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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왜이리 가려운지 모르겠다. 목 주위에 머리카락이 닿아도 가렵고 조금이라도 긁으면 금세 벌겋게 달아오른다. 배나 등 주위도 가려워 고생을 하면서도 약을 먹을 수 없다는 게 힘들다. 항히스타민제 몇 알이면 가려움증이 진정이 될텐데 불행히도 항히스타민제는 임산부에 사용하지 않는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소양증이 생긴 것이니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신경과 근육이 더욱 발달한 태아는 뱃속에서 온몸을 쭉 뻗고 몸을 회전시키기도 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태동이 뿌듯하게 느껴지다가도요통과 치골부위의 통증을 느끼면 짜증나고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
임신 중후반의 감정기복을 꿋꿋하게 잘 넘기고있는 요즈음, 눈에 띄는 해외뉴스가 하나 있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브룩 쉴즈의 설전인데,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은 후 항우울제 복용으로 위기를 극복한 브룩 쉴즈를 톰 크루즈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브룩 쉴즈가 이에 대한 반박을 하면서 관심을 증폭시킨 일이다. 톰크루즈의 주장은 "약물을 통해 바로잡아야할 화학적 불균형이란 것은 없으며 우울증은 운동과 비타민으로 치료할 수있다"는 것으로 정신의학의 처방을 비난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자살충동 등 자신이 겪었던 산후우울증의 고통이 극심했던 쉴즈의 주장은 크루즈의 무지한 비난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해가 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
심각한 산후우울증은 아니지만, 첫 임신 때 산모우울증과 산후우울감을 경험한 나로서는 평소 좋아하던 톰 크루즈에게 굉장히 실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후우울증도 문제지만 임신 중 우울증도 유병율이 약 10%정도 되니 드문 현상은 아니다. 불면증에 툭하면 울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플루오세틴(항우울제) 몇 알을 처방 받아 두었지만 차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약을 버리고 나름대로 선택한 방법이 국선도와 같은 운동과, 직소퍼즐 맞추기였다. 이런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럽에서는 태교를 위해서 임신 중에 많이 선택하는 것이 이 직소퍼즐이란다. 임신 기간중 1000조각 4점, 2000조각 1점하여 총 6000조각을 맞추었으니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돌파구가 얼마나 필요했는지 알 수 있다. 얼떨결에 태교의 역할도 톡톡히 한 경우라 결론적으로는 득이 되었다고 좋게 생각한다. 본인이 이렇게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우울감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해결 안 되는 산모우울증이나 산후우울증은 분명히 있다. |
산후우울증이란 말 그대로 출산 후 겪을 수 있는 우울증을 말한다. 출산은 여성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어서 정서적 변화를 경험하게 하지만, 출산이라는 것은 축복인데 당연히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회적 관점이 여성들의 고통을 외면하게 하는 한 장치가 된다.
산후우울증의 가장 약한 형태는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s)으로 많게는 거의 85%에 달하는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데 분만 2~4일 내로 시작되면 3~5일째 가장 심하고 2주째 호전된다. 대부분의 경우 자연 소실되지만 좀 더 심한 형태인 산후우울증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변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은 산후우울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좀 더 늦게 발병하고 좀 더 심한 형태로 나타난다. "산후우울증"은 통상적으로 이 경우를 일컫는다. 산모의 약 10~20%에서 발병이 되며 4주를 전후로 발병하지만 드물게는 출산 후 수일 이내 혹은 수개월 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발병 3~6개월 후면 증상들이 호전되나 치료받지 않을 경우 산후우울증 여성의 25%정도는 1년 넘게 지속되기도 한다. 심한 상태를 방치할 경우 산모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산후정신병(Postpartum Psychosis)이 있는데 극심한 형태의 산후우울증으로 산모의 0.1~0.2%에서 나타나며 흔하지는 않지만 매우 심각한 상태이므로 입원과 약물치료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 출산 후 수일부터 2~3주 내에 급격하게 발생하고 대개 3개월 이내에 발병하지만 발병 위험성은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극도의 정서불안정, 심한 좌불안석증, 분노, 수면장애,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환청 등의 지각장애, 지남력장애, 혼돈, 주의산만, 집중력 결여, 경도의 섬망 상태 등의 증상을 보이며 일상생활 기능이 저하되고 자살이나 영아살해라는 극단적인 결과도 초래할 수 있는 정신과적 응급상태이므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
이런 극단의 공포를 경험하는 산모들에게 운동과 비타민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공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산후우울증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산모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관계와 유아의 발달 및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산모의 증상들의 잘못 이해되고 방치되면 배우자와의 관계가 악화되기 쉽고 아기의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거나 적대적인 행동을 하도록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이 상당히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자녀의 발달과정에서 지적능력저하나 안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집중력이 저하되고 문제행동을 하거나 불안장애를 보이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고 운동을 하도록 집밖을 나서는 것이 좋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혼자서 해결되지 않으면 반드시 정신과의사를 만나 도움을 청하자. 만약 약물치료가 꾸준히 필요하다면 성실히 치료를 받자. 대개 3~6개월이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자살을 꿈꾸며 고통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산후에 부부성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들의 입장은 단순하다. 출산 후 6주면 부부관계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왜 아내가 출산 6개월 또는 1년이 넘도록 잠자리를 기피하는가 하는 것이다.신체적 기능저하나 육아의 스트레스 등 여러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관여되겠지만, 산후우울증이 적절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진행된 경우도 분명 있다는 것을 남편들은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톰 크루즈의 주장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배불러 엄청난 호르몬의 변화를 겪으면서 아이를 낳아보지 못해서 오는 무지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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