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여행 -(5) 시간이 머무는 공주
공주에 다다르니 저녁 햇살이 참 예쁘다.
숙소인 <하숙마을> 앞마당에 남녀 고등학생 마네킹이 교복을 입은 채 얼굴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으라고 서 있다.
자신 있게 선택한 숙소,
그것도 안방, 건넛방, 문간방, 사랑채 중에 <안방>을 예약했는데, 디딤돌에 신을 벗고 마루에 발을 올리던 아내는 먼지에 질색한다.
게다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더 더 더욱...
교육도시인 공주에, 6~70년대 시골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하숙하던 컨셉이라 호기심으로 선택했건만....
(나는 중·고등학교를 모두 기숙사 생활을 했다)
방은 냉골이요, 이부자리는 방바닥에 깔 요와 덮을 이불이 전부이고, 욕실은 드나들 때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낮은데다 더운물도 안 나오고...
놀래서 관리실(프론트가 절대 아니다)에 가니 연세 드신 분이 별로 친절하지 않은 태도로 따라와 방에 있는 난방조절기를 조작하더니 한 30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고 하며 휭하니 나간다.
“아니 그러면 예약자가 입실하기 전에 미리 좀 해놓으시지” 하고 말하려다 말았다.
들어올 때 본 하천(제민천이라고 했다)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을 풍경이 참 정겹다.
특히 저녁 햇살이 비추는 집집마다 담벼락이며 야트막한 담장 너머 정원이 예뻐 기분이 절로 좋아져 또 맘 놓고 사진을 찍는다.
공주산성과 산성시장이 인근에 있어 휘이~ 둘러보고, 저녁 먹을 장소를 물색하는데, 이것 또 낭패다.
눈에 들어오는 식당이 없다.
슬슬 아내의 눈치를 보며 부지런히 눈을 굴려보는데, <우리밀 칼국수와 보쌈> 간판이 눈에 띈다.
아내와 더 돌아보자 하고 걷다가 결국 뒤돌아서 그 식당으로 향했다.
잘 선택했다.
아주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만큼이나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한국어가 능숙한 며느리로 보이는 베트남 새색시가 친절하게 서빙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나오면서 안내문을 보니 과거에 방직공장 사무실과 창고였던 건물을 개조한 집이란다.
어쩐지 건물 외관이 옛날 면사무소 같았다.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민천과 동네의 야경 또한 따뜻하다.
다음날 퇴실할 때 보니 관리실에는 다른 분이 계셨고, 객실(하숙방) 청소하러 오신 분들이 모두 할머니들이신 거로 보아, 아마도 공주시에서 산하 기관에 위탁 운영하며 퇴직공무원과 공공근로자가 일하시는 것 같았다.
아침햇살 받으며 [공주 풀꽃 문학관(=나태주 문학관)]으로 향했다.
공주사대부고 담장 따라 올라가는 언덕길, 골목길마다 시인의 시가 서로 다른 얼굴로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정말 그랬다.
아침을 거르고 무령왕릉으로 향했다.
어릴 적 왠지 모르게 좋아했던 계백장군의 백제, 공주는 백제의 두 번째 서울 웅진이 아니던가?
발굴과정이 드라마틱 했던 이 왕릉은 능의 주인이 무령왕이었음을 지석에서 밝히고 있다. 게다가 앞서 연재했던 [노래하는 역사]에서 작가는 그가 일본의 섬에서 태어났다고 밝힌다. https://blog.naver.com/imykkim/223725688557
앞서 도착한 단체팀이 있어 그분들 틈에 섞여 해설사의 전문 해설을 듣는 실례를 범했다.
마곡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점심을 챙겨 먹고 마곡사에 오르는 길에 산유화가 봄 인사를 한다.
큰 절인 만큼 초파일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공사가 한창이다.