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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별난집별난맛 원문보기 글쓴이: 洸逵(광규)
5가지 맛의 약성 (五味藥性)
○ 만물의 성질을 보면 서로 반대되는 것과 맞는 것(離合)이 있다. 범이 고함치면 바람이 불고, 용이 울면 구름이 생기며 자석은 바늘을 끌어당기고 호박은 먼지를 거두어들이며 옻은 게(蟹)를 만나면 흩어지고 참기름은 옻을 만나면 끓어 번지며 계피나무는 파를 만나면 연해지고 나무는 계피나무를 만나면 마르고 융염(戎鹽)은 알(卵)을 쌓아올리게 하고 수달의 담(膽)은 잔을 갈라지게 한다. 그 기운이 서로 연관성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 이치는 알아낼 수 없다. [서례]
○ 털이나 날개를 가진 동물[毛羽之類]은 다 양에서 생기지만 음에 속한다. 비늘이 있는 물고기나 조개 같은 것은 음에서 생기지만 양에 속한다. 이 이치와 같이 공청(空靑)은 나무를 본 따서 빛이 푸르다[靑].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간으로 간다. 주사는 불을 본 따서 빛이 붉다[赤].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심으로 간다. 운모는 금을 본 따서 빛이 희다[白].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폐로 간다. 석웅황은 흙을 본 따서 빛이 누렇다[黃].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비로 간다. 자석은 물을 본 따서 빛이 검다[黑].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신으로 간다. [서례]
○ 황제가 “5가지 맛이 음과 양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백이 “매운맛[辛]과 단맛[甘]은 발산(發散)시키므로 양에 속하고 신맛[酸]과 쓴맛[苦]은 토하게 하고 설사시키므로[涌泄] 음에 속하며 짠맛[鹽]도 토하게 하고 설사시키므로 역시 음에 속한다. 슴슴한 맛[淡味]은 스며 나가게 하므로 양에 속한다. 이 6가지가 수렴하게도[收] 하고 헤쳐지게도[散] 하며 늦춰지게도[緩] 하고 당겨지게도[急] 하며 마르게도[燥] 하고 눅여 주기도[潤] 하며 연해지게도[軟] 하고 굳어지게도[堅] 한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을 써서 기운을 조화시켜 평행이 되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내경]
○ 매운 맛은 헤쳐지게 하고[辛散] 신맛은 수렴하게 하며[酸收] 단맛은 늦춰지게 하고[甘緩] 쓴맛은 굳어지게 하며[苦堅] 짠맛은 연해지게 한다[鹽軟]. 독이 있는 약은 병사[病邪]를 치고 5가지 곡식은 보양하며 5가지 과실은 도와주고 5가지 집짐승의 고기는 보해주며 5가지 채소는 보충해준다. 그러므로 기미를 잘 배합하여 쓰면 정력을 보하고 기운을 도와주게 된다. 이 5가지는 매운 맛, 신맛, 단맛, 쓴맛, 짠맛을 가지고 있고 각기 이익되게 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헤쳐지게 하고 수렴하게 하며 늦추어지게 하고 당겨지게 하며 단단해지게 하고 연해지게도 한다. 그러므로 사철과 오장의 병에 맞게 5가지 맛을 골라 써야 한다.[내경]
○ 음(陰은 5장을 말한다)은 5가지 맛에서 생기를 받지만 음인 5관(五官)은 이 5가지 맛에 상할 수 있다. 5가지 맛이 비록 입에 맞는다고 하여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지나치게 먹지 말고 자체로 조절하여 먹어야 한다. 지나치게 먹으면 원기가 상한다. [내경]
○ 대체로 5가지 맛이 위(胃)에 들어갔다가는 각기 제가 좋아하는 곳으로 간다. 즉 신맛은 먼저 간으로 가고, 쓴맛은 먼저 심으로 가며, 단맛은 먼저 비로 가고, 매운 맛은 먼저 폐로 가며, 짠맛은 먼저 신으로 간다. 기운이 오랫동안 몰려 있으면 일정한 변화를 일으키는데[物化] 이것은 법칙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맛만 오랫동안 먹는 것은 수명을 줄이는 원인으로 된다. [내경]
○ 한 가지 기운이 오랫동안 계속 세지면 어느 한 장기의 기운이 치우쳐 세게 된다. 한 장기의 기운이 치우쳐 세지면 다른 한 장기의 기운은 끊어진다. 이렇게 되면 갑자기 죽을 수 있으므로 한 가지 기운만 오랫동안 세게 하는 것은 수명을 줄이는 원인으로 된다. 음식을 많이 먹지 않고 약간 먹는데도 갑자기 죽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5곡의 맛을 치우치도록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음식을 치우쳐 먹게 되면 역시 일찍 죽을 수 있다. [내경주]
○ 매운 맛은 맺힌 것을 헤쳐주고[散結] 마른 것을 눅여 준다[潤燥]. 쓴맛은 습한 것을 마르게 하고[燥濕] 굳은 것을 연해지게 한다[軟堅]. 신맛은 늘어진 것을 조여들게 하고[收緩] 흩어진 것을 거두어 들인다[收散]. 단맛은 팽팽한 것을 늦추어주고[緩急] 짠맛은 굳은 것을 연해지게 하며[軟堅] 슴슴한 맛은 구멍을 잘 통하게 한다[利竅]. [동원]
○ 5가지 맛의 작용은 다음과 같다. 신맛은 조여들게 하고 수렴하게 하며[酸束而收] 짠맛은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굳은 것을 연해지게 하며[止而軟堅] 단맛은 떠오르게 하여 발산시키고[甘上行而發] 쓴맛은 내려가게 하여 설사시키고[苦直下而泄] 매운 맛은 가로가게 하여 발산시킨다[辛橫行而散]. [동원]
○ 약의 5가지 맛이 5장에 들어가면 보(補)하기도 하고 사(瀉)하기도 하는데 매운 맛이 발산시킨다는 것은 겉이나 속에 몰려 있는 기운을 흩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신맛이 거두어 들이게 한다는 것은 소모되고 흩어진 기운을 거두어 들인다는 것이다. 슴슴한 맛이 스며 나가게 한다는 것은 속에 있는 습기를 스며 나가게 하여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짠맛이 연해지게 한다는 것은 화열(火熱)로 대변이 뭉쳐 굳어진 것을 묽어지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쓴맛이 설사가 나게 한다는 것은 떠오르는 화를 사한다는 것이고 단맛이 완화시킨다는 것은 몹시 차거나 더운 것을 완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문]
○ 신맛이 지나치면 간기(肝氣)가 넘쳐나고 비기(脾氣)가 끊어진다. 짠 맛이 지나치면 굵은 뼈의 기운[大骨氣]이 약해지고 힘살이 켕기며 심기(心氣)가 억눌린다. 단맛이 지나치면 심기로 숨이 차지고[喘] 가슴이 그득해지며[滿] 몸이 거멓게 되고 신기(腎氣)가 고르지 못하게 된다. 쓴맛이 지나치면 비기가 습윤하지 못하고 위기(胃氣)가 세어진다. 매운 맛이 지나치면 힘줄과 혈맥이 상하거나 늘어지고 정신이 잘못된다. 그러므로 5가지 맛을 고르게 하면 뼈가 든든해지고[骨正] 힘줄이 부드러워지며[筋柔] 기혈이 잘 돌고 주리(腠理 : 살가죽 겉에 생긴 자디잔 금)가 치밀해진다. 이렇게 되면 오래 살 수 있다. [내경]
○ 5가지 맛에서 어느 것이나 할 것 없이 치우치게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신것을 많이 먹으면 비가 상하고 쓴것을 많이 먹으면 폐가 상하며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간이 상하고 짠 것을 많이 먹으면 심이 상하며 단것을 많이 먹으면 신이 상한다. 이것은 5가지 맛이 5장을 억제하는 것이며 5행의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내경]
○ 매운 것 5가지에서 마늘의 기운은 가슴[心]으로 가고 생강의 기운은 볼[頰]로 가며 파의 기운은 코로 가고 겨자의 기운은 눈으로 가며 여귀[蓼]의 기운은 혀로 간다.
겨울철의 건강관리와 약선
여름이 되면 보통 더위에 지쳐 몸이 늘어지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며, 열기를 못이겨 번열이 생기거나 더위를 먹게 되며, 또는 열대야로 잠을 이루기 어렵게 된다. 또, 밖의 기운이 뜨거워짐에 따라 땀과 함께 몸속의 양기도 자꾸 밖으로 빠져나감으로써 몸 안은 오히려 양허(陽虛)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여름철의 보양식은 안으로 원기 또는 양기를 보충하고 열기와 더위로 인한 심폐의 열을 식혀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땀으로 소모된 진액이 생성, 보충되게 하는 것이 좋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삼계탕과 생맥산이다.
삼계탕은 닭과 찹쌀, 마늘, 대추로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더위로 인해 지친 몸의 영양을 보충하고, 인삼과 황기로 양기 또는 원기를 돋우면서 심폐 기능과 비위를 보익하고 진액을 생기게 해주므로 여름철에 매우 이상적인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감칠맛을 내고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여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이 있는 양파를 더하고, 닭 냄새를 제거함과 동시에 노화를 억제하고 간과 근골을 튼튼하게 해주는 작용이 있는 오가피를 더해주면 맛과 영양과 보양 면에서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선이 된다.
흔히 민간에서는 오가피 대신 풍습을 제거하는 엄나무를 넣는 수가 많으나 엄나무 보다는 오가피를 넣는 것이 훨씬 좋다. 또 녹각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녹각을 넣으면 약리 작용이 양기를 보하는 데에 너무 치우칠 뿐만 아니라 국물의 색깔과 풍미를 헤치게 되므로 넣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또 평소에 열이 많은 사람은 인삼 대신 잔대를 많이 넣거나 잔대와 맥문동을 함께 넣는 것이 좋고, 인삼이 쓰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인삼 대신 만삼을 넣는 것이 좋다.
생맥산은 인삼과 맥문동, 오미자를 함께 넣고 끓여서 차처럼 마시거나 분말하여 꿀로 반죽하여 녹두알 만하게 환약을 만들어 먹는데, 인삼으로 양기 또는 원기를 보하고, 맥문동으로 심폐의 열을 식혀주면서 음기를 보하고, 오미자로 흩어지는 양기를 수렴시키면서 땀을 그치게 함과 동시에 진액이 생기게 하므로, 여름철에 흔히 이용할 수 있는 약선이다. 그러나 생맥산은 속이 냉한 소음인이나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잘 안 맞을 수가 있다. 이 경우 소음인은 사인(砂仁)을 가미하고 소양인은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으로 대신 복용하며, 열태음인인 경우에는 인삼 대신 잔대를 넣는다.
그러나 생맥산 보다 더 좋은 것이 익기환이다. 익기환은 생맥산에 자감초(炙甘草)와 진피를 더 넣어서 꿀로 녹두알만하게 환약을 만든 것으로 1회 10~30알 정도씩 씹어서 입안 가득히 침이 고이게 하여 삼키는데 새콤달콤하여 맛도 좋거니와 여름철을 나거나 말을 많이 하거나 등산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릴 때 먹으면 매우 좋다.(배합비율: 인삼2, 맥문동,진피,자감초 각1, 오미자0.7)
맛에 따른 음식물의 작용
이번에는 음식물의 오미(五味: 다섯 가지 맛)에 따른 약리작용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음식물의 맛은 그 식재료에 따라 다르고 그것들을 배합하고 조리한 방법에 따라 모두가 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것을 크게 나눈다면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짠맛・담담한맛・떫은맛의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한방에서는 앞의 다섯 가지 맛을 오미라고 하여 특별히 중시한다. 이 각각의 맛에 따른 약리작용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⑴ 신맛(酸味): 신맛은 수렴하는 작용과 진액을 생기게 하여 갈증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땀이 많이 난다든지 몸이 늘어지거나 탈진이 되었다든지 만성 설사나 소변빈삭, 조루증 또는 유정・몽정 등의 증상이 있다든지 해서 무엇이든 갈무리가 잘 안 되어서 오는 병증에는 신맛 나는 음식이 대체로 좋다. 또 신맛 나는 음식은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진액이 고갈되어 입이 마르거나 갈증이 있을 때에 좋다. 그러므로 오미자차는 여름철에 먹으면 좋은 차이다.
⑵ 쓴맛(苦味): 쓴맛은 침강하여 진정시키는 작용과 열을 내리고 습을 말려주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자꾸 상기(上氣)・상열(上熱)・흥분이 된다든지 염증이 진행된다든지 할 때에는 쓴맛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대체로 좋다.
⑶ 단맛(甘味): 단맛은 비장과 몸을 보익하고 긴장을 풀어주며 기분을 좋게 하고 통증이나 경련 등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몸이 마르고 허약하거나 심신 또는 근육이 긴장되어 있거나 피로할 때에는 단맛 나는 음식이 좋다.
⑷ 매운맛(辛味): 매운맛은 발산작용으로 땀을 내어 풍한(風寒)의 사기(邪氣)를 몰아내거나 억울되어 막힌 것을 잘 뚫어주고 기혈이 잘 순환되게 해주며 열을 내거나 진액을 잘 돌게 해주는 작용이 있다.
⑸ 짠맛(鹹味): 짠맛은 경결된 것이나 뭉친 것을 풀어주고 대변을 무르게 하여 내보내는 작용과 약리작용을 신장으로 이끌어주는 작용이 있다. 김장할 때에 배추에 간을 절이면 뻣뻣하던 배추가 풀이 죽어 부드럽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해산물은 해조류든 어류든 대부분 짠맛을 가지고 는 있으나 이러한 약리작용을 기대할 만한 것은 다시마나 함초 등 몇 가지 정도에 불과하다.
⑹ 담담한맛(淡味): 담담한 맛은 대부분 단맛의 범위에 귀속시키는데 소변을 잘나가게 하여 습기를 제거하는 작용이 있다. 수박껍질, 동아, 복령, 옥수수수염, 율무쌀 등이 이에 속한다.
⑺ 떫은맛: 이는 신맛의 범위에 귀속시키며, 수삽(收澁)의 작용이 있다.
약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상의 약성과 오미를 잘 알아서 각 사람의 체질과 병증에 맞도록 조화를 시켜야만 한다.
음식물의 성질에 따른 분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물을 온, 열, 량, 한, 평의 성질에 따라 분류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온성(溫性: 따뜻한 성질)
한성의 체질과 병증에 적합한 음식으로 생강, 파, 갓, 부추, 달래, 호박, 대추, 밤, 고수, 닭고기, 소고기, 염소고기, 개고기, 붕어, 미꾸라지, 뱀장어, 새우, 찹쌀, 찰수수, 찰옥수수, 들깨, 참깨, 흑임자, 잣, 호두, 유자, 모과, 매실, 감잎, 인삼, 황기, 만삼, 녹각, 포도주 등이 있다.
2. 열성(熱性: 뜨거운 성질)
한성 체질과 병증에 더욱 적합하고 열성 체질과 병증에는 해가 될 수 있는 음식으로 겨자, 계피, 고추, 산초, 호추, 마늘, 건강, 회향, 소주, 양주 등이 있다.
3. 양성(凉性: 서늘한 성질)
열성 체질과 병증에 적합한 음식으로 미나리, 가지, 도라지, 잔대, 더덕, 치커리, 복숭아, 오이, 수박, 참외, 동아, 연근, 연잎, 밀, 보리, 메밀, 율무, 녹두, 사과, 녹차, 가물치, 오리알 등이 있다.
4. 한성(寒性: 찬 성질)
양성보다 더 차서 열성 체질과 병증에 더욱 적합하고 한성 체질과 병증에는 해가 될 수 있는 음식으로 씀바귀, 고들빼기, 쇠비름, 죽순, 소금, 돼지고기, 배, 딸기 등이 있다.
5. 평성(平性: 평순한 성질)
대체로 체질과 병증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배추, 상치, 무우, 감자, 토란, 냉이, 버섯(표고, 양송이, 송이, 영지, 느타리, 아가리쿠스), 맵쌀, 좁쌀, 콩, 흑대두, 완두콩, 강낭콩, 팥, 땅콩, 좁쌀, 은행, 연밥, 무화과, 계란, 잉어, 해삼, 오징어, 명태, 꽃게 등이 있다.
이외의 어패류나 야채류는 대체로 평성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상의 분류는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문헌과 학자 또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다소간 다를 수 있다. 특히 온성과 열성이나 량성과 한성, 또는 평성과 온성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소속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의 음식을 먹는데 자기의 체질에 따라서 항상 온열하거나 한량한 음식만 골라서 먹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의 음식을 골고루 섞어 먹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온열한 음식이라도 량성이나 한성의 음식과 적당히 섞이면 평성이 될 수 있으며, 한량한 성질의 음식이 더 많이 들어가면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성질이 찬 음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찬 성질을 가진 음식이라도 온열한 성질의 음식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평성이 될 수도 있고 온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강을 위한 약선 조리법의 묘이다.
또한 여러 가지의 음식을 고루 섞어 먹으면 음식의 한열온량(寒熱溫凉)이 골라질 뿐만 아니라 영양소도 고루 섭취하게 되므로 한방으로 보나 양방으로 보나 모두 건강에 이롭게 되는 것이다.
먼저 음식물의 성질을 알고 먹자
음식을 약용으로 쓰려면 먼저 그 음식의 차고 더운 성질을 잘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체질이 평소 열이 많다거나 병증이 열나는 증상이면 서늘한 성질의 음식을 주로 먹어야 하고, 평소 속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탄다거나 허한(虛寒)한 병증이라면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주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열이 많은 사람이 개고기나 흑염소, 인삼, 녹용, 벌꿀과 같은 열을 조장하는 음식을 먹는다면 보신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보게 되어 혈압이 오르거나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든지 눈이 충혈 되든지 하기 쉬우며, 속이 찬 사람이 배나 딸기, 녹두, 돼지고기, 맥주와 같은 찬 성질의 음식을 먹는다면 또한 양기가 손상되어 배탈이 나기 쉽다.
그러므로 한의학(약선학)에서는 아무리 영양소가 풍부한 좋은 음식일지라도 그 사람의 체질이나 병증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되거나 해가 되기 쉽다고 보기 때문에 음식의 성질을 매우 중시한다. 그러나 현대 의학이나 식품영양학에서는 칼로리나 영양소를 주로 따질 뿐 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음식의 성질은 크게 온(溫: 따뜻한 성질), 열(熱: 뜨거운 성질), 평(平: 따뜻하지도 차지도 않은 평순한 성질), 량(凉: 서늘한 성질), 한(寒: 찬 성질)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온열한 음식은 평소 안색이 창백하고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거나 찬 것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든지 배탈이 잘 나거나 손발, 사타구니, 배가 찬 사람이거나 사상체질상으로 소음인 또는 한성 태음인이거나 허한(虛寒)한 병증에 대체로 적합하다.
한량한 음식은 평소 안색이 붉은 편이고 추위보다 더위를 많이 타거나 찬 음식을 좋아하며, 물을 많이 마시고 더운 땀을 잘 흘리며, 감기에 잘 안 걸리는데 혹 걸리면 되게 앓거나 열이 많이 나며, 성질이 불같은 사람이거나 사상체질상으로 전형적인 소양인 또는 열성 태음인이거나 열성 병증에 대체로 적합하다.
평순한 음식은 체질과 병증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어도 대체로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음식의 성질은 잘 맞는다 하더라도 그 음식물의 약리 작용이 그 사람의 체질이나 병증에 해로운 경우는 예외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만인에게 좋은 음식이나 약물은 없다고 본다.
이상으로 모든 음식(약물)은 그 성질에 따라 적합한 체질과 병증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만난 환자들 중에 TV에서 생수를 되도록 많이 마시는 것이 몸속의 노폐물을 잘 배출시켜 건강에 좋다고 해서 새벽마다 약수터에 가서 냉수 한 대접씩 먹었더니 오히려 몸이 처지고 위염에 걸렸다거나 속이 안 좋다거나 변이 안 좋다고 하시면서 왜 그러냐고 묻는 분들이 가끔 계시다. 이것은 그 분들의 속이 냉한 체질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매스컴에서 성인병에 좋다고 떠들어대는 녹차나 고혈압, 변비와 눈에 좋다는 결명차도 속이 냉한 체질이 장복할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다음에서는 음식을 성질에 따라 어떠한 것들이 있는 지 자세히 살펴보겠다.
약으로 먹는 음식―약선(藥膳)
우리가 평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을 든다면 호흡, 음식, 운동, 휴식, 배설, 정신 이 다섯 가지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음식은 우리의 생명 에너지와 영양소를 얻는 근원이 되므로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는 대체로 크게 3가지의 기능이 있는데,
첫째는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의 공급원으로서 역할하는 영양성이고,
둘째는 혀에 닿는 맛과 씹히는 느낌, 후각적으로 느끼는 냄새나 향기, 시각적으로 느끼는 모양이나 빛깔 등으로 쾌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 기호성이고,
셋째는 면역력을 증강시키거나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기능성이다.
일반 음식은 주로 영양성과 기호성을 기본으로 하고 기능성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 바람이 불면서 음식의 기능성과 약선(藥膳)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약선이란 먹거리 중에서 특히 면역력을 증강시키거나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음식 즉, 약으로 먹는 음식을 말한다. 따라서, 약선은 기능성을 위주로 생각하고 영양성과 기호성은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
약선은 본래 한의학에서 발달한 것이지만, 반대로 한의학의 기원이 약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약재의 대부분이 산야에 자생하거나 재배하는 식물이 대부분이고 그 상당 부분이 음식재료로도 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 : 약물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이라고 하여 한약과 음식을 적절히 활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영양성과 기호성을 함께 가지면서도 기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한 음식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겨먹는 삼계탕이나 병이 나서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을 때 즐겨먹는 잣죽이나 전복죽, 인삼죽 같은 것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여름철에는 날씨가 더우므로 땀을 많이 흘리어 진액과 함께 우리 몸의 양기가 밖으로 손실되어 몸 안이 허한(虛寒)해지게 되는데,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이나 황기는 몸의 원기를 회복하게 하고 땀을 그치게 하며 찹쌀과 닭은 속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 줌으로써 더위에 지친 우리 몸을 보양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음식이라도 한방지식을 활용한다면 좋은 약선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제품화하면 바로 건강식품이 되는데, 매실음료나 칡냉면, 백세주, 인삼캔디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따라서, 앞으로 웰빙의 중심에 약선이 있을 것이다.
약선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삼계탕과 같은 일반 약선 외에도 약차, 약술, 약죽, 약밥, 약면(藥麵), 약과, 약당, 약만두, 약빵 등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떠한 유형의 식품이든 기능성이 높은 식재료를 함께 넣어서 만들면 모두 약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약선의 이론과 실제를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국내 최초로 생겼는데 바로 우리 원광디지털대학교의 한방건강학과가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