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津村謠1(탐진촌요1)-丁若鏞(정약용)
樓犁嶺上石漸漸(루리영상석점점) : 누리령 고개위에 돌 우뚝 솟아
長得行人淚酒沾(장득행인루주첨) : 길이 행인들 술에 눈물 떨군다
莫向月南瞻月出(막향월남첨월출) : 남쪽으로 달 향해, 달 떠는 것 보지 마오
烽烽都似道峰尖(봉봉도사도봉첨) : 봉마다 도봉산 봉우리인양 뾰족하다오.
耽津村謠2(탐진촌요2)-丁若鏞(정약용)
山茶接葉冷童童(산다접엽냉동동) : 동백나무에 달린 잎사귀 차갑고 싱싱한데
雪裏花開鶴頂紅(설리화개학정홍) : 눈 속에 꽃이 피어 학 머리처럼 붉도다
一自甲寅鹽雨後(일자갑인염우후) : 갑인 어느 하루 소금 비 맞은 후엔
朱欒黃盡櫾枯叢(주란황진요고총) : 등자나무 유자나무 색 다 바래고 마른 나무 다 되었네
耽津村謠3(탐진촌요3)-丁若鏞(정약용)
海岸篔簹百尺高(해안운당백척고) : 해안가 왕대나무 백 척이나 되었는데
如今不中釣船篙(여금불중조선고) : 지금은 낚싯배의 상앗대도 못 하겠네
園丁日日培新笋(원정일일배신순) : 정원사들 날마다 새 죽순 길러내어
留作朱門竹瀝膏(유작주문죽력고) : 대궐에 진상할 죽력제 약제를 만든 탓이네
耽津村謠4(탐진촌요4)-丁若鏞(정약용)
崩城敗壁枕寒丘(붕성패벽침한구) : 차가운 언덕 위, 무너진 성벽
鐃吹黃昏古礎頭(뇨취황혼고초두) : 황혼에 주춧돌에 징소리 울려온다
諸島年年空斫木(제도년년공작목) : 해마다 여러 섬에 헛되이 나무만 찍어내고
無人重建聽潮樓(무인중건청조누) : 청조루 누각을 중건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耽津村謠5(탐진촌요5)-丁若鏞(정약용)
水田風起麥波長(수전풍기맥파장) : 논에 바람 이니 보리밭이 물결치고
麥上場時稻揷秧(맥상장시도삽앙) : 보리타작할 때에 모내기 시작되네
菘菜雪天新葉綠(숭채설천신엽녹) : 배추는 눈 내리는 날에 파랗게 새잎 나고
鷄雛蜡月嫩毛黃(계추사월눈모황) : 섣달에 깐 병아리는 노란 털이 예쁘다
耽津農歌1(탐진농가1)
臘日風薰雪正晴(﨟일풍훈설정청) : 섣달 납일에 훈풍 부니 눈이 개이고
籬邊札札曳犂聲(리변찰찰예리성) : 울타리 밖에는 쟁기 끄는 소리
主翁擲杖嗔傭懶(주옹척장진용라) : 주인 영감 몽둥이 내던지며 머슴에게 화를 내며
今歲纔翻第二耕(금세재번제이경) : 두 번 갈이를 이제야 시작한다고 호통친다
耽津農歌2(탐진농가2)-丁若鏞(정약용)
稻田洩水須種麥(도전설수수종맥) : 논에 물 뺀 뒤에는 보리를 심어야 하고
刈麥卽時還揷秧(예맥즉시환삽앙) : 보리를 베고 난 후에는 바로 모내기 하세
不肖一日休地力(불초일일휴지력) : 땅의 힘을 하루라도 놀리지 말고
四時嬗變色靑黃(사시선변색청황) : 철따라 청색, 황색으로 아름답게 변하네
耽津農歌3(탐진농가3)-丁若鏞(정약용)
洌水之間丈二鍬(렬수지간장이초) : 한강변에 두 길 되는 가래는
健夫齊力苦酸腰(건부제력고산요) : 장정이 힘을 다해도 허리가 아프다는데
南童隻手持短鍤(남동척수지단삽) : 남쪽 아이들 한 손에 가래 잡고
容易治畦引灌遼(용이치휴인관요) : 쉽게 논 갈고 물대기 하네
耽津農歌4(탐진농가4)-丁若鏞(정약용)
穮蔉從來不用鋤(표곤종래불용서) : 종래에는 김매고 북주기에 호미 쓰지 않고
手搴稂莠亦須除(수건랑유역수제) : 잡초 뽑을 때도 뿌리까지 뽑지 못 했네
那將亦脚蜞鍼血(나장역각기침혈) : 다리에 방개 붙어 침을 쏘아 흐르는 피, 이를 어쩌나
添繪銀臺遞奏書(첨회은대체주서) : 이 피로 그린 그림, 주서 대신 은대에 올렸으면
耽津農歌5(탐진농가5)-丁若鏞(정약용)
秧雇家家婦女狂(앙고가가부녀광) : 집집마다 모내기 품으로 여자들이 미친 듯 바빠
不曾刈麥助盤床(불증예맥조반상) : 보리 베는 남편의 일도 도우려 하지 않는다네
輕違李約趍張召(경위이약추장소) : 이씨네 약속 가볍게 어기고 장씨네 부름 따라가니
自是錢秧勝飯秧(자시전앙승반앙) : 이때부터 돈모가 밥모보다 낫다 하네
耽津漁歌1(탐진어가1)-丁若鏞(정약용)
桂浪春水足鰻鱺(계랑춘수족만려) : 계량 봄물에 뱀장어 많고
橕取弓船漾碧漪(탱취궁선양벽의) : 활선에 몸을 싣고 양양한 푸른 물결 지나간다
高鳥風高齊出港(고조풍고제출항) : 높새바람 높이 불고, 배는 일제히 출항하여
馬兒風緊足歸時(마아풍긴족귀시) : 만선으로 돌아올 때, 마파람 몰아치네
耽津漁歌2(탐진어가2)-丁若鏞(정약용)
三汛纔廻四汛來(삼신재회사신래) : 새물 겨우 잦아들면 네 물이 밀려와
鵲漊波沒舊漁臺(작루파몰구어대) : 까치 파도의 물결이 어대였던 곳을 덮어버리네
漁家只道江豚好(어가지도강돈호) : 어촌에서는 복어만 좋다고 하여
盡放鱸魚博酒杯(진방로어박주배) : 농어를 죄다 값 싼 술과 바꿔버리네
津漁歌3(탐진어가3)-丁若鏞(정약용)
松燈照水似朝霞(송등조수사조하) : 관솔불이 물에 비춰 아침노을 같고
鱗次筒兒植淺沙(린차통아식천사) : 모래뭍에는 대나무 홈통들이 고기비늘처럼 꽂혀있네
莫遣波心人影墮(막견파심인영타) : 물속에 사람의 그림자 비춰들게 하지 마오
怕他句引赤胡鯊(파타구인적호사) : 공연히 큰 상어 불러올까 두렵네
耽津漁歌4(탐진어가4)-丁若鏞(정약용)
楸洲船到獺洲淹(추주선도달주엄) : 추자도 장사배가 고달도에 이르러
滿載耽羅竹帽簷(만재탐라죽모첨) : 제주도 죽모첨을 가득 싣고 왔네
縱道錢多能善賈(종도전다능선고) : 돈 잘 버는 장사라 말들하지만
鯨波無處得安恬(경파무처득안념) : 곳곳에 고래 같은 파도치니 어찌 마음 편할까
茶山八景詞1(다산팔경사1)-丁若鏞(정약용)
1. 拂墻小桃
響牆疏豁界山腰(향장소활계산요) : 산허리를 경계로 소리 울리게 쳐진 담장
春色依然畫筆描(춘색의연화필묘) :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변함없네
愛殺一溪新雨後(애살일계신우후) : 비가 멎고 난 뒤 개울이 너무 좋아
小桃紅出數枝嬌(소도홍출수지교) : 복사꽃 몇 가지가 뻗어나와 예쁘게 펴 있구나
茶山八景詞2(다산팔경사2)-丁若鏞(정약용)
2. 換簾飛絮
山家簾子水紋漪(산가렴자수문의) : 산촌의 집안 발 밖에 일렁이는 잔물결
照見樓頭楊柳枝(조견루두양유지) : 누대 앞에 흔들리는 버들가지 비춰보이네
不是巖阿有飛雪(불시암아유비설) : 바위에 눈 날리는 것이 아니라
春風吹絮弄淸池(춘풍취서농청지) : 봄바람이 버들 솜 날려 맑은 못물 놀린다네
茶山八景詞3(다산팔경사3)-丁若鏞(정약용)
3. 暖日聞雉
山葛萋萋日色姸(산갈처처일색연) : 산 칡은 우거지고 햇살은 부드러워
小爐纖斷煮茶煙(소노섬단자차연) : 작은 화롯불에 차 달이던 가는 연기 끊어지네
何來角角三聲雉(하래각각삼성치)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
徑破雲牕數刻眠(경파운창수각면) : 구름 창문 열리니 잠시 든 잠을 깨우네
茶山八景詞4(다산팔경사4)-丁若鏞(정약용)
黃梅微雨著林梢(황매미우저림초) : 황매가 가랑비에 숲 마무 가지에 젖으면
千點回紋水面交(천점회문수면교) : 수면에는 천 개나 동그랗게 물방울 인다네
晩食故餘三兩塊(만식고여삼양괴) : 저녁밥 일부러 두세 덩어리 남겼다가
自憑藤檻飯魚苗(자빙등함반어묘) : 등나무 난간에 기대앉아 고기새끼 먹이 준다네
茶山八景詞5(다산팔경사5)-丁若鏞(정약용)
巖苗參差帶薄雲(암묘삼차대박운) : 작은 바위더미에 엷은 구름 덮이고
經秋石髮長圓紋(경추석발장원문) : 가을을 난 바위털이 동그랗게 길게 자랐구나
仍添颯杳臙脂葉(잉첨삽묘연지엽) : 이에 연지같은 붉은 잎이 우수수 보태지면
濃翠輕紅不細分(농취경홍불세분) : 짙은 푸름과 옅은 붉음이 자세히 분간되지 않는구나
茶山八景詞6(다산팔경사6)-丁若鏞(정약용)
風靜芳池鏡樣磨(풍정방지경양마) : 바람 잔 풀 우거진 못이 거울처럼 맑으면
名花奇石水中多(명화기석수중다) : 이름난 꽃 기괴한 돌 물 속에 많이 있구나
貪看石罅幷頭菊(탐간석하병두국) : 바위틈에 병두국화 두고두고 보기 탐해
剛怕魚跳作小波(강파어도작소파) : 고기 뛰어 물결 일까 그것이 너무 겁나는구나
茶山八景詞7(다산팔경사7)-丁若鏞(정약용)
淺雪陰岡石氣淸(천설음강석기청) : 눈 덮인 응달 언덕에 바위 가운 첨명하고
穹柯墜葉有新聲(궁가추엽유신성) : 높은 가지 비는 잎에 신비한 소리나는구나
猶殘一塢蒼筤竹(유잔일오창랑죽) : 아직도 남아 있는 언덕의 어린 대나무
留作書樓歲暮情(유작서루세모정) : 공부 다락 세모의 정경을 머물러 지켜주는구나
茶山八景詞8(다산팔경사8)-丁若鏞(정약용)
小溪廻合抱晴巒(소계회합포청만) : 작은 시내 감돌아 맑은 묏부리 감싸 있고
翠鬣紅鱗矗萬竿(취렵홍린촉만간) : 푸른 갈기 붉은 비늘 같은 소나무 높기가 만간이로구나
正到絲簧聲沸處(정도사황성비처) : 거문고며 피리 소리 들끓는 곳에 바로 있나니
天風吹作滿堂寒(천풍취작만당한) : 온 집이 차갑도록 천풍이 불어오는구나
茶山花史1(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
茶山窈窕橘園西(차산요조귤원서) : 다산 갚숙하고 조용한데 귤 농원의 서편이라
千樹松中一道溪(천수송중일도계) : 천 그루 소나무 속으로 흐르는 한 줄기 개울이 흐른다
正到溪流初發處(정도계류초발처) : 바로 개울로 흐르니 처음 발원한 곳이라
石間瀟洒有幽棲(석간소쇄유유서) : 깨끗한 바위 사이에 물이 흐르고 조용한 집이 있다네
茶山花史2(다산화사2)-丁若鏞(정약용)
小池眞作草堂顔(소지진작초당안) : 작은 못이 참으로 초당의 얼굴인데
中起三峯石假山(중기삼봉석가산) : 가운데 봉우리 셋 솟으니 돌 쌓아 만든 산이라
差次百花常繞砌(차차백화상요체) : 계절 따라 피는 온갖 꽃 섬돌에 둘러있고
水心交纈鷓鴣斑(수심교힐자고반) : 물 속에 아롱지는 자고새가 있구나
茶山花史3(다산화사3)-丁若鏞(정약용)
竹裏行廚仗一僧(죽리행주장일승) : 대밭 속 부엌일을 중 하나에 의지하고
憐渠鬚髮日鬅鬅(련거수발일붕붕) : 수염과 머리털 갈수록 흐트러져 가련해지네
如今盡破頭陀律(여금진파두타율) : 지금은 불교의 계율은 다 깨버리고
管取鮮魚首自蒸(관취선어수자증) : 신선한 생선머리 손수 맡아서 요리한다네
茶山花史4(다산화사4)-丁若鏞(정약용)
林園宿昔住佳期(림원숙석주가기) : 이 숲 동산에서 옛 모임 좋은 약속이라
期在寒梅第一枝(기재한매제일지) : 찬 매화꽃 한 가지 필 무렵 모이기로 했었지
慚愧盟詞成鰂墨(참괴맹사성즉묵) : 부끄럽다, 그 글쟁이 모임 오징어 먹통 되버리고
如今花落子離離(여금화낙자리리) : 지금처럼 꽃 다 지고 열매만 올망졸망하다니
茶山花史5(다산화사5)-丁若鏞(정약용)
6
井上緋桃三兩枝(정상비도삼양지) : 우물 위에 붉게 핀 복숭아꽃 두서너 가지
山深不許外人窺(산심불허외인규) : 산 깊어 외인이 보기를 허락하지 않더니만
攢峯未礙春風路(찬봉미애춘풍로) : 모여있는 산봉우리들 봄바람 오는 길 막지 못하여
野蝶村蜂聖得知(야접촌봉성득지) : 들 나비와 마을 벌들이 용케도 알았구나
茶山花史6(다산화사6)-丁若鏞(정약용)
油茶接葉翠成林(유차접엽취성림) : 차나무가 밀집하여 푸른 숲 이뤘는데
犀甲稜中鶴頂深(서갑릉중학정심) : 물소 껍질 모난 것 처럼 학의 머리도 깊어진다네
只爲春風花滿眼(지위춘풍화만안) : 봄바람에 곳곳마다 꽃만 가득 피우기 위해
任他開落小庭陰(임타개낙소정음) : 작은 뜰 그늘에서 제 마음대로 피고 진다네
茶山花史7(다산화사7)-丁若鏞(정약용)
海天風力遠飛沙(해천풍력원비사) : 바다 하늘 바람 거세어 모래 멀리 날리어
故揷牕前一字笆(고삽창전일자파) : 창 앞에 꼽히어 한일자로 대파자를 쳐놓았네
不是山人養衰疾(불시산인양쇠질) : 산사람이 병 고치기 위한 것 아니라
祇應遮護牧丹花(기응차호목단화) : 오로지 모란꽃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네
茶山花史8(다산화사8)-丁若鏞(정약용)
紅藥新芽太怒生(홍약신아태노생) : 붉은 작약 싹 너무도 탐스러워
尖於竹筍赤如瓊(첨어죽순적여경) : 죽순보다 뾰족하고 붉기는 경옥 같아라
山翁自守安萌戒(산옹자수안맹계) : 산 늙은이 싹이 다칠까 스스로 지켜
不放兒孫傍塢行(불방아손방오행) : 아이들을 언덕 곁 출입을 막는구나
茶山花史9(다산화사9)-丁若鏞(정약용)
一樹當樓葉亂抽(일수당루엽난추) : 나무 한 그루 다락에 닿아 잎만 어지럽고
都無蓓蕾著枝頭(도무배뢰저지두) : 가지 끝에 붙어있는 꽃망울은 전혀 없어라
前年枉被園丁斸(전년왕피원정촉) : 지난 해에 정원지기 잘못 잘라버렸는데
待到花開是繡毬(대도화개시수구) : 꽃 피기 기다려 보니, 그게 바로 수구였다네
茶山花史10(다산화사10)-丁若鏞(정약용)
海榴花瓣大如杯(해류화판대여배) : 해류의 화판 크기가 술잔만한데
種子初從日本來(종자초종일본래) : 그 종자가 처음 일본에서 온 거라네
莫笑枯寒到三月(막소고한도삼월) : 삼월까지 메마른 자태 비웃지 말지어다
群芳衰歇始應開(군방쇠헐시응개) : 모든 꽃들 다 지거든 비로서 필 것이네
茶山花史11(다산화사11)-丁若鏞(정약용)
巵子人間誠絶殊(치자인간성절수) : 치자가 인간에게 정말 귀한 것이라
少陵詩句未應誣(소릉시구미응무) : 두소릉의 시구가 거짓은 아닐 것이네
晩來微雨携長鑱(만래미우휴장참) : 늦어 오는 가랑비에 긴 가래 들고 가서
一樹分栽得數株(일수분재득수주) : 한 나무를 나누어서 몇 그루로 심었네
茶山花史12(다산화사12)-丁若鏞(정약용)
膚癢於經是紫薇(부양어경시자미) : 부양이 책어서는 백일홍인데
一枝榮暢一枝衰(일지영창일지쇠) : 한 가지에 꽃이 피면 또한 가지는 진다네
直緣承乏編園籍(직연승핍편원적) : 아쉬울 때 꽃 피라고 정원에 엮어둔 것이지
不是孤芳絶世稀(불시고방절세희) : 세상에 드물게 피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네
茶山花史13(다산화사13)-丁若鏞(정약용)
月季移栽僅一盆(월계이재근일분) : 월계화 옮겨심은 것 겨우 한 그루
穉枝纖弱未舒根(치지섬약미서근) : 어린 가지 작고 약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네
含風鬪雪知何日(함풍투설지하일) : 바람 안고 눈과 싸움이 어느날이 되어
瘦客相看欲斷魂(수객상간욕단혼) : 마주보는 야윈 길손 넋이 끈어지려하네
茶山花史14(다산화사14)-丁若鏞(정약용)
戎葵葉葉拂輕風(융규엽엽불경풍) : 해바라기 잎새마다 산들바람 너울대고
時至須看一丈紅(시지수간일장홍) : 때가 되면 한 길 높이의 꽃을 피워 보이다네
自是芳心知向日(자시방심지향일) : 이로부터 꽃다운 마음이 해를 향할 줄 알아
孤根不入柳陰中(고근불입유음중) : 버드나무 그늘 속에는 뿌리 내리지 않는다네
茶山花史17(다산화사17)-丁若鏞(정약용)
廡下葡萄骨格麤(무하포도골격추) : 행랑 아래 포도덩굴 골격이 울퉁불퉁
去年氷雪老藤枯(거년빙설노등고) : 지난해 눈 얼음 묵은 등나무 말랐구나
朝來忽有龍鬚展(조래홀유용수전) : 아침에 보니 뜻밖에 용수가 나와
秋至應懸馬乳酥(추지응현마유소) : 가을이면 젖 나오는 마유가 열리겠네
茶山花史18(다산화사18)-丁若鏞(정약용)
舍下新開稅外田(사하신개세외전) : 사랑 아래 새로 개간한 조세 없는 밭
層層細石閣飛泉(층층세석각비천) : 층층이 자갈을 쌓고 흐르는 샘물 가두었지
今年始學蒔芹法(금년시학시근법) : 금년 처음으로 미나리 심는 법 배워
不費城中買菜錢(불비성중매채전) : 성 안에서는 채소 사는 비용 들지 않는다네
茶山花史19(다산화사19)-丁若鏞(정약용)
都無書籍貯山亭(도무서적저산정) : 산정에 쌓여 있는 서적이라고는 전혀 없고
唯是花經與水經(유시화경여수경) : 오직 화경과 수경뿐이라네
頗愛橘林新雨後(파애귤림신우후) : 조금 좋기는 귤나무숲에 새로 비 내린 뒤
巖泉手取洗茶甁(암천수취세차병) : 바위샘 손으로 퍼서 찻잔을 씻는 일이라네
茶山花史20(다산화사20)-丁若鏞(정약용)
天遣先生享此園(천견선생향차원) : 하늘은 선생을 보내어 이 동산을 누리게 하시고
春眠春醉不開門(춘면춘취불개문) : 잠과 술취하여 문도 열지 않는다네
山庭一冪莓苔色(산정일멱매태색) : 산속 마당에 이끼 색으로 온통 덮였는데
唯有時時鹿過痕(유유시시녹과흔) : 때때로 사슴 지난 흔적이 보일 뿐이라네
一日散步梅下隱其榛蕪手持刀臿斫其纏糾砌石爲壇因緣浸染於其上下爲砌九級以爲菜圃遂至東池拓其匡廓新其臺塢列植名花佳卉因其巖石爲假山一區迤邐彎曲水泉穿瀉起功在首春送春而竣文擧兄弟實躬厥勞余亦助焉雖窮約匪分觀者歎咨僉曰洵美爲詩志喜凡八十韻 (1809.1.?)
어느 날 매화나무 아래를 산책하다가 잡초와 잡목들이 우거져 있는 것이 보기에 안 됐어서 손에 칼과 삽을 들고 얽혀 있는 것들을 모두 잘라버리고 돌을 쌓아 단(壇)을 만들었다. 그 단을 따라 차츰차츰 위 아래로 섬돌을 쌓아올려 아홉 계단을 만든 다음 거기에다 채마밭을 만들고 이어 동쪽 못가로 가 그 주변을 넓히고 대오(臺塢)도 새로 만들어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죽 심었다. 그리고 거기 있는 바위를 이용하여 가산(假山)을 하나 만들었는데, 구불구불 굽이지게 하여 샘솟는 물이 그 구멍을 통해 흐르게 하였다. 초봄에 일을 시작하여 봄을 다 보내고야 준공을 보았는데 그 일은 사실 문거(文擧) 형제가 맡아서 수고를 해주었고 나도 더러 도왔다. 그 일이 비록 곤궁한 자의 분에 맞는 일은 아니었으나 보는 사람이면 감탄을 하고 또 모두가 아주 좋다고 하여 시로써 그 기쁨을 나타내기로 하고 이렇게 팔십 운(韻)을 읊었던 것이다.
다산 속의 집을 빌려 사는데 / 賃屋茶山裏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렀다네 / 欻然歲華走
떠돌이라 원대한 계획도 없고 / 萍梗無遠圖
게을러서 하는 짓도 늘 구차했지 / 呰窳計常苟
지금 두 번째 봄을 맞고 보니 / 及玆再見春
살기도 꽤 오래 살은 게지 / 棲息亦云久
봄바람 땅 힘을 부풀게 하여 / 條風散地脈
썩은 등걸에서도 새움이 돋는데 / 苞蘖出焦朽
한 가지 안된 것은 위치가 난잡해서 / 所嗟位置亂
석류나무가 화톳불자리에 서 있고 / 危榴雜薪槱
지대가 외지고 규모가 좁아 / 地偏寡模楷
시설하기가 영 지리하기에 / 施設竟鹵莽
예쁘장한 매화나무 한 그루도 / 娉婷一樹梅
바로 뒷간 뒤에가 있다네 / 乃在溷圊後
가슴속에는 자그마한 은둔처 생각이 / 胸中小丘壑
반평 을 두고 서려 있었기에 / 半生鬱蟠糾
다짜고짜 그 뜻 한 번 펴보려고 / 勃然思一展
분수를 따질 겨를도 없이 / 拙分末遑守
채소밭부터 먼저 만들렸더니 / 疆理先蔬圃
당장 도움이 되기에 설득력은 있으나 / 利近良易誘
산언덕이 너무 경사가 심하여 / 山阿劇波陀
거름흙이라곤 남아난 것이 없기에 / 糞壤流不有
돌을 죽 세워 난간을 만들고 / 樹石列欄楯
흙을 깎아 비탈을 평평하게 하려는데 / 削土平培塿
옛날 치산치수의 책을 읽었기에 / 舊讀玄扈書
돌계단 쌓는 법은 알고 있으나 / 梯磴法有受
이때가 바로 농사철이라서 / 于時値東作
마을 장정들 모두 들에 가 있었네 / 村丁悉在畝
일이란 시기 있는 것이기에 / 事期有緩急
좋고 나쁘고 가릴 겨를도 없이 / 未敢律臧否
삼태기와 삽을 손수 챙겨들고 / 畚鍤手自操
돌 다듬고 가래질은 벗들을 시켰더니 / 鐝勸諸友
은이가 수염이 나고 힘이 세고 / 殷也鬍有力
두 팔에 강한 근육이 얽혀 있어 / 强筋絡雙肘, 문거(文擧)의 아우 윤규은(尹奎殷)을 이른 것임
돌 뽑기를 가을털 뽑듯 하고 / 拔石似秋毫
우수처럼 산을 옮길 정도였는데 / 移山學愚叟
날랜 말 결국 넘어지듯이 / 快馬終一蹶
함부로 하다가 손을 다쳤다네 / 豪擧惜傷手
무르익은 싸움에 장수를 잃은 격이어서 / 酣戰折良將
허전하기 짝을 잃은 것 같았지 / 悵然如喪偶
어린 애들까지 다 불러들여 / 招呼逮童穉
그들 힘으로 모든 잡초 제거하고 / 聊用除蓬莠
세월 걸려서야 공사 마치고는 / 荏苒得竣事
조촐한 자축연을 가졌었다네 / 草草行勞酒
자질구레한 각종 씨앗을 뿌리고 / 播種具瑣細
밭두둑을 따로따로 나눠놨는데 / 畦畛各牉剖
씨앗이 붉으레한 무와 / 紫粒武候菁
잎이 녹색인 부추에다가 / 綠髮周顒韭
늦파는 용뿔같이 싹이 트고 / 晩蔥龍角茁
올숭채는 소 양처럼 두툼하여 / 早菘牛肚厚
쑥갓은 꽃이 국화 모양이고 / 茼蒿花似蘜
가지는 열매가 쥐참외 같아 / 落蘇蓏如萯
해바라기는 폐를 활기차게 하고 / 魯葵工潤肺
겨자는 구토를 멈추게 하지 / 蜀芥能止嘔
상치는 먹으면 잠을 부르지만 / 萵苣雖多眠
먹는 채소로 빼놓을 수는 없어 / 食譜斯有取
특히 토란을 많이 심은 것은 / 蹲鴟特連畦
옥삼이 입맛에 맞아서라네 / 玉糝頗可口
빈터에도 잡초만 제거해버리면 / 壖地剔榛荒
저절로 나 자라는 나물도 많아 / 旅生多野蔌
곁채에다는 명아주 비름 기르고 / 廊廡畜藜莧
울에다는 구기자나무 세우며 / 藩屛列杞枸
고사리 캐다가 국 끓여 먹고 / 捋薇充羹滑
쑥은 뒀다가 뜸 뜨는 데 쓰지 / 留艾備焫炙
띠 엮어 노루 못 뜯어먹게 막고 / 綰茨防鹿齕
말이 밟을세라 울 쳐놓았으니 / 揷籬虞馬蹂
채소밭 일은 대강 끝난 셈이기에 / 圃務旣粗辦
정원 못에 때를 닦아내기로 했다네 / 園沼思滌垢
그전부터 정자 동편의 못이 / 由來亭東池
좁고 작기 방아확만 하여 / 狹小如碓臼
산 밑까지 닿게 활짝 넓히고 / 拓展抵山根
바닥 찍어내고 차양도 넓히고서 / 斫豁蒙蔀
좋은 단풍나무 느릅나무 세워두고 / 尊賢立楓枌
몹쓸 떡갈나무 싸리나무 제거하고 / 鉏奸去柞杻
덜거덩덜거덩 큰 바위 굴려다가 / 砰訇轉巨石
산에 대어 섬돌처럼 쌓아놓으니 / 甃砌因會阜
산은 첩첩이 바위를 드러내고 / 山骨露嶙峋
맑은 샘물이 솟아올랐다네 / 泉脈集淸瀏
구멍을 키우고서 홈통을 대놓으니 / 疏竇灌連筒
물이 금방 장군에 넘쳐 흘러 / 坎液欻盈缶
곤이도 길러 뛰놀게 하겠고 / 跳躍涵鮞鯤
올챙이도 까서 기르게 하겠네 / 産育容蝌蚪
담 터진 곳은 대나무 심어 메우고 / 缺垣補脩竹
양 언덕은 수양버들이 가리고 있다네 / 夾岸扞垂柳
이웃에 중이 감탄하고 가더니만 / 隣僧嘆嗟去
아이에게 연뿌리를 보내왔는데 / 遺兒分碧藕
푸른 줄기 행채처럼 엉겨 있고 / 翠帶交荇妾
동그란 잎 마름이 쌓여 있는 듯 / 靑錢疊菱母
당귀는 묵은 잎 속에 새움 돋고 / 蘄芽雜老嫩
작약은 여기저기서 동 오르고 / 藥筍紛左右
부양은 줄 서 우산을 받쳐들고 / 膚癢森擎繖
국화는 찬란한 실끈을 토하지 / 綉毬粲吐綬
모란 묵은 뿌리는 쪼개내고 / 牧丹老根撦
감탕나무 늘어진 가지는 휘어 매고 / 冬靑遠條揉
애써 유초 구해 심었더니 / 苦覓乳蕉栽
바위 굴문 앞에는 봉미가 있고 / 鳳尾當巖牖
붉은 복사꽃 연분홍 살구꽃은 / 緋桃與紅杏
꽃잎이 교묘하게 새름새름 매달리며 / 花葉巧蟠紐
담뿌리에 자색 포도덩굴은 / 牆根紫葡萄
성난 용이 꿈틀거리고 있다네 / 怒龍鬱蚴蟉
노 그는 성품이 기교를 좋아하여 / 魯也性好奇
솜씨 부리는 일로 자부를 한다네 / 匠心乃自負, 문거의 이름이 규로(奎魯)임
바닷가에 가 괴석을 주워다가 / 怪石拾海濱
산봉우리를 구루마냥 만들었는데 / 峯巒象岣嶁
어떤 것은 비비 꼬여 소라고동 같고 / 或譎如螺螄
어떤 것은 맑고 빛나기 옥돌 같으며 / 或瑩如瓊玖
어떤 것은 장난하는 사자같이 보이고 / 或儇如戲狻
혹은 쭈그리고 앉은 개같이도 보이며 / 或愁如蹲狗
혹은 추장같이 우뚝한 것도 있고 / 或特如酋豪
혹은 암수가 쌍으로 있는 것 같은 것도 있으며 / 或雙如牝牡
기를 세워놓은 듯 솟아있는 것도 있고 / 或挺如旌纛
혹은 포개놓은 단지 같은 것도 있으며 / 或累如瓿甊
혹은 초라하기 중 같아 보이는 것도 있고 / 或窮僂如僧
혹은 여인처럼 예쁘장한 것도 있으며 / 或嬋嫣如婦
어떤 것은 팔들고 겨드랑이 벌리고 있고 / 或奮臂張掖
어떤 것은 머리 맞대고 목을 포개고 있으며 / 或交頸騈首
혹은 아롱자롱 충치 앓는 이도 같고 / 或齾齾如齲
혹은 언뜻 보기에 통발도 같고 / 或睒睒如罶
어떤 것은 이끼 돋는 누룩과도 같고 / 或潑苔如麴
어떤 것은 물 새는 조리와도 같고 / 或滲水如籔
혹은 술 취한 듯 붉으레한 것도 있고 / 或蒨紅如酲
혹은 늙은이같이 누르케케한 것도 있어 / 或梨垢如耈
제각기 모양새가 다르면서 / 各各殊姿性
잇달아 검푸른 빛을 띠고 있다네 / 延緣帶蒼黝
봄 산에 가랑비가 지나가면 / 春山度微雨
채소 싹이 맑은 기운 머금는데 / 菜甲含淸
누가 알리 유랑의 부엌에서 / 誰知廋郞廚
날마다 삼구반찬 장만하는 것을 / 日日供三九
이웃에서 술과 단술 보내와서 / 隣比送酒醴
남새밭 주인영감 수를 빌었다네 / 請爲圃翁壽
그리고 소평같이 외도 심으면서 / 遂種邵平瓜
나란히 밭갈던 옛날 저익도 생각하지 / 緬懷沮溺耦
안회도 끝까지 단사에 표음이었고 / 顔回竟簞瓢
순임금 역시 마른 밥과 풀을 먹지 않았던가 / 虞舜亦草糗
궁하고 배고픈 것 당연한 내 본분인데 / 窮餒固吾分
이 맑은 복이야 하늘이 주신 게지 / 淸福乃天授
더군다나 저기 시렁 위에는 / 況玆鄴侯架
사부의 서적이 가득 쌓여 있고 / 縹緗積四部
고단하게 살기에 저술도 많이 하여 / 窮居富述作
값어치 없어도 나는 천금처럼 아끼지 / 千金惜敝帚
시경 풀이하면서 노로 되돌아왔던 일 생각하고 / 箋詩思反魯
주역 주 내면서 유리에서 연역했던 일 추억한다네 / 疏彖憶演羑
오직 한 사람이 알았으면 됐지 / 惟求一人知
세상이 다 욕해도 걱정할 것 없어 / 寧愁擧世詬
쇠북끈이 아무리 좀먹어 떨어져도 / 追蠡雖剝落
큰 쇠북은 두드릴 것에 대비하고 있다네 / 洪鐘猶待扣
그 소리는 너무나 먼 곳이라도 / 聲流到天荒
울려퍼지기 포뢰가 우는 것 같다네 / 殷若蒲牢吼
산경도 있고 수지도 있으며 / 山經間水志
해학과 궤담이 이유에 가득하다네 / 詼詭函二酉
책상에는 꽃다운 향기 널려 있고 / 几案羅芬芳
의복은 해지고 추한 것이 편하지 / 衣袴甘老醜
잘 먹고 잘 입고 사는 자들 / 須知齧肥者
남 시키는 대로 하느라 피곤하고 / 趨承困指嗾
자잘한 이끗 쫓아 이곳저곳 돌다가 / 營營逐錐刀
의젓잖은 양 차면 해해거리는데 / 欣欣塞筲斗
그게 어디 제 벌어 제 먹는 백성들 / 豈若食力氓
하늘과 땅에 부끄러움 없음만 같으랴 / 俯仰無愧忸
이괘의 구이를 늘 보더라도 / 常觀履九二
영육을 초월해야 탈이 없느니 / 幽貞諒无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