혼자 계속 달리기가 힘이 들어서 선두를 끄는 역할 분담을 같이 하자는 몸짓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안정된 자세로 계속 선두를 유지하기에 '노병은 죽지 않았구나'하면서 내심 감탄했지요. 그런데 주최측과 계약에 따른 행동이였고, 30km까지 책임을 마치고 내친 김에(?) 우승까지 했다는 기사를 읽고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아마추어/마스터스에 대하여
2003년 동아는 아마추어 달림이들의 기록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대회입니다. 여/남 마라톤 최고 기록이 경신되었을 뿐만 아니라 sub-3(2:59:59)를 기록하신 마라토너들이 엄청 늘어났습니다.
▷대한민국 아마추어 남/녀 최고기록 경신
현재 아마추어 마라톤 참가자들의 기록을 공인해주는 기관은 없습니다만 이번 대회에서 남/녀 아마추어 마라톤 최고기록이 경신됐습니다. 종전기록보유자(신동역)가 다시 자기기록(2:27:42)을 경신(02:26:13)했지만 더 앞선 기록(2:25:33)을 작성한 마라토너(김형락)가 나타났습니다. 여자 엘리트 2위(2:25:42) 선수(워르크네시 톨라,에티오피아)를 뒤이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사실 전에 작성한 3번의 마라톤을 봤을 때 이 분은 마라톤(42.195km)에 맞는 몸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프마라톤을 최고 1:07~08대 기록으로 우승을 하기에 '하프 황제'로 머물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2).
2001년부터 sub-3 기록을 단독으로 가지신 여성 달림이(문기숙)께서 작년 동아기록(2:53:32)을 또 경신(2:50:02)하셨습니다. 미안하지만(-_-;;) 연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부이면서 세월을 이기려고 얼마나 성실하게 훈련을 하셨을까요. 그리고 마라톤 대회에서 달림이들을 위해서 길잡이(pace leader)로도 달리시고, 신문에 달리기 교실을 열고 계시다는 소식을 읽었습니다. 최고기록 경신과 봉사 및 가르침이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추어의 마라톤 최고기록을 경신하신 두 분(김형락,문기숙)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축하합니다(__). 짝 짝 짝....
▷sub-3 달성자 최고
312명(여성1명: 문기숙). 한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2시간대 달림이(sub-3)가 나온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그 비율(4.38%, 312/7,118명)이 높은 대회는 처음입니다. 작년 가장 많은 sub-3 주자가 나온 춘천대회보다 168/13,002명보다 144명이 많습니다. 또한 312명은 작년 한해 동안 sub-3기록 보유자 305명(2002년도 sub-3주자 현황-정오진 작성,02/12/10기준)보다 7명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완주자 대비 두시간대 마라토너인 99년 춘천의 1.74%(34/1,949명)보다 2.64% 즉 151%나 증가하였습니다(#3).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첫째, 4:30분 마라톤 완주기록 보유자로 참가를 제한하였습니다.
4:30분의 기록을 가진 달림이들은 최소한 달리기 경력이 6개월은 넘습니다. 그리고 1회이상 완주경험이 있는 마라토너들입니다. 그리고 4:30분 이후의 달림이들은 한 대회에 대략 30%입니다. 그래서 완주자 대비 두시간대 달림이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작년 동아의 완주자 중 sub-3비율은 1.51%(122/8,077명)입니다.
둘째, 기록을 목표로 한 마라토너가 증가했습니다.
달림이들의 인구가 1998년 IMF관리체제 때에 급속도록 증가하였고, 마라토너 역시 1~2년의 시차를 두고 따라서 많아졌습니다. 작년 춘천대회에서 마라톤 완주자가 13,002명이였습니다. 처음에 완주만을 목표로 하다가 기록에 목표를 두신 달림이들의 비율도 같은 정도로 올랐습니다.
셋째, 체계적·과학적인 훈련 환경이 마련됐습니다.
기록을 목표로 하는 달림이들에게 맞는 훈련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되었고, 이에 따라서 몸만들기와 지구력(버티기)·빠르기(speed) 훈련 그리고 훈련량줄이기(tapering)와 영양과 식이요법, 대회준비 및 경기 방법 등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지식이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겨울철이 끼였음에도 체육관에서 달림틀(tread mill) 등을 통한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졌고, 동호회 등을 통해서 연습 주로가 개발됐으며 규칙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었고, 실전훈련을 할 수 있는 대회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달리기 환경입니다.
넷째, 날씨가 좋았습니다.
대회 당일 05:00에 기온은 7.7℃였고, 출발때(08:00)는 8.5℃ 그리고 바람은 북풍이 초속 2.2(m/s)로 불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습도는 57%였습니다. 그리고 3시간 후인 11:00의 기온은 7.7℃였습니다. 이 기온은 최저기온(1.6℃), 최고기온(9.5℃), 평균기온(5℃), 상대습도(63.6%)를 기록하는 평균 날씨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기상입니다. 출발 기온이 16일 최고기온이였습니다. 빠른 기록을 목표로 하는 마라토너에게는 최상의 온도(6~11℃)였습니다. 그리고 출발 후 약 40분 후에 약한 비(5mm이하)가 내리기 시작했고, 아마추어들이 기록을 세우기에 방해(비가 눈에 들어가서 시야를 가리거나, 주로가 미끄러운 상태)가 되는 강한 비가 아니라 몸에 냉각효과를 주는 비였습니다. 그리고 바람은 거의 없는 상태인 2.2~1.5m/s를 유지했습니다(#4).
다섯째, 평탄한 주로(course)입니다.
올해 새로 공인받은 주로는 작년보다 꺽임이 조금 늘었지만 초·중반에 있고,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오르내리막이 거의 없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그래서 기록 단축을 위한 코스입니다.
여섯째, 세계적으로 공인된 주로(course)에서 작성된 기록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세계육상경기연맹(IAAF) 산하 국제마라톤 및 도로경주 협회(AIMS)에서 공인받은 주로에서 작성된 기록은 보스톤 마라톤 등에 제출할 기록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국제마라톤은 주위 사람들에게 최고 역사와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기에 동아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싶어합니다.
일곱째, 대략 3개월 전에 참가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동아대회 앞뒤 기간에 풀 마라톤대회가 없거나 적습니다. 또한 작년에 열린 서울동아 및 동아경주나 안면도 대회에서 4:30분 이내의 기록을 가진 달림이들에게 우선참가권(6,847명-중복자 454명 제외-추정)을 주었기에 이 우선권이 예약기능을 하여 동아마라톤을 다시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위와 같이 두시간대 달림이가 많고 그 비율이 높은 여러 원인이 있음에도 이른 시간(08:00)에 몸상태를 잘 맞추셔서 이번에 두시간대 달림(sub-3)을 하신 312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수 많은 시간의 흐름 중에 한 지점을 잘라서 의미를 부여하는 기록이지만 아무리 환경이 좋더라도 성실한 훈련에서 흘렸던 땀과 본인과 주위분들의 희생과 절제와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추어 달림이들이 바라는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을 겁니다. 축하드립니다(__). 세계최고기록과 같은 시간대 기록을.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두시간대 달림을 하신 분들은 더욱 기쁘겠네요.
▷참가자 완주율이 높음
이번 대회에서 특이한 점으로 참가자 완주율입니다. 8,195명의 참가신청자 중에서 완주하신 분은 모두 7,118명(남:6,870, 여:248)으로 86.86%가 완주하셨습니다. 작년 같은 대회 66.89%(8,077/12,075)보다 약 20%가 향상됐습니다. 작년 가을에 열린 춘천의 참가자 완주율 81.80%(13,002/15,893명)보다 높습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의 경우에 약 10km정도(KBS1-08:52)부터 3~4시간정도 비를 맞으면서 완주하셨기에 그 어려움은 더 많았을 거라고 봅니다(#5).
작년과 같은 약 3개월 전에 참가자 모집을 했음에도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선착순 모집이 아닌 4:30분 이내의 기록을 가진 마라토너를 그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선착순으로 하면 우선 신청하고 보자는 충동이 앞서기에 실제로 참가할 달림이들이 기회를 놓치게 되고, 불참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4:30분 기록 이상을 가지고, 한번이상 완주한 경험이 있는 달림이들은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마라토너이기에 중독(?)이 심한 분들로 봐야 합니다. 참가 약속 지킴에도 중독(?)된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회를 기다렸음에도 훈련중에 발생한 부상이나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에 따라서 /다른 일상의 일때문에 참가하지 못한 달림이들과 주로에서 만난 비나 /예기치 않았던 컨디션 난조나 부상 등으로 대회를 마칠 수 없었던 달림이들에게 TV중계를 보며 침을 질질질 흘렸던 제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록으로 달리신 여/남 달림이들(#6)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대회관계자, 자원봉사자, 대회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셨던 모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__). 특히 비가 내려서 더 대회진행이 어려웠음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동아마라톤을 TV에서 보면서 쓴 느낌(?)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의 의견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3. 3. 18
치 김병문
덧붙임: 아래에 이번 대회에 관련된 자료(3.17 21:00 기준)들을 싣습니다. 여러 엘리트 선수 및 아마추어 달림이 등 여러 이름과 자료를 허락 받지 않고 올립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