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송고)
예천동에 위치한 한일펌프 서비스센터(서산대리점)는 김흥태(39)씨와 김희경(39)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흥태씨는 본래 한일전기 대전지점에서 서산, 태안, 당진권 AS
담당기사로 일했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고 관할지역이 넓다보니 서비스에 한계를
느껴 본사에 서산서비스센터 개설을 제안했다고 한다. 평소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처리를 했던지라 어렵지 않게 서비스 전문점 코드를 부여 받고, 서산에 서비스
센터를 개설할 수 있었다.
그때는 광역상수도가 보급되기 전이라 농업용 펌프는 물론 생활용수도 간이상수도를
사용할때라 펌프의 수요가 많았다. 물론 경기도 좋았다. 지금은 아파트와 빌라, 가정집
까지 광역상수도가 연결되어 시내에서는 거의 펌프를 찾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농촌에서는 천수답을 제외하고는 관개수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사용 펌프이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센터에는 여름철엔 주로 산업용 선풍기나 펌프 AS가, 겨울철엔 난방기의 구입
이나 AS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특히, 흥태씨는 보링.그라우팅 전문기사까지 자문을 구해 올 정도로 심정용 수중모터에
대한 기술은 정평이 나 있다. 아무래도 많이 다루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눈썰미가
있지 않겠냐고 웃어 넘기지만, 은근히 자신감도 엿보인다. 요즘같이 경기가 침체일로
일때는 제품판매는 줄지만, 오히려 AS는 늘어 대리점과 병행하고 있는 서비스센터의
잇점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항상 외근으로 바쁜 흥태씨를 대신하여 아내 희경씨는 2001년 결혼 후, 줄 곧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7시까지 사무실에 나와 있다 보니, 취미나 여가활동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영준이(6세)를 낳고 한달도 채 못 쉬고 다시 나왔을 정도라니 말이다.
희경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어렵게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한지라 배움에
대한 미련이 줄곧 남아 있었다. 아이를 낳고 보니 더욱 그랬다. 유아교육은 대한민국
아기 엄마라는 기본소양만으로도 어느정도 가능한데 반해 취학후 자녀교육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입학이었다.
청소년교육과에 입학하여 3학년 된 올해까지 과락 한번 없이 정말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4살된 영준이를 들쳐 업고, 사무실 일까지 봐가면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자기 자신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단다.
출장을 다니다 보면 늦기 일쑤인 남편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부간에 부딪힐 일도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보증금도 없이 월세만 지급하는 이른바 ‘달세방’부터 시작했다.
얼마전에는 알뜰히 모아 온 돈으로 인지면 차리에 조그마한 가정집도 장만했다.
한적한 시골살이라지만 이른 아침을 맞을 때도 종종 있다. 해도 뜨지 않은 꼭두새벽부터
동네 어르신들의 오토바이 소리가 단잠을 깨울때다. 당장 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갑자기
펌프가 말썽이라며 무턱대고 들고 오는게 다반사다. 아침도 걸러가며 고장난 펌프를 만지다
보면 은근히 짜증이 날법도 하다. 하지만 선풍기는 하루이틀 없어도 견딜만 하지만,
사람이나 작물은 물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걸 알기에 더 애쓰는게 흥태씨 마음이다.
수리가 끝나면 어림잡아 수리비를 건네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안도감 반, 고마움 반이다.
그럴때면 에둘러 큰 고장이 아니니 그냥 가시라는 만류해도 기어코 담배값이라도 내놓고
돌아 가는게 후덕한 시골인심이기도 하다.
한번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 선풍기가 고장이라며 전화가 온적이 있었다고 한다.
선풍기는 출장제외품목이어서 출장경비가 지원되는 서비스 품목도 아니지만, 시골
부모님 생각에 찾아 간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 수리를 마치고 나오는 흥태씨에게
할머니께서 무언가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흥태씨 차의 머풀러에 붙어
있던 어스체인(정전기 방지를 위해 노면과 접촉시키는 정전기 방지용품)이었다.
그러면서 ‘차에 이상한게 붙어 있어서 간신히 떼어냈다고. 앞으로 조심해서 잘 보고
다니라고’ 되레 훈계까지 하셨단다.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지만,
할머니의 순박한 모습에 마음만은 한없이 풍족해 짐을 느낀다. 살다보면 많은 소회
(所懷)의 편린들이 스쳐가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이 메말랐던 우리 감정에 청량제가 되는
듯 하다. 비록 당장의 물질적인 이익은 아니더라도, 듣는 이조차 미소 짓게 하니 말이다.
이 부부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는 많은 지원을 받는 대기업형 오픈매장이 아니라
크게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AS에 대한 희경씨의 생각은 확고하다. 수리된 물건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에게 희경씨는 일일이 수리내역을 설명하곤 한다.
자신도 물건을 사다 보면 궁금할때가 많은데, 기존에 쓰던 물건이 고장나면 왜 고장
났나 궁금해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귀찮아 하는 손님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귀담아 듣고 고마워 한다고 한다. ‘수리가 다 되었어요.’ 보다는 되도록 수리 내역과
주의할 점까지 당부하다 보니 더 신뢰가 쌓이고, 수리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줄었다고
한다.
관공서를 비롯하여 은행이나 소매점, 병원 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곳이다. 종사자들에게는 한정된 동선과 반복되는 업무는 스트레스로 점철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방문객 한사람을 하루 업무에 종속시키고, 하루 일과의
한부분으로 쉽게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여름을 오직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하는
할머니와 하루 종일 펌프에 의지해 논에 물 대는 일에 골몰한 시골 촌부에게는
결코 일부일 수 없다. 그네들에게는 고장난 선풍기와 펌프수리가 어쩌면 하루중 가장
중요한, 그 이상의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부부가
생각하는 서비스에는 애정이 있고, 정성이 묻어 난다. 흥태씨와 희경씨가 생각하는
서비스의 진정한 의미이기도 하다.
한일자동펌프 판매/서비스센터
출장수리 669-2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