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 스무 번째 이야기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요즘도 주말인 토요일은 왠지 설레면서 행여나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아마 다음날이 휴일이라 몸이 자동으로 컨디션 조절을 하는 모양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주5일 근무는 ‘그림의 떡’으로 빨간 날도 소용없고 오직 일요일에만 쉬는날이다 보니 자연스런 일이죠.
우리에 6학년 때에도 매주 토요일은 혹시나 하는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는 했었습니다.
6학년 교실은 교사 본 건물과 조금 띄어서 동쪽 끝으로 별채처럼 지은 2개의 교실로 출입구 쪽은 여학생반
교실로 사용을 하였고, 그다음 교실은 우리 남학생들의 교실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교실에 들어오려면 여학생 교실을 통해야만 했었음으로 좀 구조가 그렇긴 했었죠
물론 반대편에 출입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교사를 빙돌아서 가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학생
교실 복도를 지나서 출입을 해야 했었습니다.
그 불편한 것에 하나를 더하자면 변소 (그땐 화장실이라는 단어가 있었는지조차 궁금하고, 좀 고급스럽게
W.C (多不有時) = 이해 되죠?)를 오가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교실은 동쪽 끝에 위치에 있고, 변소는 서쪽 끄트머리에 있어 여간 불편스러운게 아니었지요
학교 건물을 이야기 하다 보니 별스런 변소얘기를 끄집어내게 되었습니다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늦게까지 그야말로 공부와 매. 그리고 공부를 또 지겹게도 해야
했었구요. 잠시 토요일에는 재수 좋으면 오전수업만 하고 일찍 귀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때는 참으로 엄청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 하루, 이틀 휴가 받은 기분 이상으로 그날은 하늘은 날라서
집으로 가고는 했습니다
어떤 경우냐구요? - - -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토요일이면 아침 첫수업전에 복도에서 망을 보는 정보원이 항상 대기합니다.
누구인지는 학교 보안상 영원한 비밀이어서 밝힐 수가 없구요. 본인 스스로가 인정하고 밝히면 어쩔수는 없지요.
교무실에서 우리 선생님이 복도로 나오시면 그 모습을 보고 그때 바로 답이 나옵니다.
머리를 감아서 포마드 기름기가 싹 빠져있으면, 망을 보던 정보원의 호들갑스러운 보고와 함께, 그날의 아침
교실 안은 일제히 기쁨과 환희의 도가니가 됩니다.
“와아” - 하는 함성과 박수까지 더해서 잠시 시끌시끌해지고 선생님이 도착할 때까지 가벼운 흥분의 기운이 넘침니다 (아마 가끔은 옆반에서도 이 함성과 소란스러움을 알았으리라 짐작 됩니다)
그날은 선생님이 인천으로 나들이겸 본가에 가는 날이라 머리를 깨끗이 세탁하시고, 출근하여 수업을 일찍 마친
다음 인천으로 나가는 날입니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내친김에 이발소에 들러 몸단장겸 기분전환을 하는날 인것입니다.
<시상에 으째쓰까아! 요런날이 맨날 왔으면 을매나 조컷어 ㅎㅎㅎ ~ ~ >
그날은 선생님이나 우리들이나 긴장이 풀어져서 간간히 웃음기 있는 농담도 던지시고,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공부 외에 여담도 섞어가며 수업을 받습니다.
그중에 여담 한토막입니다. 수업 중에 잠시 쉬어가는 틈에 씽긋이 웃으면서 장ㅇ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 야 너 말이야 쌔드 무비 노래를 어디에서 누구에게 배웠냐?
- 우리 모두들 뜨악한 표정으로 일제히 자그마하지만 부처님상인 이 친구에게 눈동자가 모아집니다 -
* 누나에게 배웠습니다
⚫ 니 누나는 뭐하는데?
* 인천에서 학교 다니는데요
⚫ 그럼 인마 제대로나 부르던지.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가지고 쯔쯧
그게 ㅇㅇㅇ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구, ㅇㅇㅇ 이렇게 부르는 거야 자슥아, 부르려면 제대로 불러야지.
처음에 우리는 그게 뭔 ‘도망가는 잔나비 쉰 방귀소린가’ 그랬습니다
사실 팝송이 뭔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관심도 없고, 라디오도 귀할 때라 그런 노래가 있는줄도 몰랐구요
훗날 그게 영화 ‘Sad Movies' - by Sue Thompson 의 팝송이란 것을 알게되었지요.
지금의 김건모가 부른 ‘잘못된 만남’과 내용이 아주 흡사한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를 언제 어떻게 ㅇ두가 부르는 것을 선생님이 들었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요 다만 그가사에
‘oh oh oh sad movies always make me cry’ 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일명 ‘후크송’이라고 그런답니다.
아마 이 가사 중에 어떤 대목을 잘못 불러서 그걸 선생님이 딴지 걸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뻔한 것이죠. 영어는 모르고 그러니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적어서 나름대로 부르다보니 뭐 그럴 수밖에 - -
그것만 해도 그시절에는 꽤나 앞서가는 신세대의 아이돌급입니다. 박수가 저절로 나올만 하지 않나요?
우리에 예전 아이돌 영감님? 나이가 좀 지긋해진 지금은 어떤지요?
지금도 옛일 생각하며 오, 오, 오, 쌔드무빌 흥얼거리는지 우리에 명카수 ㅇ두씨 궁금합니다
우짜든, 그런 토요일이 우리에게는 그지없이 반갑고 기다려지는 6학년을 보냈습니다.
물론 젊은 선생님이 머리에 신경을 쓰고, 때깔 나게 몸단장 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동들에게 통용되는 반 소문에 의하면 요즘 새로 부임한 역시 젊은 여선생님과 썸타는 중이라느니
이미 결혼 예정이라는 둥, 어디서 ‘누가 보았다더라’하는 카더라 통신이 무성하긴 했었습니다
‘예뻤나?’ 글쎄요 우리 촌놈들 보는 눈이야 뭐 얼굴 하얗고 머릿결 찰랑이게 머리카락 긴 여자이면 ‘쵝오’인줄
알았지요. 매일 만나는 얼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으니 선택의 기준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송산에서 하숙을 하는 것은 학생이면 다 아는 사실이었는데요
학생에게 가르치려는 열정은 대단하셔서 매일이다시피 시험 보는 시험지 챙기는 일만 해도 무척 힘든일 이었을
겁니다. 등사용지에 철필로 하나하나 필사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니까요.
그렇지만, 우리에겐 ‘돼지머리에 넥타이 매는 격이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버거운 것처럼 시험지만 보면 우선
긴장이 되어 매 맞을 걱정이 앞서서 제대로 답을 썼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태반 이었습니다
지내놓고 보니 서로가 그렇게 고생을 해가며 엉뚱한데 힘쓸일이 아니었을텐데 말입니다.
‘시험을 치면 칠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질까요?, 세탁을 하면 할수록 원본 보다 깨끗해 지나요? ’
우리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자기자리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데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공동체의 협력관계로
이어져 큰 탈없이 그런대로 굴러갑니다
구석진 거리에서 청소하는 분의 수고로움과 공사장에서 땀 흘리는 인부들, 높은 고압선에서 그리고 바다속 깊은
해저에서 일하는 모든분들도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이분들 모두 공부잘하는 우등생일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손자들에게 한결같이 ‘공부해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그 부모들이 있으니 뭐 잘하겠지만 그냥 잘하
는거, 하고 싶은 것 하게 하세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 - - - 예전카수 말구, 요즘 가수 노래 들어보실래요 - 찾아서 듣는 재미 있슴다
[ 봉숙이 ] - 장미여관
야 봉숙아
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아까는 집에 안간다고 데낄라 시키돌라케서 시키났드만
집에 간다 말이고
못드간다 못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못드간다 못간단 말이다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 잡을라고 오빠 술 다 깨면집에다 태아줄게 (태아줄게)
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30분만 셔따 가자
아줌마 저희 술만 깨고 갈게요
으흐흐흐흐 으흐흐흐흐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홍두가 웃나?
다음에는 장미여관에서 - - -
첫댓글 우리의 호프 홍두는 공항에서 운수업에 매진하며 젊은이 같이 열심히 살고있답니다....마누라가 봉숙이 인지는?????
내 가슴에 아무리 좋은 보석과 별을 품고 있어도. 내보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표현 없는 침묵보다
비록 맞지 않는 가사라도 튕겨보는 셈보가 마냥 부럽기만 했더이다 - 홍도야 우지마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