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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너무 몰랐다. 아니 너무 잘 안다고 자기도취에 빠졌었다. 안산영당을 찾아가는 길 왜이리 부끄럽고 수치서러운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산리에서 네비는 멈추고 안내문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 촌로에게 물어물어 겨우 입구를 찾았다.
벽진면 소재지에서 913번 도로를 따라 좌측에 보이는 기국정(杞菊亭)을 지나, 자산리를 경유하여 고갯마루 초전면 경계를 지나면 내리막길에 안산영당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 부터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여 길을 잘못들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무렵 눈을 의심케하는 넓은 터가 눈앞에 전개되며 이곳이 안산영당이다.
멀리 보이는 안상영당은 누가 보아도 산지중정의 절터로 보이는 형국에 자리잡고 있다. 그 안산영당을 내려보는 중턱 나무 그늘 아래 전각속에 석불이 모셔져 있다. 원주 법천사, 풍기 숙수사처럼 우리나라 많은 서원이 절터에 세워졌듯이 안산영당 건립시에 발견된 자산리 석불도 폐사된 안봉사에 봉안되었던 불상으로 추측한다.
좌대는 결실된 듯하고 광배는 보이지 않는다. 나발에 눈과 코는 민초들에게 돌려주고 입가에는 미소가 희미하며 귀는 목까지 길게 새겼다. 숨겨진 사연을 함축한 복원 흔적위에 삼도가 남아 있고 법의는 우견편단이다. 손에 약합을 든 약사여래좌상으로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보인다.
안산영당. 안산영당도 본래 이자리가 아니고 옮겨왔다. 원래 자리는 우리 답사매니아 들이 익히 숙지하고 있는 성주 월항면 세종대왕 왕자 태실 이었다. 선석산 아래 태봉에 성주 이씨 시조인 농서군공 이장경 묘자리에 세종대왕자태실이 들어서게 되자 이건하였다고 한다. 관련 이야기는 언젠가 언급하여 여기서는 줄이겠다.
근데 안산영당은 자산리로 이건하면서 이장경의 묘는 대가면 옥화리 능골로 나누어 이장하게 된 이유가 못내 궁금하다. 이장경은 묘는 왕명에 쫒겨나고, 안봉사는 영당 이건으로 폐사지로 전락하고 서글픈 역사의 단면 아니겠는가?
출처...문화재청
모본이 보관된 영당 "성주 이씨들의 선조 가운데 나라에 공헌하고 사회에 본보기가 될만한 13분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지내는 건물이다. 지은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선조 14년(1581), 당시 성주 이씨의 후손인 이현배가 성주목사로 부임해오면서 이곳을 고쳐 지었다. 원래 월항면 인촌리 이장경의 묘 앞에 있었는데 그의 묘를 이장하면서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겼다.
그 뒤 숙종 6년(1680) 임금이 ‘안산서원’이란 이름을 내려 주었고, 나라에 공를 세운 조상 22분의 영정을 모시게 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등으로 소실되어 현재는 13분을 모시고 있다. 고종 6년(1868)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안산영당’으로 고쳤다.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의 안산영당과 안산재, 삼문이 있고 후대에 세운 객사, 관리사 건물이 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이장경 영정(문화재청 자료). 성주이씨 문중에서는 2009년 9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13폭 영정을 기증했다고 한다. 기증품은 고려조에서 조선초기까지 공신으로 책봉된 이장경(李長庚)ㆍ이조년(李兆年.1269-1343)ㆍ이승경(李承慶.?-1360)ㆍ이포(李褒.?-1373)ㆍ이직(李稷.1362-1431)ㆍ이제(李濟.?-1398)ㆍ이욱(李稶.1562-?)ㆍ이숭인(李崇仁.1347-1392) 등의 13폭 영정이다.
안산영당 앞에 자리한 농서군공(隴西郡公) 신도비(神道碑). 신도비는 묘 앞에 있어야 하건만 역시 궁금한 대목이다. 수륜면 회연서원에도 한강 정구 선생의 신도비가 있다. 한강의 산소는 성주읍에 위치한다.
신도비는 1855년(철종 6) 이종영이 세우고, 홍직필이 비명을, 글씨는 응와 이원조가 썼다고 한다.
이수 전면. 2마리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다.
이수 후면
성주 이씨 시조 이장경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고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이조년의 시 다정가는 기억할 것이다. 이조년은 이장경의 다섯째 아들로 이조년을 포함 모두 과거에 급제한 형들의 이름이 백년,천년,만년,억년으로재미있다. 다정가 기억나시죠? 다정가는 고려 25대 충렬왕의 계승문제로 이조년이 주도파의 모함으로 귀양살이를 하던 중, 임금에 대한 걱정과 유배지에서의 은둔 생활의 애상을 표현한 시조이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히 비추고 은하수가 삼경(자정 무렵)을 가리키는 한밤중에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배나무 가지에 어린 봄의 정감을 소쩍새가 알겠느냐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다정다감함도 병인 듯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노라.
2010.06.25 |
첫댓글 다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