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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차례 음식이나 제사 음식이 모두 다르지만, 거의 모든 집이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식혜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식혜도 집집마다 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죠. 밥을 같이 끓이는 집도 있고, 건져내서 찬물에 담가두는 집도 있고.. 저희 친정에서는 같이 끓이는 건 감주, 밥알을 건져두는 건 식혜라 불렀고, 식혜를 하셨어요. 모두 아시겠지만..혹시나 싶어서 다른 명절보다 좀 일찍 시작해서 과정컷을 찍어봤습니다.
예전에는 엿기름을 볼에 담고 물을 부어 불린 후 손으로 바락바락 쥐면서 엿기름 물을 짜냈는데, 요샌 저 이렇게 합니다.
첫커트, 주머니에 엿기름을 담는 장면을 찍었는 줄 알았더니..없네요...
1. 베주머니나 면주머니에 엿기름을 넣은 후 일단 물을 조금 잡아 넣어둡니다. 이 과정은 엿기름을 불리는 것입니다. 이래야 엿기름물이 잘 나오거든요. 엿기름은 2컵이고, 여기 물은 6컵 정도입니다. 물의 양은 별 의미가 없어요. 엿기름이 잠길 정도면 됩니다.
2. 2시간 정도 뒤에 주머니를 마구 주물러 줍니다. 엿기름물을 빼내는 것이죠. 처음 볼에 담긴 물에 대고 주무르다가 다른 볼에 물을 더 받아서 또 주물러줍니다. 뽀얀물이 나오지 않을 때 까지 주무른 후 주머니는 건져내고, 물은 모두 합쳐 둡니다. 이때 물의 총량이 10컵 정도 됐습니다.
3. 자, 이런 상태가 되는 거죠.
4. 3의 상태가 10시간 정도 지나면 앙금이 가라앉고 위에 맑은 물이 뜹니다. 이제 밥을 해서 밥알을 삭혀야죠.
5. 밥은 고두밥을 짓습니다. 쌀을 고슬고슬 찌기도 하는데 저는 그냥 바로 씻은 쌀로 냄비밥을 짓습니다. 생쌀 1컵 입니다.
6. 전기밥솥에 밥알을 담고 4의 물을 가만히 따라 붓습니다. 그런데 이때 아래쪽은 아직 앙금이 덜 가라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엿기름에 따라서 잘 가라앉지 않는 것도 있거든요. 그때는 윗물만 따라 붓고 아래는 좀더 놔두세요. 6컵 정도가 밥솥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앙금을 더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7. 전기밥솥은 반드시 보온 모드로 놔주세요. 6이 3시간 지난 후 상태입니다. 저는 보통 밥알이 이 정도 뜨면 건져냅니다. 자칫 시어지는 수가 있어서요. 시간은 밥솥마다 다르니까 밥알의 상태로 짐작하세요.
8. 양은들통을 꺼내 체를 걸쳐두고 밥통의 물과 밥을 쏟습니다.
9. 건져낸 밥알은 찬물에 아주 여러번 헹궈둡니다. 그래야 더이상 삭지 않게 됩니다.
10. 양은들통에 아까 덜 가라앉아서 그냥 놔뒀던 엿기름의 윗물만 붓고, 물을 더 보충해줍니다. 그리고 설탕을 넣어줍니다. 밥알이 동동 뜨는 맛깔난 식혜의 포인트는 설탕입니다. '와 이건 꿀죽이라 못겠다' 싶을 정도로 설탕을 넣어줘야 식혜가 차갑게 식었을 때 맛있고 밥알도 잘 뜹니다. 오늘은 설탕 5컵 정도 넣어줬습니다. 무지 달겠죠? 그런데 물이 7ℓ가 넘었으니까...식으면 괜찮을 겁니다.
11. 생강도 몇쪽 넣어줍니다.
12. 이렇게 팔팔 끓으면 오른쪽 아래와 같은 거무죽죽한 거품이 생깁니다. 이걸 반드시 꼭 잘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맑은 식혜가 됩니다.
포인트!! 1. 전 엿기름을 좀 넉넉히 넣어서 물을 조금 잡아 밥알을 삭힌 후 나중에 식혜물을 끓일 때 물을 많이 넣어 농도를 맞춥니다. 2. 끓일 때는 양은들통을 씁니다. 몸에도 안좋다는 데 웬 양은들통 싶으시죠? 전 식혜 만들때만 양은들통을 씁니다. 열전도율이 높아서 빨리 끓고 빨리 식어요. 특히 날씨가 아직 무더운 추석때 스텐들통같은데 식혜물을 끓이면 불에서 내려도 빨리 식지 않아 식는 동안 시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