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동아 2013년10월호 584~589쪽 게재
10명의 언니들
자동차 타고 남프랑스 16박17일
꽃보다 여인~! 남프랑스 초원을 배경으로
구름을 머리에 이고 수줍게 피어 있는 야생화에 마음을 빼앗기다 만나게 된 남프랑스 크고 작은 마을들.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 고유의 색깔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여자 10명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16박17일의 장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우리가 해냈다!
글·사진 한온자 해외여행카페 ‘그레이스&여행친구’ 대표
보고 싶은 데서 멈추면 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며 그때그때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다.
특히 고속도로와 지방도로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난 유럽은 자동차 여행이 안성맞춤이다.
마티스, 세잔, 고흐 등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지중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낭만에 젖어보고, 절벽 위 성당과 작은 골목길에 얽힌 역사도 되짚어볼 기대에 부풀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참가자가 전부 여자라는 것.
우리는 해외여행카페 그레이스&여행친구(http://cafe.daum.net/gracetourfriends)를 통해 만났다.
10명이 모이고 보니 연령이 30대 1명을 제외하고 50대가 대부분, 60대도 3명이나 됐다.
여자들끼리, 자동차로, 현지 가이드도 없이, 낯선 땅에서, 16박17일. 가능할까?
이런 걱정을 뒤로 하고 모두들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딪쳐 해결해 나갈 수밖에.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모든 게 기우였음을 알았다.
여자 10명은 똘똘 뭉쳐 낯선 환경에서 맞닥뜨리게 된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가며 환상적이고 드라마틱한 여행을 완성했다.
# 남프랑스의 관문 Nice Airport
네비게이션 장착한 차량내부
인천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니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국 전 사전 모임을 갖긴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행에 합류한 이들도 있었다.
앞으로 17일간 운명공동체가 됐다는 연대감에 약간의 서먹함도 금세 사라졌다.
니스 공항까지 총 비행시간 13시간 30분.
한국에서 예약해둔 렌터카 회사 사무실로 가 6인승 승합차 2대에 나누어 탔다.
선두 차의 운전은 유럽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고, 뒤따라오는 차는 두세 명이 번갈아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경험상 차를 인수해 숙소까지 가는 첫 루트가 가장 힘들다.
손에 익지 않은 차를 운전하며, 한국과 다른 도로와 신호체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차량 작동법을 익히고, 내비게이션에 호텔 주소를 입력했다. 마지막으로 운전 중 앞뒤 차끼리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준비해 간 무전기를 나눠 가진 뒤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푼 것으로 현지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쳤다.
Travel Tip 해외에서 렌터카 이용 시 주의사항
무인주유소에서 주유하는 회원모습
해외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려면 주 운전자뿐 아니라 보조 운전자도 한국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을 지참해야 하며, 렌터카 결제는 반드시 주 운전자의 신용카드로 한다.
렌터카 이용비 외에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차량 훼손 등을 감안한 보증금도 미리 책정해 놓는다. 차량은 예약한 종류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대부분 동급 차량을 배정한다. 차를 인수할 때 차의 상태를 회사 직원과 함께 꼼꼼히 점검해야 나중에 인도할 때 분쟁을 막을 수 있다.또 연료가 휘발유인지 경유인지 확인해야 대부분 무인주유소로 운영되는 현지에서 연료 보충 시 혼란을 피할 수 있다.
# 향수의 마을 Grasse, 중세 성곽도시 Saint Paul de Vence, 도시국가 Monaco
본격적인 남프랑스 여행은 향수의 마을 그라스에서 시작했다.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천재 조향사 그루누이가 향수 제조 기술을 익히는 바로 그곳이다.
소설로 유명해지기 훨씬 전부터 이곳은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기온 덕분에 넓은 초원에 핀 싱싱한 꽃들을 재료로 한 세계 최고의 향수가 제조됐다. 18세기 로코코풍 화풍을 추구한 이곳 태생 미술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이름을 딴 향수박물관에 들러 손 때 묻은 기계와 도구들을 보고 독특한 향을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생 폴 드 방스의 골목
루 강이 지중해로 흘러들기에 앞서 형성된 루 협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감상하며 도착한 곳은 중세의 성곽도시 생 폴 드 방스.
성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닥이 자갈로 장식된 그랑거리가 펼쳐진다.
길 양 옆으로 창가에 꽃을 장식한 예쁜 집과 가게 들이 조르르 붙어 있다. 특히 이곳 간판은 한눈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기능성과 예술성을 갖춰 마치 조각 작품인 양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빴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플라타너스나무 사이로 언덕 아래 마을이 나타난다.
생 폴 드 방스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의 유서 깊은 숙소인 ‘콜롱브 도르(’황금 비둘기‘란 뜻)’에서 피카소, 모딜리아니, 장 콕토, 사르트르가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고, 가수 이브 몽탕은 이곳 테라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정에 없었지만 일행 중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이가 있어 우리는 즉석에서 모나코를 코스에 추가했다. 총면적이 2㎢밖에 안 되지만 카지노와 관광산업으로 부를 누리고 있고, 왕가와 함께 유명 인사들의 사교장으로 주목을 받는 나라다. 몬테카를로의 그랑 카지노는 슬쩍 눈요기만 하고 왕자가 거주하며 정부 청사로도 이용되는 언덕 위 왕궁 ‘모나코 빌’에 올라가 지중해를 바라보았다.
첫댓글 그때 그자리 바람 태양빛 꽃그늘 다아 그립네요
따사롭던 햇빛,멈춰버린 듯한 시간,그 속의 우리들...
정말 모든 것이 그립네요~ 보고 싶어요~
정말 너무 오랫만에 들어왔는데 그레이스님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이시네요.
시간이 자유롭지 못해 늘 마음뿐이고, 조만간에 만날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건강하세요.
반갑습니다
현실이 빡빡할수록 여행에 대한 갈망은 더 강한듯요
소망이 이뤄지시길 저도 바라겠습니다
즐건 여행지서 또 뵙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