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기 당일 퇴근길에 라이브로 중계를 잠깐잠깐 먼저 봤었습니다. '엇, 이거 왜 이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외로(?) 팽팽하게
전개되었던, GS칼텍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도로공사에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던 바로 그 경기입니다.
저는 오늘(14일) 펼쳐진 흥국생명 대 IBK기업은행의 경기 생중계도 뒤로 하고 굳이 이 경기를 다시봤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뒤에...

일단 1세트, 도로공사의 첫 4점이 모두 GS의 범실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정도로 시작은 예상대로 암울했던(?) GS였습니다.
도로공사에서는 이바나 & 정대영 선수의 블로킹 득점이 초반부터 나왔고, 반대로 GS에서는 (표승주 선수의 부상 이탈로)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했던 듀크 선수가 경기 초반 많이 막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공격에서는 문명화 & 김유리 센터의 속공 비중을 의도적으로 많이 높여주는 모양새를 보였고 득점으로까지 이어진 좋은 장면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또한 강소휘 선수의 한 템포 빠른 스파이크도 순도 높았습니다. 수비에서는 유효블로킹이 계속나오며 도로공사의 공격성공률을 떨어뜨렸고요.
의외로 1세트를 따낸 GS칼텍스입니다.
2세트는 도로공사 선수들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바나 선수가 공격성공률을 조금씩 높여나갔고, 중요할 떄마다 득점포를 가동했습니다(오늘 경기 35득점, 공격성공률 41.54%). 반면 GS칼텍스 선수들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중요할 때마다 터치넷과 같은 범실이 나왔습니다(총 범실 수 33 대 21). 결국 점수차가 조금 일찍 벌어졌고, 2세트는 도로공사의 승리였습니다.
오늘 Full 중계영상을 다시보기한 건 2세트까지였고요. 지난 경기 당일에는 4세트 막판부터 경기 종료까지 시청했었네요.
경기 전체를 심도 있게 본 것은 아니었기에 'Today's Best Player & Worst Player '은 생략하고 바로 앞서 하려고 했던 말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오늘 경기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 GS칼텍스에서는 표승주 선수를 대신해 김진희 선수가 코트를 밟습니다.
지난 9일 경기 직후,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는 뉴스와 댓글들, 그리고 양팀 홈페이지를 쭉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나 GS칼텍스 팬들 입장에서는 결과가 두고두고 아쉬웠을 그런 경기였죠. 주축 공격수 두 명의 연이은 부상소식에 팀은 이겨도 승점관리가 전혀 안 되었고.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즌의 중/후반부인 현재 응원하는 팀은 최하위에 쳐져있고...
단 1승, 승점 단 1점이 아쉬울 그런 상황에서 그것도 1위팀을 잡을 뻔 했으니, 저로서도 참 아쉬운 경기 결과입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유독 김진희 선수에 대한 비난 글이 많이 보이더군요. 제3자의 입장에서 봐도 조금 심했다 싶을 정도의 수준, 그런 내용들 말이죠. 그래서 이날 경기를 일부러 다시 되돌아 봤습니다. 김진희 선수의 플레이 장면에 집중해서 말이죠.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단체종목에서는 특히나 "누구 때문에 이겼다", 또 "누구 때문에 졌다"는 말에 참 어폐가 있습니다.
어제(13일) 있었던 KGC인삼공사 대 도로공사의 경기를 예로 들어서도, 물론 KGC의 알레나 선수가 56득점이란 절대적인 비중으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뒷받침이 없었더라면 절대 KGC가 이길 수 없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오지영 리베로의 헌신적인 수비, 고민지 선수의 당돌한 서브, 한수지 & 유희옥 선수의 블로킹까지도요...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김진희 선수가 아쉬운 장면을 많이 연출하긴 했습니다. 특히 서브 범실 6개는 정말 팬들 눈에 잘 띄었을 겁니다. 막판 중요한 순간에 번번히 서브에 실패하며 주저앉아버리는 김진희 선수가 저도 그 당시엔 바라보기가 참 허탈했었습니다.
그래도 김진희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또 편을 들어주자면...
일단 도로공사라는 강적에 맞서서 김진희 선수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로 반전을 꾀하고 또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을 겁니다. 바로 서브죠. 강한팀을 만났을 땐 더 강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야 하니까, 몸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선수들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죠. 특히 김진희 선수의 올시즌 역할은 조커(교체선수)였습니다. 이날은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오랜만에 풀타임 주전으로 뛰게 된 것이고요. 그러면 더더욱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경기체력'이라고 하죠. "푹 쉬다가 나왔는데 무슨 체력적인 부담이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 말입니다. 확실히 김진희 선수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좀 더 힘에 부쳐하는 모습들이 있긴 했습니다. 4~5세트 승부처에 나왔던 서브 실패도 여기서 기인했다고 볼 수도 있겠고요.
그래도 어느 팬이 말씀하셨더라구요. "김진희 선수 덕분에 (그래도) 승부가 여기까지 온 걸 (팬들이) 모른다"고요. 맞는 말입니다.
1세트 중반 2연속 득점으로 12 대 12 동점을 만들고, 17 대 16을 만드는 듀크의 득점을 이끈 2단 연결. 2세트 11 대 9를 만들었던, 전새얀 선수의 공격을 차단한 단독블로킹 등등... 경기 내내 50번이나 리시브에 참여하고(정확 17), 11번의 디그에 9득점까지...
제가 봤을 땐 GS칼텍스 선수들 모두 이날 경기 최선을 다해주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참 재미있는 경기를 해주었다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한 선수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고, 또 인격적으로 비난하고 헐뜯는 발언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특히 GS칼텍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몇몇 팬들의 수준이 참 가관입니다.
당당하게 (팬으로써) 팀을 떠난다고 선언을 하고, 부끄럽다며 시즌을 접으라고 윽박지르고,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이 때 (이번시즌엔 아무 의미도 없는) 트레이드와 선수단 해체(=>여기서 해체란 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을 분해, 갈라놓는단 의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건전한 비판은 당연하겠지만, 헤어지는 마당에 추잡하게 매달리는 남친도 아니고... 도대체 응원을 포기하겠다고 하고 응원하는 팀을 바꾸겠다는 말을 굳이 해당 구단 홈페이지에 찾아가서까지 밝히는 저의가 참 궁금합니다.
물론 이번 시즌 우승이 힘들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번 17-18 시즌의 행복한 결말을 꿈꾸었을 팬들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참 슬프죠.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비시즌동안 묵묵히 땀 흘려온 결과라기엔 지금까지의 성적표가 분명 만족스럽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진짜 팬이라면 묵묵히, 그리고 단단하게 우리가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응원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GS칼텍스 팬으로써 강소휘 선수의 공격성공 후 언니들에게 어리광부리는 표정이 귀엽고, 블로킹을 잡아낸 후 환하게 웃어보이는 순박한 미소의 문명화 선수를 응원하고, 한다혜 선수의 지난 KOVO컵 우승 후 보였던 눈물을 인간적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듀크 선수의 화려한 세레모니가 멋지고, "본인의 합류 후 GS가 평균 미모 1위팀이 되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김진희 선수가 귀엽습니다. 저를 여자배구로 이끌어준 In my No.1 이소영 선수를 응원하고, 또 표승주 선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꼴찌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팀이든 한 팀은 6위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저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합니다. 대다수의 많은 팬들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다함께 길을 찾고 또 노력한다면 1경기 1경기에서 승리가, 그리고 또 좋은 성적이 이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 경기처럼요. 한타임 빠르게 때려내는 강소휘 선수의 스파이크는 시원했고, 문명화 & 김유리 선수의 속공도 좀 더 활용하고.
선수들 모두 한발씩 더 뛰어주며 유효블로킹 잡아내고 수비 시 커버플레이 해주고. 김진희 선수의 강력한 서브에 듀크 선수의 공격 마무리까지... 그러면 도로공사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다음 경기는 좀 더 나은 결과를 꿈꾸며... 감사합니다. GS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