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火車 1.火攻하는데 쓰던 兵車 2.불지옥에서 죄인을 싣는, 불타고 있는 수레. 3.기차 4.우리나라의 옛 전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을 찾아나선 남자 문호(이선균)와 전직 형사 종근(조성하). 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다. 실종당일, 은행잔고를 모두 인출하고 살던 집의 지문까지 지워버린 선영의 범상치 않은 행적에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 그들은 그녀가 살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녀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충격적인 진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본명 '차경선'으로 진주에서 출생하여 성장했다. 사채에 시달리다 가출한 아버지 대신 엄마가 끌려가 아편에 중독된 채 사체로 돌아왔다. 그녀 또한 사채업자들의 끈질긴 추격과 협박속에 하루도 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지옥같은 삶을 산다. 결국 그녀가 근무한 회사의 고객 리스트를 훔쳐 그녀와 가장 신상이 흡사하며 가족이 없고 홀로 사는 여자를 타킷으로 잡아서 그녀에게 접근 유인해서 살해하고 그녀 행세를 하고 산 것이다.
이후 그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자 발각이 두려워 도망쳤다가 그녀 뒤를 찾던 문호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그녀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리기 직전 최후의 발언을 한다. '그때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고... 나도 행복하고 싶었다고...'
인생을 훔친 여자.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영화 속으로 빠져들면 들수록 블랙홀에 빠져 미궁을 헤매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치밀한 구성에 탄탄한 시나리오, 숨 쉴 틈 없이 조여오는 긴장감이 스크린을 압도했다. 과거의 상상 씬과 현재를 오가며 오버랩 하는 변영주 감독의 연출도 확실히 뛰어났다.
충격적인 사회 현실의 공포를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신랄하게 재현할 수 있을까 소름이 돋았다. 일본 미스테리의 여왕이라는 원작자 '미야베 미유키'에게도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서점에서 동명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된 모양인데 과연 원작은 어떨까 구미가 당기기도 하다.
지금도 생각하면 섬뜩하리만큼 소름 끼치고 오싹한 영화다. 그녀 차경선도 죄가 많지만 그녀를 그렇게까지 몰고간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직시하게 한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재미도 있고 여운도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