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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204금] 시장 투명화에 기여할 LPG값 담합 처벌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6개 LPG(액화천연가스) 공급업체의 가격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 과징금을 6,689억 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예상했던 1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최고액인 퀄컴에 대한 과징금 2,600억 원보다 훨씬 많은 사상최대 규모이다. 해당업체들은 담합 혐의를 극구 부인하지만 공정위 조사와 전후 정황을 볼 때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시장질서 정화를 위한 비싼 수업료를 치른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이다.
공정위는 LPG 업체들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매월 LPG 가격을 결정하면서 사전 정보교환을 통해 동일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에서 원유 정제과정을 거쳐 LPG를 만드는 GS칼텍스 등 4개사와 LPG를 수입ㆍ판매하는 E1 등 2개사의 공급가격 차이가 0.1%에 불과한 것을 담합의 결정적 증거라고 봤다. 수입업체들은 사우디 아람코 등 같은 수입선에서 들여온 제품에 환율과 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결정하는 판매가가 비슷한 것은 당연하다고 강변하지만, 국내 생산업체들과 가격을 협의한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
공정위는"LPG 가격 인상이 주거비와 교통비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 점과 관련 매출이 20조원을 넘는 만큼 거액의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담합은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거래를 부정하고 소비자 이익을 무차별적으로 해친다는 점에서 엄벌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 합의다.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해 이번 조사의 기초를 제공한 SK 계열 2개사에 대한 과징금 감면조치가 지나치게 너그럽다는 지적도 있지만, 민생을 좀 먹는 사회악 척결을 위해선 문제 삼을 게 아니다.
LPG 업체 과징금의 교훈은 시장의 경쟁 촉진과 투명성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공정위는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느슨하지 않은지, 또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장치가 미흡하지 않은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4대강 공사 수주과정의 담합 의혹 등도 엄정하게 조사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04금]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측근을 통해 구입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이제야 확보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이 ‘2007년 초 당시 차장이던 한씨가 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학동마을을 선물했다’고 폭로한 지 거의 11개월 만이다. 그사이 한씨는 3월15일 도피성 출국을 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전형적인 뒷북수사다.
그동안 검찰의 태도를 보면 의도적으로 늑장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그림을 받았다는 쪽이 그림 상납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한씨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전혀 수사할 뜻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한씨가 미국으로 떠나고 사흘이 지나 참여연대가 수사 의뢰를 하자 마지못해 사건을 배당했으나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이 최근에야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한씨가 그림 구입을 직접 지시한 사실을 파악한 것은 검찰의 정치성을 드러내는 증거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이 애초 의지만 있었다면 한씨의 그림 구입 지시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주목되는 것은 한씨의 출국 시점과 최근 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폭로 내용이다. 한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기 바로 직전에 출국했다. 그래서 당시에도 정권 차원에서 한씨의 비리를 봐주는 대신 박연차 게이트의 전모를 알고 있는 그를 ‘기획출국’시켰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더구나 안 전 국장은 최근 ‘한씨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박연차 게이트로 비화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보고했으며 정권 실세에게 금품 상납과 연임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국장의 이런 주장은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상당 부분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한씨는 뉴욕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며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검찰도 ‘본인이 들어오지 않겠다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맞장구친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혐의가 있는 사람은 외국으로 내보낸 뒤 데려올 생각을 않고, 신빙성 있는 폭로를 한 사람은 체포해 구속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한씨 수사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동아일보 사설-20091204금] 노조전임자 임금이 2만 명 일자리 빼앗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35개사 노조전임자의 작년 평균 연봉이 6327만 원으로 근로자 평균 연봉의 2배를 넘었다고 밝혔다. 전경련 조사 결과 노조전임자들은 파업 기간에도 임금과 초과 근로수당을 빠짐없이 받았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는 일반 노조원에 비해 두둑한 특혜를 받는 노조 간부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대기업 노조위원장 10명 중 4명은 임원 수준의 연봉이었다.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노조위원장도 있다.
일부 대기업은 노조 간부에게 그랜저, 쏘나타 등 전용차량과 유류비를 제공한다. 심지어 16년 동안 노조전임자로만 있었던 사례도 있다니 이런 사람을 근로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전국 노조전임자에게 지급된 전체 임금 4288억 원이면 약 2만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있다. 노동귀족들이 일자리에 목마른 젊은이의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회사 일은 하지 않고 월급 받는 노조 간부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노조법상 규정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의 시행이 13년간 유예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교섭 활동에 한해 유급 처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웃 일본에서 노조전임자는 휴직 처리되고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한다.
유독 우리나라만 사용자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유예되는 동안 전임자 수는 노조 1곳당 2002년 2.2명에서 2008년 3.6명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니 노조에 전임자 감축의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사 양측은 전임자 급여 금지와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 아직도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이 어제 실무회담에서 ‘복수노조는 1년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11년부터 시행하고, 전임자 급여 금지는 근로자 수 3만 명 이상 사업장에서 내년부터 시행하며, 그 이하는 단계적으로 3년 안에 모두 시행’하기로 의견이 접근했으나 경총의 반응이 변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전임자 급여 금지를 대기업만 먼저 시행하면 노동계 투쟁의 목표가 될 것을 우려하며 경총 탈퇴를 발표했다.
연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법률에 따라 그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노사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양측은 머리를 맞대고 집중 협상을 벌여서라도 연내에 타결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선일보 사설-20091204금] 기부문화 뿌리내리려면 이름 밝히고 기부할 수 있어야
미국 공동모금회(United Way America)는 1984년부터 '토크빌 소사이어티'라는 고액 기부자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1만달러 이상 기부하는 사람들의 헌신을 높이 사고 널리 알려 개인 기부를 북돋우기 위한 것이다. 그 바탕엔 '기부의 2 대 8 원칙'이 있다. 개인 기부자 중 20%가 내는 돈이 전체 개인 기부액의 80%를 차지한다는 원칙이다. 부자와 지도층, 유명인사 고액 기부의 역할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 '토크빌 소사이어티' 2만 회원은 한 해 4억3000만달러를 기부하며 미국 기부문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 공동모금회도 2007년 1억원 이상 기부자를 회원으로 모시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만들었다. 연예인 현영씨가 1일 이 클럽에 12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이 클럽엔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비공식 회원이 26명이나 더 있다고 한다. 남모르게 선행을 하고 싶다는 회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이 알려지면 무리한 부탁과 엉뚱한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우 문근영씨는 익명으로 8억5000만원을 기부해 이 클럽의 사실상 1호 회원이지만 이름이 공개된 뒤 "이미지 좋게 해 몸값 올리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악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몇년 전 300억원을 대학에 기부한 노(老)기업인은 사람들이 온갖 경로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협박까지 해대는 바람에 집을 떠나 피신해야 했다.
우리나라 전체 모금액에서 개인 기부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몇년 사이 많이 늘어났다곤 해도 미국의 80%, 세계 평균 69.5%엔 훨씬 못 미친다. 기부문화가 정착되려면 마음에서 우러나 온정이 배어 있는 개인 기부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기부자 명단에 실린 사회 지도층과 유명인사들의 이름과 얼굴은 보통사람들 마음속에 남을 돕는 즐거움을 지펴주는 성냥불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액 기부자 클럽 회원의 70%가 이름 공개를 꺼리고 있다. '기부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길은 멀기만 하다.
[서울신문 사설-20091204금] 우려스러운 북한의 화폐개혁 후유증
북한이 화폐개혁 여파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 등에 따르면 그제 화폐교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장마당(시장) 물가가 10~20배 폭등하고 있다. 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무변제 화폐 종류를 둘러싸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등 곳곳에서 일반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지역 당, 인민위원회를 통해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후유증 수습이 쉽지 않은 듯하다.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 통제 강화용이라는 관측부터 시장경제 도입으로 이완된 사회기강 잡기용, 극심한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용이라는 관측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중국과의 무역에서 사실상 화폐가치를 상실한 북한 돈에 자존심이 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배경을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른바 ‘2002년 7·1 조치’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드러난 정치·경제·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극단적인 정책을 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었던간에 화폐개혁에 따른 고통은 일반 주민의 몫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고위관료 등 권력층이 대부분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로 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만큼 이들은 화폐개혁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다. 그런데 북한 돈을 한푼 두푼 모은 일반 주민이나 중소상인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화폐개혁이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 후퇴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이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물자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화폐개혁은 충분한 물자공급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물가는 결국 치솟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상품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면 국제사회에 협력을 당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후속 조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04금] 무모한 철도파업 다시는 없어야
철도노조가 어제 저녁 전격적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지난달 26일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한 지 8일 만이다. 사상 최장의 철도파업으로 기록된 이번 파업이 마무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다,4대강이다 해서 온 나라가 뒤숭숭한 마당이다. 그 와중에 철도마저 파업을 벌여 사회혼란을 부추긴 것은 물론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 경제마저 휘청이게 만들었다.
실제 국가 기간 수송망인 철도가 마비되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생산과 운송,수출 차질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요 물류 기지에는 컨테이너가 쌓여가고 시멘트 등 건자재는 물론 석탄 철강 유류 등의 수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기업마다 수출 컨테이너를 옮길 화차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수출 차질액만도 하루에 6000만달러에 달했다.
그런데도 철도노조는 해고자 복직 요구 등 법령이 보장하는 노조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요구를 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철도노조가 갑자기 파업을 철회한 것은 정부와 사측이 강경대응 의지를 보인 데다 파업에 대한 국민여론도 결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태 노조위원장은 파업을 풀면서 "지금의 피로와 피곤을 재정비하고 더 큰 힘을 모아 3차 파업을 준비하자는 의미"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노조가 백기투항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 사태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파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한 해 7000억원이 넘는 적자기업인 코레일 직원들이 평균 6000만원을 연봉으로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여론의 외면을 받게 됐다. 특히 그것도 '국민의 발'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제 앞으로 다시는 이 같은 무모한 파업이 되풀이돼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코레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 혈세를 낭비해온 대표적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사가 합심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철저한 구조조정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도 한마음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1204금] 아동 대상 성범죄 50년형도 무겁지 않다
수원지법 형사12부는 그저께 8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 피고인(31)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한 7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차도록 하고 5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피고인이 알코올 의존증이 있고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며 정상 참작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작년 말 `나영이`로 알려진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히고도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을 이유로 징역 12년의 가벼운 형을 받은 조두순(57) 사건에 비하면 어린이 대상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꽃다운 어린이를 짓밟아 평생을 망쳐놓고 그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불관용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그저께 정부와 한나라당이 어린이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고 15년(가중처벌 때 22년6개월)에 불과한 유기징역 상한을 30년(가중처벌 때 50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술에 취해 범행을 한 경우에도 감형이나 선고유예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면수심의 범죄자들을 사실상 평생을 감옥에서 살도록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조두순 사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003년 609건에서 작년 1172건으로 5년 새 2배로 늘었다. 무엇보다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워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어린이 대상 강간상해범에 대한 양형기준이 가중처벌을 받는 경우에도 7~11년에 불과할 정도다. 어린이를 성폭행한 흉악범에 대해서는 25년까지 징역을 살리는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선진국들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형법과 사법부의 잣대는 너무 관용적이었다.
지금까지 내린 판결과 괴리가 심하다거나 다른 범죄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미적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어린 영혼을 무참히 짓밟는 짐승 같은 범죄자들은 우리 사회와 엄격히 격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구희령(정치부문 기자)-20091204금] 화폐 개혁
로마의 네로 황제는 64년 화폐 개혁을 단행한다. 금·은화를 제조할 때 은 함유량은 15%, 금 함유량은 11% 줄였다. 예전보다 돈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게 됐고 황제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후대 황제들도 ‘네로식 재산 증식’에 차례로 가담했다. 200년 뒤 갈리에누스 황제 때는 은 함유량이 5% 이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돈 가치도 같이 하락했다. 밀 가격이 200배가 넘게 올랐다. 로마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000년 뒤 프랑스의 필립 4세가 네로의 뒤를 이었다. 은화의 은 함유 비율을 낮춘 것이다. 돈 가치가 떨어지자 그는 1306년 모든 은화를 수거해 은 함유량을 다시 높였다. 그 뒤로도 몇 차례나 화폐 가치를 재조정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잭 웨더포드, 『돈 상식사전』)
화폐의 액면 가치를 재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현대에도 인플레이션 대응책으로 쓰인다. 짐바브웨는 지난해 7월 ‘빵 한 조각에 2000억 짐바브웨 달러’, 연 물가상승률 2억3000만%라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응해 100억 대 1로 화폐 가치를 조정했다. 올해 2월에는 다시 1조 대 1로 조정했다. 0을 12개나 삭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리디노미네이션은 군사작전처럼 시행됐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2월 이승만 대통령이 단행한 ‘100원 대 1환’ 개혁 때다. 유엔군사령관의 허가 아래 해군참모총장이 새 돈을 군함으로 수송했다. 1962년 6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단행한 ‘10환 대 1원’ 개혁 때는 중앙정보부 차장과 차지철 당시 공수단 대위 등이 신권 수송을 맡았다. 당시 신권이 든 상자 위엔 중기관총·곡사포 등으로 적혀 있어 운반을 맡은 군인들도 군용장비로 알았다고 한다. 두 차례의 급작스러운 화폐 개혁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반면 지하 자금을 끌어내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윤광원, 『대한민국 머니 임팩트』)
북한이 최근 ‘100 대 1’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 한도 액수가 정해져 있어서 북한 주민들이 축적해 놓은 재산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의 몰락』을 쓴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권력은 화폐보다 우위에 있다”고 했다. 권력이 단행했던 숱한 화폐 개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권력이 민초들의 생존 본능과 욕망을 끝내 이겨낸 적이 있었던가.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204금] 프로야구 노조
KIA 김상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와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강속구다. 순간, 동물적인 감각이 되살아난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공이 전광판을 넘어 하늘을 가른다. 환호성이 터진다.
홈런 장면을 담아내는 TV화면은 전자공학이 만들어내는 단순한 영상기록이 아니다. 긴장과 안타까움이 묻어있고 열광과 실망이 녹아있는 뜨거운 화면이다. 팬들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 아니겠는가. 김상현 선수는 올 정규시즌에서 36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2003년 이승엽 선수가 세운 기록 이후 최고성적이다. ‘MVP는 따논 당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예측대로 그는 최우수 선수로 뽑혔지만 수상소감은 다소 의외였다. “2군 선수들이 저를 보고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소감 첫머리에 올렸다. 오랜 세월 1군과 2군 선수를 오가며 겪었던 회한이 몰려왔던 모양이다.
2군 선수들에게는 모든 것이 서럽다. 가장 큰 설움은 식사시간이라 한다. 1군이 ‘호텔’이라면 2군은 ‘여관’이고, 1군 식사가 ‘뷔페’라면 2군은 ‘분식집’이라는 것이다. 원정경기 때는 점심 식사조차 여유가 없다. 햄버거나 김밥 몇줄로 때우기 일쑤다. 세탁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하고 빨래 못한 선수들은 땀에 전 유니폼을 그대로 입는다고 한다. 연습용 방망이도 턱없이 부족하다. 방망이가 부러지면 개인 돈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100만~200만원씩 외상이 밀려있는 선수도 꽤 있다고 한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중 50% 안팎이 3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와있다. 연봉협상 때 2군 선수들이 겪는 심정은 시집간 며느리 못지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어제 노조설립의 뜻을 모았다. 최저연봉 인상과 일방적 트레이드 금지 등 제도개선을 주장했다고 한다. “대화상대로 인정받고 싶었다”는 것이 손민한 선수협 회장의 고백이다. 앞으로 구단 측 반대가 드셀 것이고 보면, 난관도 많을 듯하다. 노조설립에 대한 법리논쟁뿐 아니라 구단 측의 재정적 압박도 예상된다. 가진 자의 압박과 못 가진 자의 저항 중 어느 쪽이 고통의 무게가 심할까. 선수들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언제나 약자들의 모임이었다. 함박웃음과 함께 터뜨리는 2군 선수들의 홈런 장면을 보고 싶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이성기(사회부 기자)-20091204금] '해치택시' 논란 자초한 서울시
서울시가 차량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입힌 '해치 택시'를 생산ㆍ출고하라며 자동차 제작사에 요구를 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물감 칠하듯 하면 되는 줄 아는데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해 죽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요구처럼 특정 색상으로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색상 개발을 위한 선행 검토, 도장 물성 평가, 도장 라인 적합성 평가 등 최소 4개월 이상 걸린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범퍼나 백미러 등 외주 부품을 별도로 도색해 납품해야 하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원가 상승 부담을 안아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서울시는 그러나 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부터 신규 출고 차량은 차체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하는 내용을 공고했다.
시와 업계 사이에 마찰이 생긴 것은 시가 '해치택시' 디자인을 변경하면서부터다. 올 2월 오세훈 시장이 직접 참석해 연 발족식 당시 '해치 택시'는 일부에만 '꽃담황토색'이 적용된 모습이었다. 시는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상징 해치와 대표색, 서체가 집약적으로 담긴 첫 작품이자 세계인에게 서울을 각인시키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시는 그러다 지난 10월 말 디자인이 혼란스럽다는 평과 시민 선호도를 이유로 차량 전체를 '꽃담황토색' 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해치 택시 디자인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원래 전체 색깔을 입히는 안도 검토했었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고 유지ㆍ보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아 채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디자인을 바꾼 진짜 이유는 변경 비용에 있었다. 대당 수십만원이 들어가는 디자인 변경 비용을 택시업계에 부담시키기로 했지만 업계가 이에 선뜻 응할 리 없다. 진척이 없자 차량 출고시부터 새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수정했고 결국 비용 부담을 안게 된 자동차 제작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의 옐로캡과 같이 서울시 고유의 '해치 택시'를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보다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 추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판단으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